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시니어클럽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참가해본 나들이였습니다.
5년 전 다른 시니어클럽에 가입하자마자 코로나사태가 발생하여 2022년까지 단체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으니까요.
작년에는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잘 모르지만 듣기로는 제천으로 나들이를 했다고 그럽디다.
그 많은 회원들이 열차를 이용하여 다녀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진행한 관계자분들의 수고가 너무 컸을 걸로 여겨져서 그랬는데요,
어제 다녀왔던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로의 나들이는 그런 면에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물론 등산을 하면 20여 km의 능선을 걸어야 체력 유지에 안심을 하는 필자와 같은 회원들에게는
좀 싱거운 곳이었을 테지요,
하지만 안전이 담보돼야 하는 행사이고 참여연령대를 봐서도 무리하지 않는 아주 적당한 행선지
였다고 봅니다.
또한 인문학적인 사료들을 어떻게 관광자원화 시켰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졌던 터라 이번
나들이는 단순히 여흥을 즐기는 수준에서 격을 높인 의미 있고 유익한 문화행사였다고 감히 촌평을
해보는데요,
그 여정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봅니다.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의 삼국유사‘테마파크’에 도착했습니다.
고려시대 인물로서 우리나라 과거를 후손들이 잘 알 수 있게끔 역사서를 저술하여 남긴 두 분을
기억하십니까 ?
바로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김부식(1075~1151)과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일연(1206~1289)인데요,
기이하게도 같은 나라에서 불과 1세기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은 역사책을 저술한 두 분입니다.
신분은 같지 않아서 김부식은 문벌귀족의 권신이었던 반면 일연은 불가에 귀의했던 스님이었습니다.
김부식보다 한 세기 늦은 시기에 살았던 일연스님인지라 삼국사기를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어떤 내력
으로 같은 맥락의 역사서를 달리 집필하게 되었을까요 ?
이유는 저술한 책의 제호가 말해줍니다.
바로 사기(史記)와 유사(遺事)의 차이지요.
사기는 삼국시대를 중심으로 사실적인 역사를 기록한 반면 유사는 우리나라 건국시기부터 전해오는
신화와 설화 및 삼국시대의 다양한 이야기까지 망라한 문학적인 역사서입니다.
어떻게 보면 삼국사기의 무미건조함을 아름답게 치장한 역사서가 삼국유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러다보니 삼국사기는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학계에서 중용하는 반면 삼국유사는 문학적인 역사관
에 친밀감을 느끼는 국민들로부터 폭 넓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삼국유사의 설화를 바탕으로 군위군에서 조성한 ‘테마파크’입니다.
출입구 정문의 모양새가 특이합니다.
삼국유사의 문구들을 처마에 디자인하여 무슨 대목인지 유심히 보게 합니다.
정문에서 테마파크로 들어가던 진입로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주목 조형물의 텅 빈 속에는
삼국유사의 한반도 건국 신화를 다룬 그림과 내용들이 새겨져 있었지요.
단군 신화에 따라 조형물로 형상화한 하느님의 아들 환웅과 웅녀인 아내입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이지요.
가을에 잎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이 나무를 보면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난다는 노래가 있지요.
바로 박건이 불러 히트를 쳤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입니다.
가사 내용에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가 있는데 노래 작사의 무대가 된 1960년대 서울
동숭동 서울대학교 문리대 입구에는 일제시대에 심겨진 일본 칠엽수가 있었어요.
일본 칠엽수와 유럽의 마로니에 나무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서 가사가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있는 나무도 일본칠엽수입니다.
언덕 위에 있는 정자는 단군왕검의 어머니인 웅녀을 기념하는 웅녀정입니다.
인간이 되기를 원했던 곰은 하늘에서 내려온 단군의 아버지 환웅으로부터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받아먹으면서 삼칠일 동안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자 문득 여자의 몸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웅녀정 아래에는 곰이 웅녀로 변했다는 동굴도 있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상쾌한 가을날입니다.
이 역시 삼국유사에 있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신화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조형물이지요.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 동해 영일만 부근에 살던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가버리자 나라는 해와 달이 사라지며 빛을 잃었으나 연오랑 세오녀가 건넨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을 되찾게 됐다는 신화를 근거로 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22만평에 이르는 넓은 면적을 노약자들이 편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관람차를 운영하고 있었지요.
테마파크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군위읍에 있던
사라온이야기마을로 이동하였는데요,
시니어클럽의 행사진행담당관께서 조선시대 왕의 복식을 차려입고 환영을 하여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사라온이야기마을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러 이동하고 있습니다.
세자 저하께서 친히 체험 진행에 대한 안내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인절미떡 만들기를 체험하였지요.
그런데 떡만들기는 시간 절약을 하기 위해 약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당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참쌀밥을 떡판에 올려놓고 떠들썩하게 돌아가면서 신나게 떡매를 치는
그런 광경을 재현하리라 예상했더니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어요,
더군다나 비닐밀폐백에다 떡가루와 물을 넣어 치대고 방망이로 두드려대는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의
발생을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화실 도화원에서 그리기 체험을 하였지요.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하던 옛날의 집안 풍경입니다.
한의원은 있는데 한의사가 없었지요.
사라온이야기마을에도 가을이 익고 있습니다.
고갯길 서낭당을 재현시켰군요.
우리 조상들은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무사안녕을 비는 마음에서 고갯마루에다 돌을 하나씩 쌓았지요.
고갯길의 성황당은 산신령께 치성을 올리던 곳이었습니다.
소백산 고치령이나 사길령에서 태백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런 성황당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유년시절에는 집안에 액운이 닥쳤을 때 무속인들을 불러다 굿을 하던 집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어 점을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기생학교도 있네요.
가을볕이 따사롭던 사라온이야기마을의 오후입니다.
태전도서관의 짝꿍님들입니다.
사라온이야기마을의 입구인 망루에 올라가 보았어요.
큰 북이 있어서 호기심을 끌었으나 북채가 없어서 두드려 보지는 못했습니다.
망루에서 내려다본 사라온이야기마을이 한가롭습니다.
망루의 남쪽에 보이던 사라온인형극장의 건물이 멋있네요.
마지막으로 풍물놀이 체험도 합니다.
모두들 신명난 춤사위로서 흥을 돋우며 나들이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행사진행요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나들이였습니다.
내년에는 더 알차고 재미있는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모두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회원들의 즐거운 나들이를 위해 노력해주신 클럽 운영진과 진행요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덕분에 잘 보고 잘 먹고 잘 놀다 돌아왔습니다.
첫댓글 멋진 사진과 훌륭한 기행문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