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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라이벌 매치는 지난 번에 설명 드렸던 스페인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라이벌, 더비 매치가 존재합니다. 보통 더비 매치는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인 이유들이 얽히면서 만들어지는데 오늘 설명 드릴 올드 펌 더비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더비라 할 수 있습니다.
올드 펌(Old Firm)이란 스코틀랜드의 최대 도시 글래스고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 매치를 칭하는 표현으로 오랜 친구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뜻과는 다르게 지독한 앙숙이죠.
두 팀의 이야기는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대립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영국은 연방 소속 국가들이 독립을 요구 해왔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아일랜드의 독립 활동이 활발하면서 영국 내에 반 아일랜드 분위기가 조성 되었습니다. 특히 양 국가는 종교적인 갈등이 심했습니다.
아일랜드는 현재까지도 가톨릭이 지배적인데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파트리치오 주교가 아일랜드의 골칫거리인 뱀들을 모두 없애버렸다는 전설에서 기인합니다. 실제로는 빙하기 시기 모조리 얼어죽은 후, 해방기 때 바다로 둘러쌓여 뱀이 상륙하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한 일이죠. 어쨌든 이로인해 켈트족들이 토속 신앙을 버리고 가톨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잉글랜드는 종교 개혁 이후 만들어진 잉글랜드 성공회(Church of England)를 국교로 두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도 19세기까지 아일랜드 성공회를 최대 종파로 국교로서 가톨릭을 탄압하였으나 국교가 해제 된 이후에는 가톨릭 비율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미 종교적으로 마찰이 있었던 배경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1887년에 시작합니다. 레인저스는 이미 1876년에 먼저 창단 되었고 그로부터 11년 후인 1887년에 셀틱이 창단 되었습니다. 셀틱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글래스고로 대거 이주한 아일랜드 이주민들을 구제 하려는 목적으로 '축구를 위한 사회 봉사'라는 기치 아래 윌프리드 수사로 알려진 안드류 케리슨이 창단 하면서 자연스럽게 셀틱의 서포터들은 아일랜드 이주민들로 채워졌습니다. 셀틱을 응원하는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가톨릭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개신교를 믿고 영국 귀속을 원하는 북아일랜드 이주민들은 그들과 같은 클럽을 응원하기 싫었기 때문에 이미 글래스고에 있던 레인저스를 응원하기 시작하면서 두 구단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더 많은 이주민들이 유입 됨에 따라 출신 지역 차이로 인한 반목은 차츰 옅어지고 종교 전쟁의 색깔을 강하게 띄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 되면서 아예 개신교 신자가 아닌 선수는 레인저스에 입단 할 수 없고, 그 반대로 가톨릭 신자가 아닌 선수는 셀틱에 입단할 수 없었던 때도 있습니다.
종교적 문제가 개입 된 더비 매치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증오심과 광기는 극에 달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클럽이라도 종교적 정체성에 반 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가차 없이 공격 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셀틱에서 낭트를 거쳐 레인저스로 이적한 '모 존스턴(Mo Johnston)'이 있습니다. 존스턴은 셀틱 팬들을 이른바 물 먹이고 이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환영 받기는 커녕 종교 때문에 오히려 더 미움을 샀었습니다. 레인저스 서포터들은 그의 영입을 결사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교적 정체성이 무너졌다며 클럽에 절망해 폭력 시위까지 펼쳤습니다.(그래도 76경기에 나서 31골을 기록하면서 3년 정도 활약했었다는거) 이러한 광기에 가까운 상황들은 올드 펌 더비에서 폭력성으로 변질 되면서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낳았고, 축구 팬들이 올드 펌 더비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축구 경기 중 하나로 인식하는데 일조 했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워낙 과격하기로 유명한 더비 매치고 서포터들간의 폭력 사태도 발생하지만 놀랍게도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도 간혹가다 있습니다. 바로 두 가지의 경우입니다. 하나는 스코틀랜드 대표 팀 경기고 다른 하나는 두 팀 중 한 팀이 유럽 대회에서 잉글랜드 클럽과 경기를 할 때 입니다. 이 때 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올드 펌 더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상
하지만 2011년 4월 레인저스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됩니다. 스스로 골수 레인저스 팬이라고 주장하던 사업가 크레이그 화이트(Craig Whyte)가 약 451억원에 구단을 인수하면서 클럽의 빚을 청산하고 많은 이적료를 투자할 것이라며 구세주 처럼 등장 했으나 알고보니 사기꾼에 불과한 사람이었습니다. 구단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회사에 레인저스의 향후 티켓 판매 대금을 담보로 돈을 빌렸고, 실제로 인수를 위해서 자기 돈은 단돈 1파운드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빚을 청산하기는 커녕 클럽 이익은 고스란히 화이트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레인저스는 더 큰 빚더미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4월, 레인저스는 영국 정부에 약 146억원의 법인세를 체납한 것을 이유로 법정 관리 체제에 들어갔으며 이 시점의 구단의 빚은 무려 약 24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팬들은 구단을 살리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였고 선수단이 스태프들의 집단 해고를 막기 위해 자진해서 급료를 반납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빚의 양이 워낙 압도적이고 주 수입원인 시즌 티켓 대금을 다 빼앗긴 상태라 엄청난 갑부가 나타나지 않는한 사실상 파산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결국 영국 국세청이 2012년 6월 14일 레인저스가 세금 체납액을 회수하기 위해 대물변제 처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2012년 5월 29일, 찰스 그린(Charles Green)이란 사업가가 레인저스의 파산이 기정 사실화 될 경우 아이브룩스 스타디움(레인저스 홈 구장)을 비롯한 시설을 약 88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였고, 대물변제 처리가 발표 된 6월 14일 곧바로 아이브룩스 스타디움 및 기타 시설의 소유권이 그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린은 더 레인저스 F.C라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곧 바로 스코티쉬 프리미어 리그에서 레인저스의 자리를 차지하기를 기대했지만, 다른 클럽들의 강력한 반대로 새로운 레인저스는 스코티쉬 리그 3(4부 리그)에서 새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구단으로 재창단 된 셈이죠. 더군다나 자연스럽게 새로운 레인저스로 계약을 이전하여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존 선수들이 대부분 이적 아닌 이적을 거부하였고 심지어는 영국 기업청에서도 기존의 '레인저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 했습니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새로 나타난 회사가 엄청난 세금을 먹튀한 기존 회사의 가장 큰 브랜드 가치를 거져 먹으려 하는 것 처럼 보였기 떄문입니다.
결국 2012년 7월 13일, 새로운 레인저스의 4부 리그 참여가 확정 되었습니다. 비록 재창단 되었지만 스코틀랜드 축구를 주름잡던 레인저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하부 리그에 발을 들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압도적인 성적과 관중수로 2012/13 시즌 단숨에 우승을 차지하며 3부 리그로 승격했고 이듬해 2013/14 시즌 3부 리그에서도 곧 바로 우승을 차지, 2부 리그로 승격 하는데 성공하면서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성공적인 움직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2014/15 시즌 1부 리그로의 승격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마침내 2015/16 시즌인 현재 2부 리그 1위를 일찌감치 확정 지으면서 다음 시즌 1부 리그로 복귀하는데 성공 했습니다. 마침내 약 5년여 만에 스코티쉬 프리미어 리그에서 올드 펌 더비를 만나 볼 수 있게 된 것이죠.(물론 2015년 2월 1일 리그 컵에서 두 팀이 만나 2-0으로 셀틱이 이긴 바 있고, 한국 시간으로 2016년 4월 17일 오후 8시에 리그 컵에서 두 팀의 경기가 예정 되어 있긴 합니다.)
레인저스와 셀틱은 각각 스코티쉬 프리미어 리그, 1부 리그에서 54회, 46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리그를 독식하고 있습니다. 상대전적은 레인저스 기준으로 400경기 159승 96무 145패, 셀틱 기준으로 400경기 145승 96무 159패로 레인저스가 앞서고 있는 양상 입니다.
과거의 명성을 많이 잃은 스코티쉬 프리미어 리그지만 올드 펌 더비의 부활로 다시금 전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 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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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부분이죠. ㅎㅎ 감사합니다.
더비 매치 ㅋㅋ
세계적으로도 축구역사에 빠질수없죠
우리나라도 한일전이라는 어느더비에 못지않는 광적인 대결이 있지만 써주신 글에도 엄청난 대결구도가 있군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우선 더비 매치들 위주로 글을 써볼까 해요 ㅎ
감사합니다!
리버풀이랑 에버튼의 머지사이드 더비였나
저는 언제나 더비하면 그게 가장 먼저 떠오르드라구요.
올드 펌 더비도 차두리, 기성용 선수가 있을 때 가끔씩 보곤 했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머지사이드 더비도 굉장히 유명하죠. 언제 한 번 적어볼게요~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