달도 숲길에서
정현수
너그러운 행복, 사랑이 축복처럼 스민 숲 오솔길
은은한 빛 구부정 소나무 아래 한갓진 예쁜 꽃마리
풀숲에 숨어 희미한 기억 품은 어리디 어린 하늘색 꽃
가슴에 이는 추억 어슴푸레 은연한 사랑 주고받듯 속삭인다
이른 여름날 온갖 아쉬움을 호소하듯 살짝 우울하기도 하다
먼 그 기억, 그 향, 그 흔적이 아직 선명하고 그립다
지워질 수 없는 한 가닥 보고픔 불멸의 그것, 사랑
네가 노래하는 가냘픈 신음 소리
"나를 잊지 마세요"
보랏빛 고깔모자를 쓴 주름잎꽃은 서러움이 가득하다
고통의 강을 건너 사랑의 문을 두드린다
"나는 너를 절대 잊지 않는다"
그 옆 밋밋한 사랑을 노래하는 노란 괭이밥 혼자 외롭고
아직 초록 사그랑주머니를 가진 꽈리 꽃이 달콤한 붉은 꿈을 꾸고 있다
연연해 하는 사랑을 훔쳐 간 텅텅 비인 마음속에서……
오늘의 희망인 약샘물 한 잔에 고인 시름 내린다
꽃들의 탄식의 노래가 사랑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달도 숲길에서
2022. 6. 24
꽃마리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
주름잎 꽃 꽃말: 나는 너를 절대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