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는 사랑의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 사랑의 길은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묻는 율법 교사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시면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그에 게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비유에 나오는 세 사람 중, 바쁘다는 핑계로 강도를 만난 사람을 지나친 사제나 레위인은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의 결론에 해당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질문이 오 늘 이야기의 압권입니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 냐?’ 율법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 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 여라.’”
2.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에게 사마리아인들은 가장 혐오스러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혼혈로 대부분 아시리아 식민지 사람들이었는데, 사마리아 함락 뒤 바빌론 으로 유배간 유다인 대신 사마리아로 끌려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모세오경은 인정했지만 예언자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신들의 신전까지 지었습니다. 따라서 유다인들의 눈에 그들은 배교자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사마 리아 사람을 사랑의 본보기로 택하신 것은 매우 놀라운 일 인데, 여기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이나 이방인에게 한결같이 너그러우셨습니다. 예수님 께서는 사람을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진정성입니다.
3.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를 만난 사람을 끝까지 최 선을 다해 보살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사람이 보여준 진실하고 실천적인 사랑이 구원, 즉 영원한 생 명을 받는데 결정적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사랑의 길에 있어서 누가 저의 이웃이냐고 묻는 율법 학자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은 거짓 복음이며,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준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 에 대한 대답이 참된 복음이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복음적 사랑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관점은 자기중심적 사랑이냐, 타인 지향의 사랑이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관점으로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자기중심 적 관점입니까? 아니면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 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타인 지향의 관점입니 까? 또한 우리 시대에 강도를 만난 사람들, 그래서 예수님 께서 우리에게 이웃이 되어 주기를 원하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 홍인식마티아 신부 | 일원동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