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의 별은 낮에도 떠서 옛 친구를 반깁니다.'
< 1 >
승렬이는 어젯밤에 고향을 비추는 별이 되었다.
우리들의 기둥 승렬이는 떠났는데 고인이 남긴 웃음, 목소리, 베푸는 사랑은 우리들 가슴에 남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랑했던 죽마고우 승렬이가 원동국 19'에 쏟아부은 아름다운 뜻을 기려 그처럼 원만함을, 여유로움을 우리도 나타내보자.
그는 날마다 출석부에 짧은 소감을 올리며 화평과 즐거움으로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가 끝내 손놓지 않았던 아름다운 전통 출석부를 우리들이 이어서 화목으로 함께 써 내려가자.
승렬이가 생각나면 출석부를 둘러보자. 가끔씩도 간단히 들어와 보고 싶은 친구 이름 불러보자. 안부 한마디 적어보자. 달라진 출석부 교실들을 감상하자.
날마다 단톡방에 손쉽게 들어오는 즐거움과는 상반 되게 우리 원동 19' 카페가 유적지처럼 버려지고 사라지게 할 순 없다. 승렬이의 아름답고 숭고한 유지를 출석부를 통해 우리가 기려보자.
세월이 아버지, 어머니를 모셔가고 어느덧 친구도 데려가고 이제는 우리들도 하나하나 떠날 차례가 되었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길지 않은 세월 누군가는 5년, 10년, 15년... 이마저 화살처럼 빠른 세월이 금세 지날 것이다.
승렬이는 어젯밤 고향 한밭을 비추는 별이 되었다.
< 2 >
고향의 별
권 정 택
님이여, 어찌 우리만 남겨놓고 그냥 가십니까.
우리 철부지들만 두고 가실 때 우리가 눈에 밟히지 않더이까.
님이여, 어찌 아직 님이 손대야 할 일이 많은데 이를 누가 하리이까.
님이 하신 일이 그간 너무 많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시는 길 우리 걱정에 눈물 빚으며 가십니까.
님이 떠난 자리 너무 커서 메울 수가 없습니다.
울고만 있는 죽마고우들 하나하나 등을 어루만져 주고 가십시오.
똘똘 뭉치라고 당부하고 맘 편히 떠나십시오.
생전에도 고향 별이 되어 낮에도 떠서 친구들을 반기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하늘에서 보고 싶은 우릴 날마다 비추는 고향의 별이 되어주십시오.
먼 길 피곤할 터이니 구름 위에 앉아 가십시오.
언제든 우리가 보고플 땐 고향을 찾아주십시오.
옛 친구들 모두가 님을 언제나 가슴으로 그리워할 것입니다.
< 3 >
그리운 승렬아 !
승렬아, 뭐가 그리 바쁘니? 왜 건강하게 일도 잘하다가 우리 곁을 말없이 갑자기 떠나가니? 니가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너를 가끔가끔 서운하게 했구나. 친구들이 전통 출석부를 외면해서 섭섭했구나. 친구들이 하찮은 것 갖고 자주 부딪혀서 속상했구나. 그래두 요 정도야 인간지사 어디에나 있는 일, 이땜에 가면 안 되지.
니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우리가 다 알아. 전통출석부 명맥을 이어온 일 말고도 교명패를 찾아내오고 끝내는 학교유래비를 세우고 기념도서실을 기어이 매듭지어 문을 열었지. 얼마나 자랑스러웠다구. 그중 제일 잘한 건 친구들 사이를 언제나 둥글게 이어 놓는 감추어진 원만한 능력, 참 훌륭하고 멋진 일이었지.
그 보다 더 잘한 일은 빠짐없이 월례 동문모임을 주관해서 원동 19'의 발전과 화합을 이끌어온 일이야.
니가 사랑한 원동국은 영구히 교명패와 함께 유래비에 담겨있어 니가 언제든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할 거야.
그리운 승렬아, 니가 우릴 사랑했듯이 우리도 너를 무척 사랑했다.
너를 제일 좋아한 애들이 참 많다. 경호, 인수, 순남이, 채경이, 동윤이, 도수, 종래, 세영이, 덕중이, 근수, 정택이, 희대, 영대, 등등 참 많다.
그런데 말이 안 된다. 네가 없다는 게. 청천벽력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제 우린 눈물 속에서 너의 손을 놓아주련다. 잘 가고 잘 자. 정택이가 너에게 마지막 말을 한다. 그간 너무 수고 많았어. 이젠 편히 쉬어도 돼야 !
< 4 >
送 別
昨夜竹友行孤星
故友反面難移程
默言奚因持胸中
將約那所再相請
孤외로울 고 移옮길 이 程한도 정 奚어찌 해
默다물 묵 胸가슴 흉
那어찌 나 將미래 장, 장수 장, 請 부를 청
押韻 2연 程 4연 請
죽마고우가 간밤에 별나라 홀로 여행을 떠났네.
정든 친구들 놔두고 발길 떼기가 어려웠을 텐데.
아마 무슨 사연, 무슨 까닭 가슴에 안고 가겠지
친구야, 우리 어디서든 언제든 꼭 만나 다시 부르자.
< 5 >
옛 친구는 고향입니다.
권 정 택
옛 친구는 예전에 있었다는 친구가 아닙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인연을 연연히 이어왔다는
친구를 말합니다.
그리워 보고 싶어 부르는 사이입니다.
옛 친구는 코로나도 밟고 달려오는 반가움입니다.
옛 친구를 만나면 어린 날을 되돌리는 타임머신을
타게 됩니다.
옛 친구 하나는 고향 하나입니다.
옛 친구 둘은 펼쳐진 고향 장날의 장터입니다.
잊힌 고향이 아니라 모두가 되살아나는 고향입니다.
옛 친구는 다시는 구해올 수 없는 희귀 보석이 됩니다.
해가 수없이 지고 달이 끝없이 떠도 옛 친구는 고향을
말하는 별입니다.
옛 친구보다 아름답게 고향을 비춰주는 별은 없습니다.
진정한 별은 낮에도 떠서 옛 친구를 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