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사람들은 흑과 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마치 체스말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은
흑은 백과 섞이지 않고,
백은 흑과 섞이지 않으며,
각자 정해진 길, 정해진 색만을 걸어갑니다
<흑백논리> 뮤직비디오의 여러 장면 중
저는 이렇게 정해진 색을 벗어나지 않으며,
그 틀에 갇혀 살아가는 이 세계의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정해진 틀에 갇혀 살가아며 자신과 다른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상대방을 틀렸다고 말하곤 합니다
결국 이것이 더욱더 커져 이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발전하게 되고,
우리는 더욱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며 상처를 주게 됩니다
<흑백논리>는 단순히 음악 속 세상이 아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흑백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 <흑설탕>입니다
흑과 백으로 나누어진 길에서 흑설탕은
그 기준을 따르지 않고, 흑과 백의 경계를 걸쳐 길을 걸어갑니다
아무래도 흑설탕은 흑과 백의 분류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말은 즉,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우리와 다른 존재를 비난하고, 배척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흑백 논리를 따르는 이 세상에서
혼자만 색의 분류를 따르지 않는 흑설탕은 분명 외로웠을 겁니다
그 누구도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난 흑설탕을 좋게 보지 않았겠죠
<백설>은 뮤직비디오 초반에 왕관앵무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그에게 반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는 백설은
단순히 정해진 길만 순응하며 따라가는 다른 주민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본 흑설탕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는지,
현상수배지를 들고 백설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입니다
흑과 백의 분류를 따르지 않는 흑설탕,
왕관앵무에게 반격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백설,
드디어 만나게 된 둘은 비록 첫 만남은 안좋았으나.. (백설의 빗자루를 부숴버린 흑설탕)
결국 흑설탕은 백설 속에 잠들어 있던 어떠한 힘을 일깨워줍니다
이렇게 둘이 비로소 힘을 합치며 기존의 정해진 틀을 부수고, 서서히 변화를 일으켜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 왕관앵무는 백설을 경계하는 것일까요?
왕관앵무는 백설을 <마녀> 라 칭하며 그녀를 죽이라 명령합니다 (흑백논리 티져: 마녀사냥 참고)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을까요, 아니면 틀린 것일까요
우리의 입장에서는 백설과 흑설탕이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지만,
평생을 흑백 세상에서 살아온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백설은 분명 이질적인 존재이며 혼란 그 자체일 것입니다.
왕관앵무는 이 세상을 통치하는 왕으로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겁니다
남들과는 다른 백설이 흑백 세상을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으니까요
즉, 백설을 처단하는 것은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왕관앵무의 결정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월담소녀>에서 <신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름에 상처받았고, 잘못된 결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신소녀 곁에 그녀를 이해해줄 누군가가 남아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백설이란 존재가 흑백 세상의 틀에 맞지 않다 하더라도
그녀를 이해하며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모두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자세인 것입니다
즉, 흑백의 논리로만 이루어져 있던 세상에 이질적인 존재가 나타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기보다는 최소한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봐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렇기에 왕관앵무가 백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만약 왕관앵무가 백설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면,
지금 당장은 흑백 주민들에게 백설이 혼란스러운 존재일는 몰라도
결국 자연스럽게 그 틈에 녹아들며 이 세상은 더욱 다양한 색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왕관앵무는 백설을 배척하고, 그녀를 처형하라 명령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백설을 감옥에 가두며 흑백의 규칙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시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평화일 뿐입니다
우리와 다른 존재를 배척한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백설은 감옥을 탈출하였고, 흑설탕과 함께 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켜 나가게 됩니다
왕관앵무가 백설을 받아들였다면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겠지만,
백설을 배척하였기에 길고 긴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왕관앵무의 결정이 위에서 말했듯이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백설을 받아들이고 존중했다면 더욱 평화롭게 끝날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흑백 논리를 깨부수기 위한 이 혁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지만,
백설과 흑설탕이 힘을 합쳐 왕관앵무에게 반격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분명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 믿습니다
흑과 백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가 찾아올 그날이 기대됩니다
마치기 전에, 가장 인상깊었고 좋아하는 장면을 남기고 가겠습니다
이 장면은 백설이 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관점을 찾아나가는 전환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해서 백설은 한걸음 더 나아가고, 본격적으로 이 세상의 관념을 깨뜨려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신곡은 특히 일렉을 비롯해서 노래 자체도 엄청나지만,
그 속의 스토리와 메세지가 너무 흥미롭고 재밌어서 이렇게 긴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철학적인 주제와 세계관, 그 속의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앞으로 나올 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