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71회]오공의 파문이후
성승은 미후왕을 미워하여 쫓다.
"이것을 증거로 가지고 있거라. 두번 다시 너를 제자로 삼지 않겠다.
이후 널 만난다면 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오공은 얼른 그 파문장을 받아 쥐었다.
"뭐 맹세를 하실 것도 없습니다. 저는 떠납니다."
"오공은 파문장을 접어 소매속에 넣고 온화하게 상장에게 말했다.
"스승님! 오늘날까지 저는 스승님을 모셨습니다.
스승님을 잘 모시라고 하신 보살님의 명을 저는 어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지금 중도 파기가 되었을 뿐 공과를 얻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스승님 부디 저의 절을 받아주십시요.
그러셔야 저도 안심하고 떠날 수가 있겠습니다.
삼장은 외면하고 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난 착한 중이다! 너 같이 악한 놈의 절은 받지를 않겠다."
삼장이 그러는 것을 보고 오공은 분신법을 썻다.
뒷통수에세 세개의 털을 뽐아 선기를 내뿜어 "변해라!" 하고 외채니까.
세 사람의 오공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본신과 넷이 사방에서
삼장을 향해 에워싸고 절을 했다. 삼장은 어디로도 피할수가 없어서
하는 수없이 오공의 절을 받고 말았다.
오공은 뛰어 일이나자 몸을 번뜩여 털을 거두고 오정을 바라다봤다.
"넌 착한 사람이니까,
주의 해서 팔계의 감언이설 방비해야 한다.
길을 갈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만일 스승님이 요정에게 잡히는 날엔
이 손공이 스승님의 수제자라고 말해라. 서방에서 데데한 요괴 놈들은
내 소문을 들어 알고 있으니까. 감히 우리 스승님을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삼장은 퉁을 주었다.
"난 착한 중이다. 너 같이 악한 놈의 말을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야.
잔말 말고 빨리 돌아가기나 해라!"
오공은 스승과 이별을 하고 근두운을 날려 화과산 수렴동으로 돌아갔다.
홀몸이 되고 보니 서글픔과 외로움이 점점 더할 뿐이다.
그때 물결소리가 들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그것은 동양대해의 물 소리 였다.
오공은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삼장을 생각했다.
그는 눈물이 자꾸 흘러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그곳을 떠났다.
오공은 삼장에게 쫏겨 났지만 여전히 삼장을 그리면서 한숨 짓곤 했다.
어느덧 동양대해에 당도했다.
"아아~! 이바다를 건너지 않은지가 어언 오백년이 되었구나.
오공은 감개무량하여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오공은 몸을 솟구쳐 대해 건너 순식간에 화과산에 달았다.
구름을 낮추고 사방을 바라다보니 그 산에는 화초도 없고 안개와
아지랑이도 사라지고 바위는 넘어지고 수목은 타죽고 말라죽었다.
그것은 오공이 행패를 부리고 천궁으로 잡혀간 뒤 현성이랑 이매산에
육형제를 데리고 화서 불을 놓고 태워버렸기 때문이었다.
오공은 더욱 슬펐다.
오공이 슬픔에 겨워 탄식하고 있으려니 고개 아래 방초 우거진데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예닐곱 마리의 원숭이가 뛰쳐나와
와아! 함성을 지르며 앞에 와서 오공을 에워싸고 인사를 했다.
"대성님! 오셨습니까?"
"음 그런데 왜 너희들은 장난도 안치고 숨어 사느냐?
내가 온지 한참 되었건만 그림자도 안보이더구나? 왠 일이냐?"
원숭이들은 이 말을 듣더니 모두 눈물을 흘렸다.
"대성님이 천계로 붙잡혀 가신 뒤로는 사냥꾼들에게 봉변을 당해
무척 골탕을 먹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쪽은 소죄와 강궁과 매와 개들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물과 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목숨이 아까워서 나와 놀지를 못하고 날마다 동굴 안쪽 깊숙히
숨어 살게 되었지요. 정 배가 곺으면 언덕밑에 풀이나 뜯고 목이 마르면
나와서 개울물로 목을 적십니다. 오늘도 그런 일로 나왔다가
대성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온 것입니다.
오공은 이 소리를 듣고 슬픔에 가슴이 저렸지만 참고 물었다.
"이 산에 원숭이가 얼마나 있느냐?"
"늙은 것 어린 것 다해서 천마리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그 옛날 사만 칠천이 있었다. 그래 이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
"대왕님이 가신뒤 이랑보상이 오셔서 불을 놓은 통에 절반 이상이 타죽었습니다.
우리는 우물속에 쪼구리 있거나 시냇물 속에 들어가거나
저 철교밑에 숨었기에 요행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다.
불이 꺼진다음 나와 보니 꽃도 과일나무도 다 타서 살 수가 없이 되었으므로
절반이 또 다른데로 가고 남은 절반이 근근히 산중에서 살아가던 중
이 두해째 사냥꾼이 들이닥쳐 또 절반이 없어졌습니다.
"사냥꾼은 너희를 잡아다 어떻게 하느냐?"
"이 사냥꾼이란 놈들은 아주 지독한 놈들입니다.
우리 가운데 화살에 맞았거나 독약을 먹었거나 창에 찔렸거나
몽둥이에 맞거나 해서 죽은 것은 껍질을 벗기고 뼈를 추려내 간장에 졸이거나
초를 쳐 찌거나, 기름에 볶고 그도 아니면 소금 넣고 짭잘하게 튀겨서
반찬으로 합니다. 그러나 그물이나 덧에 걸린건 산채로 붙들어다
바퀴 던지기나 재주넘기를 시키고 거리 한복판에 나가 북이나
징을 치게 하면서 마음 내키는대로 놀려 먹는다 합니다.
오공은 이소리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동중에서는 누가 지휘를 하느냐?"
"마. 유 두 원수와 분.파 두장군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너희들은 가서 내가 돌아왔다고 알리거라."
작은 원숭이들은 쪼르르 안으로 달려들어가 보고를 했다.
"대성께서 오셨습니다!"
마와 유와 분과 파는 전갈을 받고 급히 문을 나와 머리를 조아리고는
오공을 동중으로 맞아 드렸다. 오공이 한 가운데 앉자 원숭이들은
줄을지어 일제히 인사를 하였다.
"대성님! 근간에 들은 바에 의하면 대성님께서는 재생의 길이 열려
당나라중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간다고 하던데 어찌해서
그리로는 안가시고 본 산으로 되돌아 오셨습니까?"
"그 소식은 아직 듣지 못한 듯하니 내 말해주마. 저 당나라 삼장은
사람보는 눈이 없는 중이야! 내가 중도에서 갖은 수단으로 몇번이고
마귀를 사로잡고 요정들을 쳐 죽였는데도 나를 도리어 행패를 부린다면서
제자로 안쓰겠다고 쫒았어. 그 증거로 파문장까지 써주면 앞으론 절대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 말을 듣고 원숭이들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아, 고마워라 고마워. 중같은게 되지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와 함께
사시게 되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자, 빨리 야자술을 가져와서 잔치를 베풀자!"
"술은 뒤로 미루자 그 사냥꾼들은 언제쯤 이 산에 오느냐?"
오공이 묻는 말에 마와 유 두 원수가 대답했다.
"저 놈들은 매일 여기화서 시끄럽게 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안오느냐?"
이제 곧 올겁니다."
이 말을 듣고 오공은 곧 명령을 내렸다.
"얘들아! 모두 나가서 저 산위에 불에 탄 돌들을 날라다가
쌓아라. 스므개씩이나 쉰개씩 무덕무덕 쌓도록 하ㅐ라 내가 쓸데가 있다.
작은 원승이들은 욱 쓸어나가서 오공이 시키는대로 여기 저기에
돌을 쌓았다. 대성은 무더기가 이루어진 것을 보고 나서 또 분부했다.
"모두들 동굴속에 숨어 있거랴. 내가 법술을 쓸테니까."
그렇게 시켜놓고 오공은 산위로 올라갔다. 저 남쪽 중턱에서
징소리에 북소리가 나고 천여명의 사람과 말이 나타나더니
매와 개를 데리고 칼과 창을 들고 화가산을 향해 공격해 오고 있었다.
구름장군 오늘 원숭이를 잡아 구워 먹읍시다.
좋습니다. 러콜장군 사랑애가 원숭이 고기구이를 좋아할런지..흐흐흐
오공은 그것들이 오는 것을 보더니 크게 성을 내며
손으로 인을 맺고 주문을 외우고 나서 동남방을 향해
크게 숨을 내뿜었다. 그 숨이 한줄기 거센 바람이 되었다.
오공이 크게 바람을 일으키자 돌과 모래가 바람에 날아가
천여명의 인마를 다 쳐 죽였다.
오공은 구름을 낮추고 손뼉을 치면서 통쾌하게 웃었다.
"으하하하 시원하구나. 삼장에게 귀순한 뒤로 저 중은 나에게
"천날 선을 행해도 선은 오히려 부족하다. 하루 악을
행해도 악행은 남음이 있다. 고 가르치더니 과연 그렇구나.
난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불과
몇놈의 요괴나 요정을 죽인 것 뿐이지만 행패를 부린다고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 집에 돌아와서는 천 여명의 사냥꿑을 한꺼번에 죽었다."
그리고는 원숭이들을 불렀다.
"여봐라! 이리 나오너라!"
"너희들은 남산 아래로 가서 죽은 사냥꾼의 옷을 벗겨서
피 흔적을 씻고 춥지않게 입어라 죽은 시체는 모두 저 깊은 연못에 던져라.
죽은 말은 끌어다가 가죽을 벗겨 신을 만들어 신고 고기는 소금에 절였다가
이따금 반찬으로 하도록 해라. 그리고 활과 살고 창과 칼들을 조련하는데
쓰도록 하고 저 여러가지 깃발들은 내가 쓰겠으니 다 모아 오도록 해라.
원숭이들은 명을 받고 떠났다.
오공은 많은 깃발을 씻은 다음 하나로 이어서 색깔이 선명한
한폭의 큰 기를 만들게 하고 그 위에 더 큼직하게 썻다.
[거듭 화과산을 수선하고 다시 수렴동을 복구하다]
제천대성
동굴밖에 깃발을 세워 바람에 날리게 하고는 매일 요마를 불러모으고
양식을 저장했다. 또 이로부터는 "화상"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오공은 안면도 넓고 솜씨도 있었기 때문에 사해 용왕에게로 가
감로수를 빌려와서 초목을 소생 시켰다.
앞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심고 뒤에는 솔과 복숭아와
오얏과 대추와 매화를 심었다.
그 후러 구속없이 자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한편 삼장은 팔계의 모함하는 말을 믿고 오공을 내쫒고는 또다시 말위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오정이 짐을 지고 팔례가 앞에서 길을 열었다.
일행이 백호령을 넘어서니 큰 숲이 보였다. 숲은 갈수록 우거져
소나무와 잣나무등과 칡이 얼키고 설켜서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얘들아 산길이 험해져 가기 어렵고 게다가 나무가 이렇게 우겨졌으니
주의해라. 요괴나 요정이 있을까싶다."
"오정아 눈 크게 뜨고 스승님을 잘 지키셔! 요게 귀여?"
"애구~ 오능이 형님! 구보다 멋지고 이뿌지 뭐유!"
삼장이 주의를 주었다. 팔계는 기운을 냈다. 오정더러 말을 몰게하고 자신은
소갈퀴를 휘두르면서 길을 헤치고 솔밭사이로 들어갔다.
따라가면서 삼장이 말을 멈추고 팔계를 불렀다.
"난 온하루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파 견딜수가 없다.
어디가서 먹을 것을 좀 얻어 오려무나."
"그럼 스승님 제가 갔다올테니 말에서 내려 기다리십시오."
삼장이 말에서 내리는 동안 오정은 짐을 풀고
바리대를 꺼내 팔계에게 주었다.
"그럼 갔다 올테니 기다리십시요."
"그런데 어디로 가느냐?"
"염려 마십시요 저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밥을 얻어 오겠습니다."
팔계가 솔밭을 나서서 서쪽으로 십여리 가량 가보았으나
인가는 보이지 않고 짐승만이 욱실거리는 무인지경이었다.
팔계는 헤메다 힘이 드니 이렇게 생각했다.
"형이 있을 때는 스승님이 요구하는 건 형이 뭐나 다 가져다 줬는데
집을 가져봐야 쌀값 나무값 지로소 안다는 격이로구나.
사실인즉 밥을 얻어먹을 만한 곳이 없구나.
팔계는 졸리기 조차 했다. 그래서 또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대로 가서 스승님게 밥을 얻을데가 없더라고 말한다면
그는 내가 이렇게 많이 걸었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간을 지체한 뒤에 가야 좋을 게 아니냐.
에라 ~ 이숲에서 잠깐 잠이나 자자!"
팔계는 풀더미에 머리를 쳐박고 말았다 잠깐 눈만 붙였다가
일어난다는 것이 길을 걷느라 지쳤던터라 쓰러지자 마자
깊은 잠에 빠져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늘어졌다.
팔계는 이쪽에서 자고 있엇지만 숲속에서 기다리는 삼장은
귀가 따갑고 풀덕풀덕 뛰고 진정이 되지 않아서 급히 오정을 불렀다.
"오능이 밥을 얻으러 가더니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는구나
어쩐일일까?"
"스승님, 스승님은 아직까지 잘 모으로 계십니다.
이 서방나라 사람들이 중을 후하게 대하기는 하지만
배가 남달리 큰 그가 스승님을 생각하겠어요?
자기가 실컷 먹은 다음에야 올 것입니다."
"그럴지도 몰라. 만약 오능이가 어디서 혼자 밥을 먹고 있다면
후린 어떻게 그놈을 만나겠느냐? 날도 저물었으니 여기선 잘 수 없고
어디가서 잘데를 구해야 되지 않겠느냐?"
"스승님 걱정할 건 없습니다. 제가 형을 찾아오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십시요."
그래 먹을 것은 있던지 없던지 잘 자리를 찾는게 더 요긴하다."
오정은 보장을 거머잡자 곧 솔밭을 헤치고 팔계를 찾아 떠났다.
혼자 남게 된 삼장은 어쩐지 걱정이 되고 맥이 풀렸다.
그는 억지로 기운을 내어 훌쩍 일어났다.
짐을 한곳에 모아놓고 말을 잘 매어놓고 석장을 땅에 껒아 놓은 뒤
옷매무새를 고친다음 서서히 숲을 거닐었다.
울적한 심사를 달래려고 했던 것이다. 한참 거닐다 보니 잡초는 무성하고
여기 저기 꽃이 피었을 뿐 새소리 하나 들리지를 않는다.
풀이 우거지고 길이 좁은 데다가 마음까지 어리럽다 보니
삼장은 그만 길을 잘못 든 것이다. 그가 떠난 것은 울적한 심사도 달래고
팔계와 오정을 찾으려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서쪽으로 가고
삼장은 남쪽으로 간 것이었다.
겨우 숲을 벗어나니 한곳에 찬란한 금빛 주위로 오생기운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바라보니 보탑이었다.
--삼장이 큰일 낫구만, 마귀소굴을 보탑으로 알고 찾아가니
무슨일이 벌어질지는 다음편을 봐야 알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