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길나섬을 시작을 하였고, 시간은 꽤 경과 되었음에도
일출 시간에는 이르지 않아서 어두 컴컴하였다.
그래서 사실 강화 나들길 안내목이나 또는 안내띠가 거의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4월에 문화기행 차 강화 읍내에 다녀와서 그런지 용흥문, 성공회 성당,
고려 성지는 익숙한 곳이었다.
그래서 나들길의 안내띠나 안내목이 아닌
바로 이러한 주요 랜드마크 되는 지형물을 찾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다.
혹시라도 모르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고 진행을 하였다.
예를 들면 은수물, 향교는 강화여고가 옆에 있다고 하여
고등학생 들에게 물어보아 강화여고를 찾아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 3~40여분을 찾아 탐색작전으로 찾아 나서니
드디어 내가 오매불망 찾아 다니던 산으로 향하는 안내목과 안내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상황이다.
매우 익숙하고, 또한 고속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인 것이다.
잔설 구간도 없었는데, 다만 북문을 스쳐 북장대로 향하는 오르막 구간에는
바닥에 눈이 얼어 있었다. 그 구간과
북장대를 내리막 구간이 있는데, 그 구간만 특별히 이슈가 되는 구간이었다.
사실 내리막 구간에는 밧줄 트레일이 설치 되어 있어서 별 문제도 없긴 하다.
그 외에는 1, 2 구간 모두 길을 찾는데 특별히 어렵거나, 또는 위험이 있는 구간은
없다. 또 큰 눈이 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데, 그 전에 잘 다녀온 것 같다.
사실 혼자 강화 먼 땅에서 길 찾아 다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혼자 길나섬을 하려고 했을 때 반은 걱정이고 또 다른 반은 설레임이었다.
설레임이란, 나의 워킹 방식을 강화에 그대로 적용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나흘 전에 한강길을 다녀와서 일단 이전
컨디션을 유지함을 확인 하였고, 이제 두 번째 단계로
강화에서의 나름 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워킹은 문제가 아닌데, 그 길이 문제였다.
그렇지만 지난 세 번의 수명산님과의 강화 길나섬을 통해서
강화 나들길의 이정표나 안내띠의 패턴을 어느 정도 익혀 두었기 때문에
이정표 들이 대략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붙어지는지 파악해 두었다.
사실 서울 둘레길을 처음 걷기 시작할 때 소위 알바를 많이 했는데
어느 정도 이정표 설치 패턴을 알고 난 후에는 알바가 거의 없어졌다.
암튼 수명산님의 덕분이다.
길을 찾을 때는 거시적인 표적과 미시적인 안내목/띠 등을 교차로 확인
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강화 읍내에서는 거시적 표적을 기준으로 하였고
기타 산길이나 마을 길에서는 미시적 표적을 활용하여 워킹을 하였다.
오늘 1,2 구간은 전체적으로 심플하여 알바 할 만한 구간은 별로 없다.
단 예외는 바로 강화 읍과 광성보다. 광성보 내에서는
안내띠가 없어서 미리 알고 가야 한다.
강화 안내길 – 책자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 에는 전체적인
길 안내를 위해서 자원 봉사용 휴대전화번호 기록 되어 있다.
오늘 광성보 안의 손돌목 돈대 앞에 있을 때
나들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있었는데
최고의 길잡이인 수명산님에게 여쭐 수도 있었지만
이 기회에 그 자원 봉사가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차원에서
전화를 걸어서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번호는 혹시나 해서 참고로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010-9010-1265, 어느 여자분이 받으신다)
북장대를 통과하여 내리막길을 지나
생각보다 쉽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한
연미정에 도착 하였고,
성벽 넘어 북한땅, 그리고 혹시나 유빙? 하는 생각으로 염하를 한동안 감상하였다.
길 나섬을 계속하여 갑곶돈대에 도착하였고
1코스를 마무리를 하였다.
갑곶돈대는 천주교 성지이기도 해서
특히 토란님이 좋아하실 것 같고 반드시
가보셔야 하는 구간이다.
그런데 인생은 참으로 오묘하고, 세상에는 우연 같은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것이 사실이구나를 오늘 다시 경험했다.
그건 다름 아닌 갑곶돈대에서이다.
1코스 완주 도장과 2코스 시작 도장을 찍고
2코스로 시작하려는 순간,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갑곶돈대 입장료나 잠시 보자는 생각으로 안내소 앞으로
가서 요금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창문 안 쪽에서 누군가 손짓을 한다.
난 들어가지도 않을 건데 그냥 본 것뿐이라고
“아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입장료 안내문만 본거예요”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찰라 어디서 눈에 익었다.
그 때 마침 창문을 여시더니,
“오늘은 혼자 오셨어요?” 하시는 것이다.
세상에 그건 다름 아닌 바로 그 연개소문님이었다.
역시나…
갑곶돈대에서 올해까지만 일하시고
내년 초부터는 관광안내과에서 사무실에 일하신다고 다시 한번 말씀을 하신다.
나는 지난 주 버스 안에서의 일을 다시 한번 회상하면서
그때 커피랑 베지밀 너무 감사하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왠지 그것만으로 부족해 보였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어야지. 그냥 말로만은 좀~
그래서 점심으로 먹으려던 샌드위치, 포카리 스웨트, 그리고
과일통까지 모두 드렸다. 단 한 통은 빼고..
사실 원래 1,2 코스를 기본으로 계획하고, 혹시나 컨디션이 되면
7코스까지 미리 달려 거의 50km 이상 생각하고 왔고
1코스가 생각보다 별로 힘들지 않았고, 또한 2코스는 거의 평지이며
또한 날씨도 덥거나 춥지 않아서 물도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점심이 특별히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과일 한통은 있으니..
암튼 2코스 마무리 할 즈음의 컨디션 봐서
7코스로 계속 하던가, 아니면 집으로 가던가 둘 중에 하나 할 심산이었다.
그렇게 생각치 않게 만나 뵙게 되어서, 일주일 이내에
다소 미약하지만 신세를 갚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년으로 넘기지 않고 올해 해결 할 수 있었으니 좋은 일 아닐까?
그것도 그것이지만
세상이란 참으로 은근히 요지경으로 매우 좁다.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겠다.
며칠 전 후기에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 20% 부족하여
언젠 만나 뵈면 빛 청산 하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것이 실제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이 된 것이다. 사실 아직 해결은 아니고 조금 갚았을 뿐이지만,
마음은 편하였다, 또한 덕분에 베낭이 무지 가벼워졌다.
완전 날 베낭이 되었다.
오늘은 커피도 땅콩도 가져오지 않았고, 카메라 마저도 그냥 조그만 것이다...
그래서 나름 기동력이 확 좋아졌다. 모두 연개소문님 덕분이다.
다시 한번 연개소문님을 우연치 않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가웠다.
연개소문님 뿐이 아니었다. 그 터진개의 개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검둥개는 어디 놀러 나갔는지 구경할 수 없었는데
지난 토요일과 달리 흰 개는 묶여 있었다.
6일만에 보는데 알아보는지 아니면 아예 아무 생각이 없는지
그냥 꼬리 치는데, 정말 이렇게 사람을 반가워 하는 개는 처음이다.
순진무구 천진난만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2코스를 걷는 도중, 잠깐 휴대폰을 열어보니
몇 건의 전화 미수신과 문자가 있었다. 그 중
수명산님이 문자도 있었다.
뭔 일인가 싶어서 문자를 자세히 볼 시간은 없고 하여 – 고속으로 걷는 중 -
아예 전화를 드렸다.
내일의 길나섬에 대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난 현재 걷고 강화나들길 1,2 코스를 걷는 중이고 1코스 마무리를 하고
2코스를 걷는 중이라도 말씀 드렸다.
그 때 어디냐고 물으시는 순간 바로 옆에서 개들이 짖었는데
수명산님이 혹시 터진개냐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바로 그곳 이었다.
세상에 이제는 개 소리까지 알아 들으신다.
귀는 좋으신데, 눈도 빨리 회복되셨으면 좋겠다..
……..
2구간은 2-A, 2-B, 2-C로 구분되어 있는데, 2-C는 이론상
광성보를 통과해야 하고 그러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수명산님이 어찌하여 우회 하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씀하셨으나,
그 연개소문님을 생각해서 그냥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사실 제일 처음에는 안내인이 어디로 우회하면 된다고 알려 주어서
다시 뒤로 후진하여 방향을 틀어 바닷가 근처에 있는 광성보 아래쪽 모텔 쪽으로 가보았더니
현무암 같이 기괴한 바위가 잔뜩 있는 해안가로 길이 향하고,
발목지뢰가 떠 내려올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있어서
다시 광성보 앞쪽으로 되돌아 갔다.
그 안내인은 내 말을 잘못 이해해서 2-B 방향으로 가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었는데
내가 2-C로 간다고 하니까 그건 무조건 광성보 안을 통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코스는 거의 서울 둘레길의 안양천 구간을 걷는 느낌과 유사하다.
다만 다른 것은 강화 나들길은 하천이 아닌 바다인 염하를 따라 간다.
그 중간에 계속 해안선을 유지하지 못할 상황이 있으면 – 이미 집이 있다던가 –
해안에서 좀 멀어졌다가 다시 붙이는 방식이다.
이건 마치 안양천 뚝방 길이 다리를 만나면 아래의 중간 길로 내렸다가
다시 다리를 지나면 뚝방길로 올라오게 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또한 보,진,돈대 등을 만나면 그리로 길이 그 꼭대기로
이어졌다가 다시 내려오는 방식이다.
한강이 다리가 수십 개가 되어서 동에서 서로, 또는 그 반대로
순서적으로 외기 쉽지 않지만
그 아래로 한강 길을 따라서 한 두번 걷게 되면 금방 외우게 된다.
이 곳 돈대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또한 가보지 않고 그냥 책으로 보, 진, 돈대 별 차이를 이해하면
외울 때는 알 것 같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데
이렇게 직접 걸으면서 경험하면서 진행하게 되면 순서 뿐 아니라
보, 진, 돈대가 어떤 차이가 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를 하게 된다.
또한 강화의 53개 돈대 – 어떤 돈대는 북쪽의 군사지역에 있어서 출입 불가 – 가
있다고 하던데, 이것을 다 돌면… 물론 순서적으로 외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냥 오늘 걸은 호국돈대길이나 제대로 알려고 해야겠다.
오늘 약간 미세먼지가 있는 중에 흐린 날씨 아래서 걸었지만
몇 주전 토란님, 푸른님처럼
혹시라도 눈을 맞고 걸어도 좋을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뻘의 해안을 걷는 것도 고즈넉할 것 같은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투어를 요약하면
7시 반에 출발하여, 10시반에 1코스 마무리 겸 2코스 시작하였고
1시 반에 정확히 2코스를 마무리 하여
1,2 코스 35km를 전체 6시간에 마무리 하였다.
역시나 이제는 강화도를 조금씩 이해 하고 있다는 증표가 나타나는 것이
초지진의 도착 스탬프의 고장이다.
그럴 줄 알고 갑곶돈대에서 도착 스탬프까지 모두 찍었었다..^^
돌아오는 길,
속이 출출 했는데, 자켓 안에 손을 넣어보니
지난 주 길나섬에서 누군가가 주신 비스켓과 사탕 2개가 들어 있었다.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소중한 선물,
물물교환 장터 상황 때문에 누구였는지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지만
오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해 드린다.
동행행에서 다시 잠시 개인 형으로
좋은 길을 혼자 걸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 1,2 코스 숙제를 올해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을 한다.
내일 코스가 7코스에서 16코스 바뀌었다고 하고
난 내일 참석을 하지 못하니
하나 해결 해 놓았더니 또 숙제가 떨어질 판이다…
이것은 또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또 다른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PS. 오늘의 사진 제목은 1) 강화 갯벌과 2) 나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