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 사이에 고치지 않는 것이 없으나, 오직 역(曆)은 남이 이미 만들어 두었으므로 그것을 쓰노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양이 체가 되니 음으로 용을 삼고, 후천은 음이 체가되어 양을 용으로 삼노라.
전주 사람 김병욱과 다른 여러 사람이 차례로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어떤 날 가르침을 내리시니, 일삼오칠구요, 이사육팔십이라. 기국이 이루어지니 천지를 무덤으로 삼는 신이요, 천지를 기지로 삼는 신이라. 영대를 운행시켜 온 세상에 닿게하니, 본체를 얻고 조화를 얻고 신명을 얻음이라. 도는 밤에 전해서 자(子)에 하늘이 열리니, 수레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허령이요, 교는 새벽에 받들어서 땅이 축(丑)에 열리니, 믿지 않아도 나를 보면 족한 지각이요, 덕을 세상에 펼쳐 사람이 인(寅)에 일어나니, 뱃속에 팔십년 들어있는 신명이라.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진사(辰巳)에 성인이 나온다는 말이 있느냐? 세상에오미(午未)에 즐거움이 당당하다는 말이 있느냐? 후천의 요순시대를 말하는 것이니라.
계묘년 여름 ○월 ○ 일 ○시에 대선생께서 하운동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한 여자에게 물어 말씀하시되, 그대는 49일 동안에 한 때도 태만함이 없이 공사절차를 지성으로 봉행하겠느냐? 허락을 받으시고 신명에게 명령을 내리시니, 이 공사를 밝혀 주시지 않으시니라. 그 여자가 명을 받아 하늘을 보니 오색구름이 햇무리를 이루었거늘,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정성이 천신을 감동시켜 천신이 그대의 공덕을 칭찬함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여러 날을 굶으시고 겨울에 홑옷으로 지내시기를 여러 번이시니, 어찌 그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큰 겁액이 닥쳐 오매 천하의 불쌍한 백성들이 얼어죽고 굶어죽을 자가 헤아릴 수 없노라. 천지의 운수라 어찌할 수 없으니, 내가 하루를 굶고 홑옷으로 떨므로서 그 수를 줄이려 함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사람의 수가 줄고, 신의 수가 주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수운이 "도기장존사불입(道氣長存邪不入)" 이라는 시구를 남겼으니, 나는 "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로 대구(對句)하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마를 풀어놓아 난신(亂神)으로 하여금 각기 그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어 오만 년 동안 다시는 망동하지 못하게 하니, 분분(紛紛)한 천하의 형세가 형형색색으로 물중전과 같으리니, 이것이 난법난도의 세상이니라.
진실은 모든 복의 근원이요, 거짓됨은 모든 화의 뿌리라. 참 도수에 따라 진법이 나와서 지기(至氣)가 운행되면 신명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옳고 그름을 감정하여 번개불에 달리리니, 뼈마디가 어긋나고 심장과 쓸개가 찢어지리라.
너희들은 힘쓸지어다. 운수는 좋지만 목 넘기기가 어려우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름을 벗어나 옳음을 따르는 길이 어떠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성경신(誠敬信)이라 하지 않았더냐. 마음을 속이지 말고 목숨을 해치지 말며, 천륜을 상하게하지 말고 남을 그릇되게 하지 말며, 간음하지 말고 재물을 탐하지 말라. 분수를 지켜 스스로 안락하고 마음을 잘 닦으라. 끊임없이 정성을 들이고 날로 덕을 넓히기에 힘쓰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나를 따르는 자는 굶어죽는 일이 없고, 사고로 죽는 일이 없느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세상에 불사약과 불로초가 있습니까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있느니라.
그가 다시 여쭈어, 옛날에 진시황과 한무제가 구하려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사온데, 어찌 얻을 수 있다고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불사약은 밥이요, 불로초는 채소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세상에 벽곡하는 방술(方術)이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먹지않고 살고자 한다면 이는 스스로를 버리는 일이니라.
3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어떤 사람이 반평생동안 가난하여 집안이 다 쓰러지고 끝내 의지할 곳이 없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더니, 하루는 스스로 탄식하기를 이렇게 구차하게 사느니 죽는 것만 못하다 하고 골짜기에 떨어져 죽으려고 산 위로 올라갔더니, 우연히 한 노인이 그 옆에 나타나 말하기를 그대는 삼 년만 지나면 큰 복을 누릴 운이니라 하는지라. 그 사람이 혼자 생각하기를 삼 년 뒤에 큰 복을 누린다면 삼 년 더 고생하는 것이 어려울 일이 있으리오 하고 돌아오니라.
삼 년이 지나갔으나 아무런 영험이 없거늘, 노인을 거짓말쟁이라 여기고 다시 산 위로 올라갔더니 홀연히 그 노인이 다가와 말하기를, 육 년 고생이라 말하면 너무 길 것 같아 삼년이라 말하였으니, 이로부터 삼 년이 지나면 반드시 큰 복을 받으리라 하는지라. 그 사람이 이 노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오니라.
다시 삼 년이 지났으나 마찬가지로 영험이 없으니, 그 노인을 미친 사람이라 여기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더니 예전의 그 노인이 앞에 나타나 말하기를, 무릇 인생살이에는 화와 복이 함께하는 법이니, 세상사람들이 화와 복은 한 가지로 하늘이 정한 것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화를 받아넘기지 못하면 복을 받을 수 없고, 살아서 화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화를 피할 수 없느니라. 그대의 화는 이미 지나가고 오직 복이 남아있을 뿐이니, 이제 죽으려면 죽도록 하라 하는지라.
그 사람이 감사히 여겨 절하고 돌아왔더니, 과연 멀지않아 큰 복을 누리게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를 따르는 자는 검난(劍難)은 없지만 식난(食難)이 있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나의 세상에서 나의 타고난 고생이 으뜸이요, 다음에 올 사람이 그 다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오늘에 만족하지 못하여 고치려는 마음을 품으면, 평생을 그르칠가 두려우니라.
말씀하시기를, 오늘 일은 오늘 하고, 내일 일은 내일 할지니라.
말씀하시기를, 될만한 사람이 있거든 세 번은 교(敎)를 권하라. 그 사람이 비록 오지 않더라도 천지공정에서는 한 사람을 포교한 공이 되느니라.
하루는 들에 계시면서 지팡이로 땅을 재시고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땅을 자세히 측량하나니, 천하의 모든 땅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으리라.
말씀하시기를, 제 일은 제가 하라.
말씀하시기를, 내 밥을 먹는 사람이라야 내 일을 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인덕을 탐내지 마라. 사람의 은혜를 많이 입으면, 보은 하기에 바빠서 몸을 움직이기가 아주 어려우리라.
말씀하시기를, 지금은 천하에 수기가 말랐으니, 수기가 돌면 모든 병이 없어지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때 끼고 헤진 옷이 쇠 갑옷보다 낫고, 담장없는 낡은 집이 쇠로 지은 성과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때가 오면 너희들은 돼지고기를 양껏 먹을 것이요, 덕으로 세상을 교화할 수 있으리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표신을 하늘로 올려보내나니, 내 세상에는 굶어죽는 일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4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나는 키가 열석 자요, 그 다음은 아홉 자요, 천하의 백성들은 일곱 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천지가 합덕하는 가을이니, 만물이 모두 매우 커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수명을 먼저하고 복록을 뒤로 하였으나, 나의 세상에는 복록을 먼저하고 수명을 뒤로 하느니라. 그러므로 나의 세상에는 거지가 없느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여름 농사를 망친데다가 가을 농사는 재해가 들어 불쌍한 백성들의 삶이 솥에 들어앉은 듯 하오니, 저들을 사랑하시고 가엾이 여기사 천덕(天德)을 드리우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내가 이 땅에 있으면서 어찌 보고만 있으리오.
우사에게 명령하시니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거늘 비를 내리라 말씀하시니, 비가 조금 내리니라.
큰 소리로 꾸짖으시기를, 이놈아. 병아리 눈물같은 비로 먼지도 못 축이겠도다. 비를 크게 내리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큰 비가 쏟아지니라.
전신에게 명령하시어 번개를 치라 말씀하시니, 번개가 조금 치니라.
큰 소리로 꾸짖으시기를, 이놈아. 눈 어두운 사람은 보지도 못하겠구나. 번개를 크게 치라. 명령이 떨어지니 번개가 크게 번쩍이니라.
뇌신에게 명령하시어 천둥을 치라 말씀하시니, 천둥이 약간 치거늘 크게 꾸짖으시기를, 이놈아. 귀먹은 사람은 듣지도 못하겠다. 천둥을 크게 치라. 명령이 떨어지니 천둥이 크게 울리니라.
이렇게 명령을 내리시며 한참을 보내신 뒤 말씀하시기를 이제 그만하라 하시니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비와 천둥번개가 뚝 그쳐서, 비는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고, 번개 한마디가 일지 않으며, 약한 천둥 하나도 치지 않으니라.
말씀하시기를, 가을 농사가 크게 풍성하리니,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으리라.
말씀하시기를, 신농이 백초를 맛보아 의약(醫藥)을 마련하고 땅을 갈아 백곡(百穀)을 심고 거두는 농사법을 제정하여 천하만세에 혜택을 입히고, 태공이 위수(渭水)에서 삼천육백 개의 낚시를 널리 벌이고 칠천이백 년 기운으로 칠십이둔을 마련하여 천하가 만세에 혜택을 입었거늘, 세상 사람들이 신농유업과 태공조작에 그칠 뿐으로 덕을 갚지 않으니, 이 해원하는 가을을 맞이하여 천지만신이 기리고 받드느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선천에 여자된 사람은 집안에서만 지내면서 목소리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밖에 나갈 때에는 반드시 얼굴을 가리고,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르고, 칠거지악의 규제를 받고, 등불 없이 길을 가지 못하게 하고, 말소리는 반드시 가늘게 하고, 남편의 부림을 받을 뿐 제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남편보다 먼저 죽으면 기복(朞服)으로 그칠 뿐이니, 또한 원한이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의 운수가 억음부양이 아니더냐.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차서 장차 화를 일으키면 세상이 거의 망하게 되리니, 이 원을 풀지않으면 문왕과 무왕같은 성신(聖神)이 한꺼번에 세상에 나와도 구할 길이 없으리라.
말씀하시기를, 곤운(坤運)은 부인의 세계니라. 선천은 남자가 주인이 되고여자는 손님이 되니 상극의 운수라 지극한 원한이 생기고, 후천은 여자가 주인이 되고 남자가 손님이 되니 상생의 운수라 지극한 즐거움이 생기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비록 철설남루라도 모두 해원하게 하노라.
5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만고의 원한이 단주가 가장 크나니, 요임금의 아들 단주의 불초함이 반만 년 동안 전해지지 않더냐.
그렇지만 단주가 못났다면 조정의 신하들이 영리하다고 추천했겠느냐. 만이(蠻夷)를 없애자는 말이 어리석은 소리더냐. 대동세계를 만들자는 것이 어리석은 소리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우임금이 단주의 어리석음을 들어 말하되, 밤낮 없이 일만하고, 물이 없는 곳에서 배를 띄우고 놀며, 집안에 떼지어 모여 술마시고, 세상을 끝장내려 한다 하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밤낮없이 일함은 고생스러이 일하는 것이요, 물없는 곳에 배를 띄움은 대동세계를 만드려는 것이요, 떼지어 집안에서 술마심은 여러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요, 세상을 끝장내려는 것은 도가 다름이니라.
요순의 세상을 단주가 다스렸다면, 요황(要荒)의 구별이 없고, 동이족과 남만족의 이름이 없어지고, 만리가 지척이며 천하가 한 집안이 되었으리니, 요순의 도가 오히려 좁았으리라.
단주의 원한이 산악처럼 높아 순임금이 창오에서 죽고 두 왕비가 소상강에 빠져 죽었느니라.
이로부터 쌓이게 된 천하의 크고 작은 원한이 큰 화를 빚어내어 인간세상을 멸망시키려 하나니, 그러므로 단주의 원한을 풀면 만고의 뭇 원한이 맺힌 바에 따라 풀어지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선경세계에 단주가 세운을 맡게되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만고의 역신을 거느렸느니라. 만고역신이 천하를 다스릴만한 재주를 가지고 천하를 널리 구하려는 뜻을 품었으나, 때가 이롭지 못하여 멸족의 화를 당하고 천추에 영락하거늘, 오히려 세상에서는 역적이라 하여 악인이라는 시비를 받으니, 각기 그 바라는 바를 따라 별자리를 정하여 펀안케 하리라.
하늘에도 명천과 노천의 시비가 있고, 땅에도 두텁고 엷은 시비가 있고, 해에도 홍수와 가뭄의 시비가 있고, 때에도 춥고 더운 시비가 있으나, 오직 별자리에는 시비가 없노라 하시니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불선유 중에서 불(佛) 자를 얻거늘, 기뻐하시며 가라사대 너는 올바로 얻었도다 하시니라. 형렬이 명을 받고 불선유 중에서 유(儒) 자를 얻으니 불쌍히 여기사 탄식하시기를 너는 잘못 얻었으니 앞으로 한 달 동안 갇히게 되리라 하시고, 유는 부유(腐儒)라 하시니라.
위엄으로 아랫사람에게 군림하니 어찌 자애로움이 있겠으며, 엄숙한 태도를 숭상하니 무슨 온화함이 있겠으며, 박정함을 예로 삼으니 어디에 두터운 정이 있겠으며, 백성을 가르치지 않으니 어떤 교화가 있으며, 텅텅 비어 알맹이가 없으니 무슨 덕이 있으리요. 나는 그 학문을 버리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맹자전서는 이것만 빼고나면 꼭 읽을 필요가 없느니라 하시고 가르침을 내리시니,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뼈와 힘줄을 수고롭게 하고 그 몸을 굶주리게 하며 가난하게 하여, 그 하려는 바를 어그러지게 하나니, 이는 마음에 참을성을 기르게 하여 그 모자라는 능력을 더해주려 함이니라.
6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부모를 공경히 사랑하지 않으면 천지를 모시기어렵고, 천지를 공경히 사랑하지 않으면 부모를 모시기 어려우니라.
천지는 만백성의 부모요, 부모는 자녀의 천지니라. 자손이 선영을 박대하면 선영이 자손을 박대하나니, 큰 겁액이 닥쳐오면 선영을 박대한 사람이 많이 죽으리라.
하루는 여러 제자와 함께 예수교당에 가시어 그 범절을 보시고 말씀하시되, 받아들일 만한 법이 없노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각 성씨의 선영신 한 사람이 천지공정에 참여하여, 자손을 척신의 손에서 빼내어 내 앞에 세우려고 몰아오느니라.
말씀하시기를,왕대 밭에 왕대가 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잘 믿는 자에게 익산와우(益山臥牛)를 주리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신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후천은 사람이 신의 소원을 들어주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천지에 가득찬 것이 신이니, 신은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병욱아. 나는 오늘 일본과 러시아의 전쟁을 일으키리니, 일본이 이겨야 옳겠느냐, 러시아가 이겨야 옳겠느냐. 가벼이 대답하지 말고 깊이 생각하여 대답하라 하시니라.
병욱이 여쭈기를, 인종의 갈래가 다르고 지리의 차이가 있으니, 일본이 이기는 것이 옳은 듯 합니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서양 세력이 동양을 침범해 들어오니, 일본을 시켜 막지 않으면 동양은 장차 서양이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러시아는 천하에 막강한 대국이요 일본은 동방의 손바닥 같은 소국이니,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지 않습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승패는 나에게 달렸느니라.
49일 동안 크게 동남풍을 불도록 명령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일본이 이로써 큰 힘을 얻으리라.
공사 중에 어떤 사람이 병을 고쳐 주시기를 청하였으나 바빠서 허락치 못했더니 동남풍이 불지 않거늘, 바로 불러오게 하시어 그 이유를 말해주시고 청을 들어주시니 그 사람이 기뻐하며 돌아가고, 동남풍이 즉시 계속되니라.
말씀하시기를, 한 사람이 원한을 품으매 능히 천지 기운을 막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일본은 천하의 일꾼이니라. 일본 사람이 내 일을 함께 하느니라. 세상 사람들이 왜놈이라고 부르거든, 너희들은 일본사람이라 부르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일본 사람은 나의 품삯 받지않는 머슴이니라. 머슴이 주인의 집을 빼앗으려 하다가 끝내 크게 패하느니라 하시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어떻게 하면 곡식 종자를 잘 고르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일본 사람이 녹줄을 띠고 오니 그 종자를 쓰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지금과 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어떻게 해야 난을 피하오리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일본이 서방 백호 기운을 띠고 오니 일본 사람에게 순종하라. 맞싸우는 것은 잠자는 범의 코를 쑤시는 것과 같으니라. 때가 되어 동방 청룡 기운이 올라오면,서방 백호는 스스로 물러가느니라 하시니라.
7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평소 너의 지극한 소원이 하늘에 올라 천조(天朝)를 보는 것이니, 오늘 너에게 허락하니 내 뒤를 따라오라 하시더라.
문득 하늘문이 널리 열려, 신선이 하늘로 올라가듯 두둥실 떠서 모시고 따르니라.
하늘에 이르니 문무만관(文武萬官)이 명령이 내리기를 기다리는데, {{}}깨끗하고 빛나는 옷으로 잘 차려입고 나아가고 물러가며 돌아 다니는 것이 법도에 꼭 맞으며, 깨끗하고 빛나게 차려입은 옷은 오색이 섞여 세상의 만듬새와 같지 아니하고, 말과 행동이 넉넉하고 아름다우며 기쁜 마음으로 어울리며 성실하고 공경스러우니 어린아이와 같고, 구불구불한 난간에는 상서로운 봉황이 간간이 울고, 푸르고 누런 집에는 상서로운 용이 때때로 돌아다니고, 마당 앞에는 꽃나무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상하고 아름다운 풀과 꽃이 세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이요, 진기하고 이상스런 새와 짐승이 혹은 날고 혹은 뛰어다니며 울고 노래하며, 신선세계의 음악이 가지런히 울려서 맑고 깨끗하기 짝이없고, 선녀들이 아름답게 춤추는데 신들린 듯 아름답게 노래하며, 층층으로 지어진 누대는 그림같은 집에 나는듯한 지붕이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았는데 단청이 놀랄만하고, 티끌 하나가 날지 않아 깨끗하고 투명하니 영롱한 광채가 틀림없는 유리세계더라.
어떤 큰 궁전이 있는데 황금으로 된 큰 글자로 요운전이란 이름을 써서 걸었더라. 궁전 안에 임금의 자리가 있으니 황금과 백옥으로 용과 봉황과 기린과 거북을 비롯하여 온갖 진기하고 아름다운 짐승과 새들을 조각하였는데, 휘황찬란하여 감히 바로 볼 수가 없더라. 대선생께서 용상에 앉으시니, 만조백관이 모두 절을 올리니라.
조금 있다가 한 선관(仙官)이 와서 의자에 앉으니, 수많은 백금 조각으로 된 비늘로 만든 모자를 쓰고, 수많은 백금 조각으로 된 비늘로 만든 옷을 입었으니, 햇빛이 반사된 빛이 번쩍여 온갖 모양으로 황홀하고, 가늘고 흰 손은 깨끗하기가 분을 바른 듯 하고, 얌전하고 조용하며 단정한 얼굴은 눈보다 맑고, 붓의 움직임은 마치 놀라 달리는 듯 하더라.
조정 아래에 한 큰 죄를 지은 죄수가 있어, 괴로이 하느님을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르니, 신장이 죄를 헤아리는 것이 지극히 엄하더라.
조회가 끝나고 형렬을 돌아보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여기 왓으니 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만나보겠느냐?
말씀드리기를, 자손된 도리에 지극한 소원이 실로 여기에 있나이다.
조금 있다가 몇 층 아래의 조금 떨어진 곳에 문 하나가 저절로 열리는데, 형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청수를 모시고 향을 피우고 주문을 읽으며 정성껏 공부하는데, 얼굴에 반갑고 기쁜 빛을 보일 뿐이요 한마디 말도 않으니라.
형렬이 세상에 내려와 기쁨을 다 말하지 못하고 여쭈기를, 옥좌 아래 자리에 흰 옷에 붓을 쥔 분은 어떤 사람이나이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석가불이니라 하시니라.
석가불이 천조에 무슨 직분을 맡았나이까 하고 여쭈니, 대제군의 존귀한 자리로서 서방칠성이니, 언제나 내 옆에 모시면서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말씀하시니라.
또 여쭈기를 동방칠성은 어찌하여 자리에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동방칠성이 신명계의 주벽인데, 내 명을 받들어 이미 세상에 내려왔노라 하시니라.
여쭈기를 동방칠성이 인간세상에 있으면 만나볼 수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지금 초립동년이니 인연이 있으므로 만날 것이요, 앞으로 한 식구가 되리라 하시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마디 말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나와 지척에 있으니 삼감이 이와같고, 혹 망령되이 말하여 천기를 누설하면 죄가되기 때문이라 하시니라.
죄수는 어떤 큰 죄가 있어 그렇게 엄히 다스리나이까 하고 여쭈니, 안록산이라고 말씀하시니라.
여쭈기를, 안록산의 배은망덕이 이미 천년이 넘은 옛일이거늘 아직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았나이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나라를 그르친 큰 죄인은 혹 백년에 한 번 신문하느니, 묵은 하늘이 나에게 폐를 끼침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상의 칠성당 앞에 다만 채소밭이 있을 뿐이니, 담백함을 좋아하는 마음이 이러하니라.
8 장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이영평이 전라감사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비장 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이레 안에 이인(異人)을 찾아오지 못하면 목을 베리라 하니, 그 관리가 난데없이 뜻밖의 명령을 받고 틀림없이 죽은 줄을 알고 문을 걸어닫고 식음을 전폐하니, 온 집안이 놀라고 겁내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하루는 그의 형이 찾아와 묻기를, 내가 덕이없어 동생이 나를 형으로 보지 않은지 오래지만 천륜으로 볼 때 형은 형이거늘, 이렇게 죽고사는 마당에 아무런 통정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하였답니다.
그 관리가 혼자 생각하기를, 형이 평소에 미친 사람처럼 허랑방탕하여 내가 형으로 대접하지 않은지 이미 여러 해인지라. 그러나 만약 천륜으로 따진다면 부모의 골육을 나누어 받은 처지니, 생사의 고비가 닥친 마당에 소조를 아뢰지 않을 수 없다라 하여 그 사유를 고하니 형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어렵지도 않은 일로 속을 끓이며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나에게 이인 친구가 하나 있어서 서로 만나지 않는 날이 없고, 서로 부탁하는 일을 들어주지 않는 바가 없으니, 날만 정하면 반드시 데리고 함께 오겠다 하였다 합니다.
그 관리가 반신반의하여 말하기를, 형의 평소 하는 일이 신용이 없으니, 만약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뢰지 않은 것만 못하여 반드시 죽음을 당하리이다 하니 그 형이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차마 어찌 너를 죽게 하겠느냐. 의심하지 말라 하더랍니다.
그 관리가 또한 어쩔 도리가 없으므로 감사에게 아뢰고 날을 잡아 기다리더니, 당일에 그 형이 혼자 오거늘 그 관리가 맥이 빠지고 낙담하여 이인이 어디에 있소 하고 물으니, 그 형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날마다 오더니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에는 한 번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기에 내가 혼자 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목을 놓아 울면서 그 형을 꾸짖고 때리며 말하기를, 형의 미쳐서 오늘날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줄 누가 알았으리요 하였답니다.
그 형이 말하기를, 일이 이미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형세라, 내가 이인이 되어 함께 가는 것만 못하리라. 운이 좋으면 우리 형제가 살 것이요, 운이 나쁘면 내가 죽어서라도 너를 살려주리라 하니, 그 관리가 어쩔수 없는 형편이라, 그 말대로 형을 데리고 관아에 도착하여 함께왔음을 먼저 통지하니, 감사가 당장에 버선발로 층계를 내려와 손을 잡고 마루로 올라 큰 잔치를 베풀어 환대하고, 사람들을 물리치고 둘이서만 즐거이 담소하는데 상하의 분별이 없더랍니다.
그 관리가 크게 의아하여 처음으로 그 형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바삐 집으로 돌아가 잔치를 열고 기다리더니, 그 형이 취해서 오거늘 거적자리를 깔고 죄를 기다리며 말하기를, 이 아우가 평소에 눈이 있어도 분별을 못하고 아는 바가 없어 무심코 형님을 거스른 죄가 크오니, 용서하시고 살려주소서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짓인가. 감사도 어리석은 사람이요, 너 또한 천치로다. 내게 무슨 재주가 있으리오. 형세는 급한데,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지는 않는 법이라, 이왕 죽을 바에는 쥐새끼처럼 죽는 것이 호랑이처럼 죽는 것만 못할지라 생각하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태연하게 모르는 것도 아는체 하니 감사는 지식이 얕아서 끝내 내게 속았느니라 하더랍니다.
그 관리가 의혹이 만갈래가 되어 폭을 잡지 못하더니, 뒷날에 감사가 다시 불러 전날과 같이 대접하고 봉물(封物)을 내리니 그 형이 받아서 물러나오더니 간 곳을 알수 없어서 그 관리가 의아해하더니, 여러 날 만에 돌아와 감사와 즐겁게 말을 나누니, 감사가 무수히 사례하고 정답게 담소하여 친구사이와 다를 바가 없더라고 합니다.
그 관리가 깊이 의심하여 묻기를, 그동안 어디로 갔습니까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감사로부터 꼭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산사에 다녀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묻기를 볼일이 무엇입니까 하니, 말하기를 감사가 어리석을 뿐이라 하므로, 그 관리가 마침내 크게 깨닫고 잔치를 크게 베풀고 엎드려 죄를 빌면서 흐느끼며 말하기를, 동생의 죄가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으니 빨리 죽여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천륜을 무거이 여기사 용서하시고 이끌어 주소서 하였답니다.
그 형이 마침내 얼굴을 풀고 즐거이 웃으며 말하기를, 네 성의가 이와같으니 내 너를 위하여 말해주리라. 금산산 미륵불이 조만간 출세하시니, 이로써 천하가 한 집이 되어 한량없는 신선세상이 되리라. 영평이 유가의 체면과 감사의 직분에 얽매어 치성을 올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니, 그 봉물이 곧 금은보배니라.
너와 나는 이번 세상에는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요, 다음 세상에 반드시 만나리니, 너는 지금부터 악한 마음을 품지말고 그 부처에게 정성을 다해 앞으로 오는 한량없는 복을 구하라 하였다 하나이다.
듣기를 끝내시자 흔쾌히 웃으시며 칭찬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이와같이 아는 사람들이 남모르게 다음 세상의 운수를 도모하는 일이 종종 있느니라.
9 장
제자가 여쭈기를, 영평이 비결을 남겨 말하기를, 청룡황도가 크게 열리는 해에 왕기(旺氣)가 태을선에 실려 오도다.
누가 떨치고 물러나 신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가.
부유함은 몸을 도모치 못하니 재물에 빠져 죽으리라.
왜가 북쪽 오랑캐 기병을 쫓아 땅을 들쑤시고
귀신의 말채찍이 하늘을 뒤덮는구나.
판밖의 백성들은 떼가 급해지거든
즉시 이십팔 곁을 찾아가라.
또 말하기를, 해는 본래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니 오미(午未)에 빛을 뿌리고 신유(申酉)에 옮기리라. 양이 가을 울타리를 들이받음을 누가 풀리요. 원숭이가 봄나무에서 울면 해가 뜨리라. 닭이 우는 밤에 온세상이 비바람에 덮이고 개가 짖을 때 만국이 티끌로 더러우리라. 사람이 살아날 곳을 알고자 하면 우거진 수풀 잠든 새 밑의 성긴 울타리니라 하니, 이 비결을 믿을 수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내 일을 밝혀 말한 것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동토산림고결에 고구려와 신라가 합쳐진 뒤 천여 년 만에 세 대장이 나와서, 세 대장이 또한 몸을 보존하지 못하고, 산새(山鳥)가 용사하여 먼 이씨(遠姓之李)가 마침내 나라를 되찾는다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먼 이씨(遠姓之李)가 마침내 나라를 되찾느니라. 제자가 다시 여쭈기를, 먼 이씨가 전주 이씨가 아니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전주 이씨가 아니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를 만날 수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내 신하인 이씨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가 도통을 하고싶어 수백 번 간청하였으니,
오늘 너에게 허락하여 도통을 내리노라 하시더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삼계가 밝게 빛나고 삼생이 환히 드러나며, 일원세계가 눈 앞에 보이고, 온세상의 뭇생명이 마음에 들어오고, 모든 이치가 오묘하게 깊으며, 온갖 모습이 삼묘하며,
서양 여러나라에 마음대로 다니며, 새처럼 하늘 끝까지 날며, 풍운조화가 부리는 대로 일어나고, 둔갑장신이 뜻대로 이루어지며, 천지와 한 마음이 되고, 삼교(三敎)를 쓰게되어
무소부지하고 무소불능 하니라.
형렬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더니 몇일 지나지 않아 도로 바치라 명하시거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도로 어두워져서 겨우 신명이 들고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문답을 나눌 수 있게 돌 뿐이라.
말씀하시기를, 모든 성씨의 선영신 한 명씩이 천지공정에 참여하여 자손을 위해 일을 꾀하나니, 도통이 먼저 나기도 하고 뒤에 처지기도 하면 모든신명이 내게 따지게 되나니,
때가 오면 한꺼번에 마음을 열어주리라.
말씀하시기를, 도가 이루어지더라도 마음 속으로만 알고, 있어도 없는 듯 해야 하나니, 사람들에게 자랑하여 남의 비밀을 많이 누설하면 하늘이 도로 거두어서 어두워 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아는 사람이 함부로 행동하여 말로써 기밀을 누설하고 행동이 천
리(天理)를 거스르면, 작게는 신벌을 받고 크게는 천벌을 받느니라.
어떤 사람이 아뢰기를, 무장 선운사에 이인으로 불리는 선비가 있어서 다가올 세상의 일을
불보듯 환히 알고, 세상을 건질 하느님이 세상에 계시니 강씨라고 하더이다.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더냐.
며칠이 못되어 그 사람이 아뢰기를, 선운사의 그 선비가 아무 병이없이 건강하거늘
몇일 사이에 비명횡사했다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천기를 누설하면 살 수가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한 사람이 먼저 도통을 받나니, 이는 모든 도를 하나로 되돌리는 하늘의 운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