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13)
《어제라는 이름의 꿈- 폴 매카트니가 꿈꾼 선율, 상실의 발라드 '#Yesterday'》
'어제(yesterday)'라는 말에는 묘한 힘이 있다. 이미 지나가 버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인데도, 우리는 어제를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한구석이 저려 오기도 한다. 어제는 분명히 과거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한 오래된 생각을 여기에 겹쳐 본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흘러간 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마음의 일로 보았다. 과거는 기억으로, 현재는 주의로, 미래는 기대로 우리 안에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렇다면 어제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안에서 되살아나는 것이다.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사라진 어제가 가장 선명한 현재가 되는 것처럼.
이 노래는 내일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새로운 내일마다 다시 불려 왔다.
이 곡의 탄생 배경은 경이롭기만 하다.
1964년 어느 아침, 런던 윔폴 스트리트의 작은 다락방. 제인 애셔의 집 위층에서 잠에서 깬 스물두 살의 폴 매카트니는 머릿속에 선율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침대 옆 피아노로 달려가 손가락을 올려놓자 멜로디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 멜로디의 흐름은 논리적이면서도 애잔했다. 그는 이 선율이 너무 완벽해서 자신이 지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Autumn Leaves'(고엽)', Fly Me to the Moon', ''Summertime', 'Over the Rainbow'와 같은 유명한 곡처럼 무의식속 어딘가에서 들은 대표적인 '재즈 스탠더드'를 훔친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한 달 가까이 주변 음악인들에게 들려주고 다녔다. “이 곡 들어본 적 있어요?”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했을 때야 비로소 그는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곡의 첫 가사는 기가 막히다. 가사가 정해지기 전의 임시 제목은 '스크램블 에그(Scrambled egg)'
였다. 계란 이야기로 시작해 "내 사랑, 네 다리가 얼마나 좋은지"를 읊는 우스꽝스러운 노랫말로 선율의 자리만 잡아 두었던 것이다. 이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존 레논도 이 곡이 몇 달 동안 완성되지 못한 채 떠돌았다고 회고했다. 매카트니는 1965년 5월 포르투갈 휴가 중 친구의 어쿠스틱 기타를 빌려 마침내 곡을 완성했다고 말했고, 계란을 대신할 단어, 곧 '어제(Yesterday)'를 찾아낸 것은 레논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가장 유명한 이별 노래의 제목이 장난에서 출발해 친구의 한마디로 완성된 셈이다.
1965년의 비틀즈는 전기기타의 함성으로 세계를 흔들던 밴드였다. 그런 그들이 이 곡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갔다. 녹음은 매카트니가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홀로 노래하고, 조지 마틴이 편곡한 현악 사중주가 뒤를 받치는 방식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녹음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악 편성은 비틀즈가 클래식 요소를 처음 받아들인 시도였고, 단 한 명의 멤버만 연주한 첫 녹음이기도 했다. 사실 이 곡은 한때 다른 가수에게 먼저 건네졌다. 데모를 들은 가수 크리스 파로가 너무 부드럽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거절당한 곡이 훗날 팝 역사상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곡 중 하나가 되었으니, 세상에는 때로 시대보다 앞서 온 부드러움이 있는 모양이다.
이 곡에 얽힌 스토리들은 여러 겹이다. 존 레논은 나중에 “이건 폴의 곡이고, 폴의 아기야. 잘했어. 아름답고, 내가 썼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어”라고 인정했다. 동시에 그는 가사가 특별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녀가 떠나고, 그는 어제를 그리워한다. 그게 전부야.”
그러나 폴 자신은 시간이 흐른 뒤 다른 해석을 더했다. “I said something wrong”이라는 구절이 어린 시절 어머니 메리 매카트니를 당황하게 했던 기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날 어머니의 어눌한 발음 실수를 그가 놀렸었는데, 그 뒤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그 작은 말실수는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연인에 대한 노래처럼 들리지만, 그 밑바닥에는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애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Yesterday'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선다. 그것은 ‘잃어버린 전체성’에 대한 노래였다. 어제는 문제가 멀리 있던 때였고, 오늘은 그 문제들이 이곳에 머물러 있는 때다. 플라톤의 '아남네시스', 즉 영혼이 잊고 있던 본래의 완전함을 기억해내는 것을 연상시키는 이 감정은, 왜 이 곡이 3천 개가 넘는 커버 버전을 낳았는지 설명해준다. 각 세대는 자신만의 ‘어제’를 이 멜로디에 얹었다. 첫사랑의 끝, 부모의 죽음, 청춘의 소멸, 혹은 더 거창하게는 한 시대의 이상주의가 스러져간 자리까지.
멜로디가 꿈에서 왔다는 사실 자체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의식의 통제를 벗어난 곳에서 떠오른 선율은, 우리가 낮에 애써 외면하는 상실의 감각을 밤의 언어로 번역해준 격이다.
그 뒤 이 곡은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틀어진 곡 중 하나가 되었고, 엘리베이터 음악이 되고, 결혼식과 장례식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
이 노래는 내일을 말하지 않지만 오십 년이 넘도록 수천 번의 리메이크를 거치며 내일마다 새로 불려 왔다. 어제를 믿겠다는 마지막 고백은 과거에 갇히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을 견딜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우리 모두는 오늘 누군가의 어제를 살고 있고, 오늘의 우리는 내일의 누군가에게 어제가 된다. 그러니 어제는 어디로 간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 안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인간은 시간을 단순히 시계의 숫자로만 경험하지 않는다. 같은 하루도 누구와 함께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행복했던 순간은 짧게 지나가고, 후회스러운 순간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기도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기억 속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어제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때의 순수함, 용기, 사랑하는 능력, 세상을 바라보던 눈빛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제도 소중하지만, 어제만 붙들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그리워해도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때의 사람도, 풍경도, 내 마음도 이미 조금씩 달라져 있다.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일과 과거에 갇혀 사는 일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Yesterday'를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노래가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단순한 후회의 감정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기회가 아닐까.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그 사람이 떠난 뒤에야 깨닫기도 한다. 건강의 가치를 몸이 불편해진 뒤에야 실감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깊이 이해하기도 한다.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귀한 선물이었는지, 모든 것이 달라진 다음에야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오늘의 삶에 대한 성찰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어제 사랑했던 사람에게 오늘 안부를 묻고, 어제 고마웠던 일에 대해 오늘 감사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미뤄 두었던 꿈이 있다면 작은 걸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이다.
어제의 후회가 오늘의 배움이 되고, 오늘의 배움이 내일의 지혜가 될 수 있다면 지나간 시간도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Yesterday'가 있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한 번쯤 돌아가 보고 싶은 장소, 조금 더 잘했더라면 좋았을 일,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빛났던 젊은 날이 있다. 그 기억들은 때론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경험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알려 준다.
그러나 인생은 어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은 내일의 어제가 되고, 오늘 우리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훗날 누군가에게 그리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나간 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도 말자. 어제의 아름다움은 기억하되 오늘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말자.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할 수 있는 사랑과 감사를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어제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오늘은 사랑으로 살아가며, 내일은 희망으로 맞이하자고.
이것이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곁을 지켜 온 폴매카트니의 'Yesterday'가 오늘의 우리에게 들려주는, 조용하지만 깊은 인생의 노래가 아닐까.
오늘따라 크로매틱 하모니카의 깊은 울림이 가을 하늘보다 더 높아만 간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첫댓글 예스터데이 (비틀즈) I 하모니카 이윤석
https://youtube.com/watch?v=vwReyi1UKHE&si=_QwI8FVbzJjSj0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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