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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기씨 “1910년 대구서 시작”
1920년 11월 양봉誌 기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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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기씨가 일본을 방문해 찾은 양봉잡지 ‘양봉지우’ 138호. ‘조선의 양봉’을 소개한 특집기사에는 ‘1910년 일본인 오카모도씨가 서양종벌을 들여와 대구 달성군 논공면에서 양봉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영기씨 제공) |
근대적 양봉이 국내 최초로 도입된 곳은 서울이 아니라 대구 달성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여 년간 벌침교육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기씨(71·대구 달성 가창면)는 “일본인 오카모도씨가 1910년 일본 고치에서 서양종벌 24군을 가져와 대구 달성 논공에서 양봉을 했다는 기록을 찾았다”며 한국 근대 양봉은 기존에 알려진 1916년보다 6년 앞선 1910년 대구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016년 일본 기후시에 있는 일본 최초 양봉장인 와타나베양봉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1920년 11월 발행한 양봉잡지 ‘양봉지우’ 138호에 ‘조선의 양봉’을 소개한 특집기사를 찾았다”며 최근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 찍힌 기사에 따르면 달성군 논공면에 위치한 백기농장 주인 오카모도씨가 1910년부터 과수원을 하면서 서양종벌을 들여와 양봉을 하고 벌꿀과 서양식 양봉기구를 판매했다.
한국 근대 양봉은 벌꿀 생산력이 우수한 서양종벌을 국내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독일인 선교사 카니시우스 퀴겔겐 신부(1884~1964, 한국명 구걸근)가 1916년 일본에서 서양종벌을 가져와 서울 백동수도원에서 양봉한 것이 최초라고 알려졌다. 이씨는 “기사가 사실이면 우리나라 근대 양봉 역사가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서울이 아닌 대구 달성이 근대 양봉의 시초이자 메카가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구에 양봉축제나 양봉박물관을 건립해 사라져가는 벌 관련 자료를 보존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양봉협회 대구시지부는 대구시와 협의해 달성을 한국 근대양봉 발상지로 지정하는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씨는 대구에 박물관이나 자료관이 건립되면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씨는 국내 최초의 양봉교과서와 잡지를 비롯해 우표·엽서·배지·액자·화폐 등 벌 관련 희귀자료 수천점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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