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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 → 노고단 대피소 → 돼지령 → 문수대 → 질매재 → 문바우등 → 왕시루봉 → 구산리'의 19km, 9시간 코스를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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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높이: 1,915m
위치: 전남 구례군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한국 8경의 하나이고 5대 명산 중 하나로,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다. 그 범위가 3도 5개 군 15개 면에 걸쳐 있으며 4백 84㎢(1억 3천만 평)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남한 제2의 고봉 천왕봉(1,915m), 노고단(1,507m)으로 이어지는 1백리 능선에 주 능선에 만도 반야봉(1,751m), 토끼봉 등 고산 준봉이 10여개나 있으며,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있다. 정상에서 남원, 진주, 곡성, 구례, 함양 고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 능선을 중심으로 해서 각각 남북으로 큰 강이 흘러내리고 있다. 하나는 낙동강지류인 남강의 상류로서 함양 산청을 거쳐 흐르고 또 하나는 멀리 마이산과 봉황산으로부터 흘러온 섬진강이다.
이들 강으로 흘러드는 개천인 화개천, 연곡천, 동천, 경호강, 덕천강 등 10여개의 하천이 있으며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로 "지리산 12동천"을 이루고 있다.
청학, 화개, 덕산, 악양, 마천, 백무, 칠선동과 피아골, 밤밭골, 들돋골, 뱀사골, 연곡골의 12동천은 수 없는 아름답고 검푸른 담과 소, 비폭을 간직한 채 지리산 비경의 극치를 이룬다. 이들은 또한 숱한 정담과 애환까지 안은 채 또 다른 골을 이루고 있는데 73개의 골, 혹은 99개의 골이라 할 정도의 무궁무진한 골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 비경 중 10경은 노고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 낙조, 벽소령 명월, 세석 철쭉, 불일폭포, 연하 선경, 천왕 일출, 칠선계곡, 섬진 청류로 비경을 이룬다.
지리산은 사계절 산행지로 봄이면 세석 및 바래봉의 철쭉, 화개장에서 쌍계사 까지의 터널을 이루는 벚꽃, 여름이면 싱그러운 신록, 폭포, 계곡, 가을이면 피아골 계곡 3km에 이르는 단풍과 만복대 등산 길의 억새, 겨울의 설경 등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 한국의 산하
지리산 왕시루봉의 실체를 알고 거기에 오르고자 수없이 계획하고, 두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두 번 다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기상 이상. 2018년 1월 14일 처음 시도는 폭설로[1차 시도], 2018년 10월 7일 두 번째 시도는 태풍으로[2차 시도]. 해서 2019년 6월 7일 금요일 저녁에 다시 시도한다. 교통편과 코스는 이전의 두 번과 동일하다. 차이라면 계절. 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두 번의 식사와 비상식량. 다만 세월이 흐르며 몸도 같이 흘러 과거에 같이 했던 동무들이 예전 같지 않아 동행할 상황이 안 된다는 거. 이번에는 낙진과 둘이 갈 확률이 높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가슴까지 올라오는 눈 때문에 들머리만 확인하고 포기. 이후 지리 종주에 도전했고[1차 시도], 두 번째는 태풍 콩레이로 노고단 고개에서 공단 요원들이 길을 막아, 그나마 통제가 없었던 서북 종주에 도전했었다[2차 시도]. 두 번의 실패 후 들머리와 날머리를 바꾸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즉 들머리를 성삼재가 아니라 토지면으로 하면. 해서 세 번째 시도에서는 토지면을 들머리로 하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막상 실행할 단계가 되니, 여러 가지 이유로 성삼재 들머리가 답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교통! 그래서 이번에도 성삼재를 들머리로 토지면을 날머리로 시도한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정말 미련 없이 성삼재를 버릴 생각이다!
무박 산행의 문제가 다른 산행과는 달리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다. 아침은 노고단 대피소에서 떡국을 끓여 먹고 점심은 적당한 장소에서 훈제 오리와 볶음밥을 먹을 예정이다. 다른 산행에 비해 아침으로 먹을 떡국과 사골국이 추가된다는 정도. 막판에 주행과 삼토 회장이 참여하기로 해 각 끼니 2인분에서 4인분으로 늘었다. 주행에게는 과일과 주만 들고 오라고 했고, 삼토 회장에게는 기본만 들고 오라고 해서, 내 배낭무게는 대략 20kg가 조금 안 되는 정도. 금요일 저녁 용산발 구례구(求禮口)행 마지막 무궁화를 타고 출발해 다음 날 새벽, 성삼재행 첫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그런데 와이프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려 국립공원이 통제 중이라는 얘기를 했다. 해서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지리산은 6월 6일 20시부터 전면 통제였다. 아니, 이럴 수가! 사랑방에 "그래도, 간다!"고 글을 남겼지만, 사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세 번째도 기상 이상? 그럼, 들머리를 구산리로, 날머리로 성삼재로! 그리고 홈페이지 공지를 유심히 찾아보니, 6월 8일 03:00부로 해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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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 산행에서 중요한 게 이동 중인 차량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잠을 자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 시간마저도 4시간이 채 안 된다. 이런 악조건을 견디고 잠을 자야 그나마 산행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아니면 종일 피곤한 가운데 산행을 해야 한다. 더욱이 무박 산행을 하는 이유는 장거리 산행을 위함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와중에 기차는 정차역마다 안내 방송에 내리고 타는 승객 때문에 잠을 자기에는 더 조건이 나쁘다. 해서 나는 오래전부터 무박 산행을 하는 날은 차를 타기 직전 수면제로 빨갱이를 비운다.
나중에 합류하기로 한 주행이 일정상 용산역에 1시간가량 일찍 도착해 나도 그 시간에 맞춰 가기로 했다. 집에서 반주로 빨갱이 한 팩했으니, 용산에서 간단하게 한잔 더 하면 잠자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용산역 광장에서 모든 포장마차가 사라졌고 어디 들어가 한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먼저 도착한 주행이 마트에서 맥주를 사와 역 광장에서 마시기로 했다. 해서 둘이 역광장 화단에 걸터앉아 각 맥주 2캔을 비우고 시간에 맞춰 기차에 탔다.
다른 칸에 탄 삼토 회장에게 인사를 한 후 내 자리로 돌아가 바람막이로 얼굴을 가리고 잠을 청했다. 기차 내 안내 방송과 타고 내리는 승객에 자다 깨기를 반복했지만, 어쨌든 자기 위해 노력했고, 대략 2시간 반 정도 잤다. 예정보다 5분가량 연착한 3시 10분경 기차는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리는 등산객이 꽤 많았다. 버스에 타는 게 늦으면 성삼재까지 서서 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거 같아 일행을 재촉해 역 광장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향해 갔다. 주행은 언제 역에서 나가 버스에 탔는지 먼저 도착해 버스에 타고 있었고, 우리도 버스에 타 자리에 앉았다. 예상외로 서서 가는 등산객은 둘밖에 없었다. 나머지 등산객은 역 광장에 기다리고 있던 택시 또는 구례 내려오기 전에 예약한 택시로 이동하는 거로 보였다.
3시 5분에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승객을 태우고 구례 버스 터미널로 이동 후, 3시 40분에 성삼재로 출발해 4시 20분경 도착하는 버스에 비하면, 택시가 빠르고 편한 게 사실이다. 특히 시간에 쫓기며 종주하는 등산객이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나는 주로 겨울 버스가 운행을 안 하는 시즌에 택시를 사용하지만. 역에서 터미널까지 1,000원, 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4,500원의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하는데, 터미널에서 자판기를 이용한 티켓팅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는 중에 회장은 터미널에 있는 식당에서 김밥을 샀다. 알았으면 못 사게 말렸을 테데. 버스가 터미널에 대기하는 시간이 아침을 먹기에 충분해 과거에는 그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도 했었는데, 문을 여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미련을 버리고 아침도 준비해 들고 다녔다. 그런데 이날 예약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시 40분 구례 터미널을 떠난 성삼재행 첫 버스는 화엄사에 들른 후 해발 1,102m 성삼재를 향해 힘겹게 올라갔다. 구례가 해발 200여 미터니 거의 900m 이상을 올라가야. 그리고 4시 20분경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좀 전에 도착한 거로 보이는 관광버스 두 대에서 등산객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산악회인지 궁금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관광버스로 다가갔지만, 어디서 온 산악회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버스 앞 유리에 안내문이 없고, 단체로 아침을 준비하는 거로 봐서는 직장에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하고 우리 갈 길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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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22분 모든 산행 준비를 마치고 성삼재를 떠나 아침을 먹기로 한 노고단 대피소를 향해 출발했다. 세 번째 시도하는 왕시루봉 산행의 시작이다. 아직은 어두웠지만, 랜턴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 특성상 그냥 올라갔다. 다만, 초대한 회장이 불편해할까 봐 랜턴을 가져왔는지 물어보았다. 없다면, 접대용으로 가져 다니는 랜턴을 주기 위해. 돌아온 답이 랜턴이 있다고. 랜턴이 있음에도 꺼내지 않는다면 어둠에 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들어 계속 길을 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주변 분간이 가능할 정도로 환해졌다. 내 기억상으론 두 번째 시도 때는 대피소 도착해서도 어두워 실내에서 아침을 먹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밝다니. 해서 혹시 우리 산행 시간이 다른가 하고 지난 산행 기록을 찾아봤다. 시간 차이가 아니라, 6월과 10월의 계절 차이였다! 밝아오는 주변에 포장도로를 따라 대피소를 향해 계속 올랐다. 6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노고단은 처음으로 보이는 등산객에게 길도 일러 주고, 처음 만난 다리에서 물도 떠 마시며. 5시 정각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에 도착해 마고 할멈과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고, 옆에 있는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미 취사장은 등산객으로 만원이고 어제 내린 비에 잔뜩 젖어 있는 밖의 식탁만 비어 있었다. 적당한 식탁에 자리 잡고 서서- 의자가 비에 젖어 -, 배낭에 든 조리도구 버너, 코펠과 떡국 재료인 떡국, 사골국, 달걀, 파와 고추, 그리고 반찬 열무김치와 배추김치를 꺼냈다.
음, 이게 다 내 배낭에 들어 있었다니- 배낭을 싸면서 어차피 아침 떡국에 대부분 없어질 거라,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만 지고 올라가면 된다고 자위했었다 -. 떡국이 끓는 동안 주행이 제조해온 보리차 - 빨갱이는 생수 - 한잔씩 했다. 보리차를 곁들여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머지 일행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나는 금지 구역- 당시에는 몰랐음. 애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고 날 따라 들어오는 등산객을 본 요원이 금지구역이라고 나오라고 해 알았음. -에 들어가 주변 운무를 찍었다. 솔직히 왜 거기가 금지구역인지 이해가 안 됐지만, 나오라니 바로 나왔다. 어차피 법 없이 사는 무법자지만, 요원이 볼 때는 쓸데없이 언성 높이지 말고 말을 잘 들어야...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5시 51분 대피소를 떠나 노고단 고개를 향해 올랐다. 그리고 9분 후인 6시 5분에 노고단 고개에 도착했다. 노고단 고개는 지리 10경 중 하나라는 노고단 운무를 찍는 등산객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노고단 정상에도 이미 많은 등산객이 올라가 있었다. 우리도 운무를 배경으로 단체와 개별 인증을 남겼지만, 등산객이 많아 방해 받지 않고 찍기는 힘들었다. 와중에 겁도 없이 뛰어다니는 토기에 놀라기도.
6시 13분에 노고단 고개를 떠나 본격적인 왕시루봉을 찾아가는 산행을 시작했다. 주변의 꽃이나 꽃봉오리 사진을 찍으며 일행과 보조를 맞추고, 성삼재에서 만난 초행 등산객의 길 안내도 하면서 왕시루 들머리를 향해 갔다. 6시 37분경 지난 1차 시도에서 봐뒀던 왕시루 들머리에 도착했다. 등산로를 피해 다른 등산객이 지날 수 있도록 한 후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넷이 모두 모인 순간 주변에 보는 눈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재빨리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왕시루 능선을 향해 갔다. 어쨌든 들머리를 통과한 것은 세 번 시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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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 기준 왕시루봉은 노고단을 우회해서 가는 것과 지리 주 능선 위에서 바로 빠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차 시기에는 주 능선 위에서 빠지는 길을 확인했고, 시도도 해봤지만, 가슴 높이에 이르는 눈에 포기해야 했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주 능선이 태풍으로 가로막혀 다음 방법으로 노고단을 우회하는 방법을 시도했었지만, 몇 가지 이유로 돌아서야 했었다. 그런데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성삼재가 아니라 토지면을 들머리로 해 노고단을 날머리로 하는 산행이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토지면을 들머리로 하는 것이 알바할 위험이 그나마 적었다. -. 그래서 그런지 들머리 입구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고, 대략 10분여(500여 미터?) 동안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머리를 넘는 조릿대가 무성한 수풀은 전날 내린 비를 흠뻑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수풀에 접어들자마자 모든 물기를 우리에게 떠넘겼다. 길도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수풀이 무성해 피할 방법이 없었다. 해서 길을 가다 말고 적당한 바위에 올라 물에 대비한 준비를 했다. 낙진은 스패츠를, 회장은 토시를 했다. 어차피 산행 전 예상했던 일이라 문제 될 거는 없었다. 물론 내 배낭에는 늘 스패츠와 우의가 들어있지만, 설마 신발에까지 물이 들어가겠냐는 생각에 착용하지는 않았다. 이게 이번 산행 최고의 실수였다.
2분여를 더 내려가니 노고단 갈림길이 나타나고 그나마 인적이 남은 길 같지 않은 길이 나타났다. 이미 허리 아래는 어제 내린 비를 오늘에 맞아 흠뻑 젖어 있었고, 허리 위는 바람막이가 모든 걸 막고 있었다. 문제는 배낭끈에 달고 다니는 카메라가 물에 젖었다는 거. 그렇게 계속 가 8시를 넘어 왕시루능선에 오르자 거의 산책로에 가까운 등산로가 나타났다. 법정 비탐방로라 하기에는 입이 쩍 벌어지는 상태로, 최소 일주일에 산악회 한 팀 이상 다녀야 나오는 길이었다. 고로 그렇게 다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지만, 중간중간 키를 넘는 조릿대 숲이 길을 가로막아 어쩔 수 없이 알바해야 하는 걸 보면 그게 아닌 거 같고.
어쨌든 조릿대 숲에 갇혀 두 번의 짧은 알바를 한 후 햇볕이 잘 드는 좁은 바위에 올라 젖은 옷을 말리며 잠깐 휴식했다. 주행이 가져온 보리차, 참외와 회장의 김밥을 간식으로 먹으며. 대략 10여 분 젖은 옷을 말리고 군데군데 키를 넘는 조릿대 숲을 지나 9시 3분에 1차 목적지인 문바우등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 후 든 생각이 문바우등은 왕시루능선 유일의 바위 전망대가 아닐까 하는 거다. 대략 예닐곱 명이 앉을 수 있는 사방이 뚫린 바위 봉우리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주변 봉우리는 서서히 다가오는 운무에 싸이기 시작했다.
어제 내린 비에 흠뻑 젖은 바람막이와 수건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쳐 두고, 등산화를 벗어 말렸다. 바지야 입고 있으면 알아서 마르니 굳이 벗을 이유가 없다. 각자 갈아입을 건 입고 정비를 한 후 배낭에 든 먹을 걸 꺼냈다. 주행의 보리차를 회장의 사과, 주행의 참외와 마신 후 내가 가져간 빨갱이 두 팩도 비웠다. 그리고 밤 기차를 타고 내려오느라 부족한 잠을 바위 봉우리에서 30분가량 취침으로 보충하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거리가 10km가량 현재 시각 9시 20분!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시속 2km로 간다고 해도 5시간이면 날머리인 토지면 구산리에 도착한다. 10시에 출발하면, 3시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오히려 너무 일찍 도착해 뭘 할까가 고민이었다.
일행이 잠을 청하는 동안 카메라가 이상해 살펴보니, 비에 젖은 조릿대 숲을 헤쳐 나오는 중에 카메라에 습기가 차 오작동에 사진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일단 가능한 모든 수준으로 카메라를 분해해 뜨거운 태양 아래 말리고 배터리는 빼 두었다. 그렇게 20분가량 태양에 말린 후 다시 조립해 사진을 찍어보니, 사진 상태는 정상으로 보였다. 다만 카메라 오프가 안 되는 오동작은 계속되었다. 뭘 이런 정도면, 일단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남은 문제는 서울 가서 해결하기로 하고. 10시가 좀 지난 왕시루봉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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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진이 리딩을 하고 그 뒤를 회장과 주행이 따라가고 나는 카메라 상태를 확인하며 제일 뒤에 처져서 따라갔다. 그렇게800여 미터를 가더니 갑자기 앞서가던 일행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해서 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해보니 피아골을 향해 가고 있었다. 와중에 내가 지도 해석에 오류를 일으켜 더욱 피아골을 향해 일행을 유도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독도에서는 낙진이 확실히 한 수 위다. 그 상황에서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900여 미터를 왔으니 그대로 돌아가 알바를 시작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 이대로 피아골로 가 직전 마을(이 아니라 연곡사)에서 산행을 끝내는 두 번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계곡을 가로질러 목적지인 왕시루봉으로 가는 세 번째.
처음은 내가 죽어라 싫어하는 왔던 길 돌아가기, 두 번째는 일행이 원한다면. 그런데... 결론은 세 번째로 계곡을 가로질러 왕시루봉으로 가기로 했다. 물론 내가 앞서 달리니, 따라 왔겠지만. 당연히 길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나와 산행을 많이 했던 낙진은 내 스타일- 길을 만들며 다니는 -을 잘 알고, 같이 다니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나 정기산행만 같이한 주행과 나와 처음 산행을 같이하는 삼토 회장님은 능력이나 한계를 알 수 없어 조심스러웠다. 결론은 산악회장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부족한 잠과 조릿대, 너덜, 어제 내린 비라는 힘든 상황에서 길을 만들며 왕시루봉을 향해 달렸다. 나는 밑에서 즐기고, 회장, 낙진, 주행은 위에서 즐겼나?
너덜에 넷이 다시 모여 왕시루봉을 향해 가다가 발견한 검정 고무줄- 파이프, 이게 뭘까 유심히 보니 수액을 채취하기 위한 -, 길도 없는 너덜, 여기저기 설치된 수액 채취용 고무파이프! 난 이걸 설치한 사람을 존경한다! 비록 계곡이었지만, 물 구경하기 힘든 너덜을 가다 졸졸 물이 흐르는 개울을 지나자마자 일행에게 "배고프지 않냐?"라고 물어보았다. 우리가 아침을 먹은 시각이 5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고, 현재 시각 12시 17분, 비록 문바우등에서 간식을 먹었지만, 그것도 2시간 전이니, 배가 고파야 인간이다.
너덜과 조릿대 지역을 헤매느라 지친 일행을 적당한 장소에 앉힌 후, 노고단 대피소 이후 다시 배낭에 있는 모든 걸 꺼냈다. 낙진이 훈제 오리를 볶는 동안 나는 좀 전에 본 그 졸졸 흐르는 물로 가 이번 산행을 위해 오리와 같이 산 깻잎을 씻어왔다. 남은 파와 고추를 넣고 첫 훈제 오리 팩은 깻잎에 싸서, 내가 가져간 4팩의 빨갱이 중 하나와 두 번째 오리는 깻잎에 싸기도 귀찮아, 깻잎을 손으로 찢어 오리와 같이 볶아 빨갱이 안주로. 남은 기름에 볶아 먹기 위해 가져간 밥은 다들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해 다시 집으로... 대략 1시간가량 너덜에서 점심을 먹었다.
위의 지도에서 확인이 가능하듯, 계속 내 페이스대로 가면 내가 원하는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주행의 그만 올라가자는 말에 위에 보이는 능선으로 치고 올라갔다. 아주 당연히 그 능선에는 우리가 피아골을 향해 갔던 길이 있었다. 다시 그 길에 합류해 왔던 길을 돌아갔다. 실제 돌아간 길은 150m에 불과했지만. 알바를 시작하는 지점으로 돌아가는 중에 갈림길이 나타나 일행은 그 길을 따라 왕시루봉으로 갔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그 길을 따라 갔다. 이유는 왜 우리가 알바했는지 궁금해서. 2시 33분에 알바를 시작한- 당시에는 몰랐지만 - 지점에 도착했다. 역시 키를 넘는 조릿대 숲이고 왕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오던 코스에서 우로 꺾였다. 정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피아골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 몰라 피아골 갈림길(느진목재)이라고 명명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 후 오른쪽으로 꺾어 왕시루봉을 향해 갔다. 결론적으로 거리로는 2.5km, 시간으로는 4시간에서 좀 모자라는 대형 알바를 했다. 그리고 내 기준 애초 생각했던 왕시루능선이 아니라 실망했던, 산행의 부족 부분을 채워줘 대단히 만족했다. 나머지 일행은 그 알바에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 남은 산행이 대단히 힘들었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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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등산로?에 올라 다시 왕시루봉을 향해 갔다. 그런데 폰 등산 앱 지도에는 왕시'리'봉, 왕시'루'봉 두 개의 봉우리가 있었다. 아니 왕시’리’봉이라니? 이건 뭔 소리야? 어쨌든 가보면 알겠지! 대형 알바에 지쳐 왕시루봉을 향한 마지막 깔딱을 오르기에 힘에 부친 일행이 쉬는 동안 바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고개에 오르자마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지도를 확인하니 왼쪽에 정상이 있었지만, 오른쪽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그쪽으로 200여 미터 가 보았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로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해서 다시 왕시루봉을 향해 가며 밑에서 쉬고 있는 일행에게 좌로 오라는 문자를 남겼다.
일행이 깔딱을 올라오는 동안 나는 왕시루봉 정상을 향해갔다. 그러다 갈림길을 만났는데, 당연히 이정표가 있을 리 없어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왕시'리'봉 정상이 10여 미터 내에 있었다. 갈림길에서 위를 향하는 왼쪽으로 올라가며, 뒤를 향해 큰소리로 왼쪽으로 오라는 소리 지르는 걸 잊지 않았다. 내가 그쪽으로 간 이유는 이번 산행 전 확인한 산행기에서 '眞' 정상, '假' 정상이라는 내용을 읽고 이게 뭔 얘긴가 했었기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10여 미터를 올라 그 산행기에서 언급한 진정한 왕시루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나처럼 呼兄呼弟를 못하는 정상이 아쉬운 누군가 돌을 쌓아 '여기가 왕시루봉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게 다였다. 생각 없이 왕시루봉을 온 등산객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일행이 오기까지 그 돌 위에 앉아 이 봉우리는 왜, 이런 대접을 받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왕시루봉 정상이 그 이름을 다른 곳에 넘겨주고 정상석 하나 없이 앱 상에는 왕시'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뭘까? 이 글을 쓰며 구글링도 해보고 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모르겠다!'
정상에서 인증을 찍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왕시루봉' 정상이 된 곳을 향해 갔다. 와중에 정상 근처에 있는 삼각점을 정상으로 착각해 인증을 남기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정상석(정상이 아니라)을 향해 가다 왼쪽으로 길이 있어 간 섬진강 전망대(왕의 강 전망대)는 '이것만으로도 이번 산행이 아깝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정상에서 30여분을 내려가 '왕시루봉' 정상석에 도착했다. 봉우리도 아니고 허허벌판에 서 있는 정상석이라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납득이 안 된다. 뭐 굳이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계속해 날머리 구산리를 향해 내려갔다.
그 시각이 4시 41분이다. 버스 막차가 7시 35분, 전체 산행 코스에 따르면 정상에서 날머리까지 6km가 넘는다. 그럼 최소 2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로 하산하면 저녁도 못 먹고 바로 서울로 가야 한다는 거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녁은 먹고 가야 하는데, 단골 '동아식당' 이나 봉 감독이 추천한 집에서. 이해되지 않는 거리다. 내가 보기에 최대 3km? 뭔가 지도에 오류가 있는 거로 생각됐다. 그렇게 믿고 내려가다 깨달은 사실은 트랭글 기준 정상이 해발 1,257m, 날머리 구산리가 해발 235m, 그럼 1,022m를 내려가야 한다. 급경사가 아닌 이상 그 거리가 만만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 결론적으로 6.25km로 지도가 정확했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가 끝나고 비가 만든 개울 길을 따라 내려가니 시멘트 포장 임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급경사의 임도를 따라 내려가며 저 아래로 보이는 도로에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아니 저기까지 언제 내려가! 해서 적당한 장소에 배낭을 벗어 두고 구글링해 찾은 구례 택시로 전화했다. 그 시각이 6시 10분으로 이번 산행이 끝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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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부른 다음 길에 앉아 귀경 방법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한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일행은 옆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옷을 갈아입는 등 산행 뒷정리를 했다. 일단 귀경 방법에 대해 7시 35분 남부터미널행 버스는 저녁을 버려야 하니, 지역 맛집을 위해 8시 32분 용산행 무궁화를 타는 거로 합의했다. 그리고 도착한 택시를 탄 다음 봉 감독이 추천한 식당에 대해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기사가 하는 얘기에 따른 그 집 메뉴가 굳이 구례까지 와서 먹을 이유가 없어 보여 단골 동아식당으로 방향을 바꿨다. 가오리찜은 낙진이 별로라고 했고, 나도 물려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동아식당의 주메뉴는 '김치찌개'라.
6시 40분경 동아식당에 도착해 가오리찜 작은 것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주메뉴가 나오기 전에 다른 친구들은 소맥을 나는 잎새로 이번 산행에 대해 건배했다. 그리고 가오리찜과 김치찌개를 안주로 잎새 2병과 맥주 2병을 마셨다. 식당에서 박박 긁어 준 밥도 먹고. 나는 종일 마신 술이 아직 안 깬 상태라 술을 더 마실 수 없는 상태였고, 한 잔만 더 마시면 엎어져 잘 거 같아 5잔만 마시고 나머지는 사양했다.
그렇게 먹고 마신 후 아직 기차 시간은 남았지만, 피곤해 잘 거 같다는 의견에 역에서 자기로 하고 역으로 떠났다. 8시 5분경 역에 도착해 씻고 산행 정리 후 32분에 도착한 용산행 열차에 탔다. 타자마자 등산화를 벗고(최고의 민폐였다. 비록 승객은 몇 없었지만.) 바로 잠이 들었다. 몇 번 깨기도 했지만, 낙진이 수원에서 내리는 것도 몰랐다. 12시 30분경 용산에 도착해 일행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 1시경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성삼재 → 노고단 대피소 → 돼지령 → 문수대 → 질매재 → 문바우등 → 피아골 갈림길(느진목재) → (늑대 산행 → 피아골 갈림길(느진목재) →) 왕시리봉(왕시루봉) → 왕의강 전망대 → 왕시루봉(정상석) → 구산리'의 19.14km(트랭글 기준), 13시간 46분 코스를 탐험했다. 새벽 4시 22분 성삼재에서 시작해, 18시 09분 구산리에서 종료, 이동 9시간 37분, 휴식 4시간 09분. 와중에 2.54km(트랭글 기준), 3시간 58분의 늑대 산행(알바)을 했다. 들개 산행 거리와 시간을 뺀다면, 16.6km 9시간 48분의 산행이었다.
세 번 시도 만에 성공한 산행이라 감회가 새롭다.
조릿대로 시작해 조릿대로 끝난 능선이지만, 문바우등에서 보이는 지리와 왕시루봉에서 보이는 섬진강은 꼭 한번은 봐야 한다. 물론 두 번씩 볼 생각은 없다.
선교사 별장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사성암을 묶어 야유회 산행으로...!
용아야, 기다려라!
첫댓글 봉우리도 아닌 허허벌판에 서 있는 '왕시루봉' 정상석!
왕시루봉 쪽에서 '내려다볼 것'으로 생각한 섬진강은 하늘에 걸쳐 있는 것으로 보여 신기했다.
내가 '피아골 갈림길' 이라고 명명한 지역의 공식? 명칭은 '느진목재'!
나는 이번 산행에 만족한다. 먼저 주행이와 윤경이가 같이하게 되어서 좋았다. 씩씩하게 잘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실 주행이는 믿음반 우려반 있었다. 윤경은 딱 봐도 산꾼이라 걱정 안했다. 무관심인가? 그래서 관악 친구들이 매너가 못하다고 했는지도 ㅋ - 오히려 나는 마음 한 구석에 나 자신을 염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0여Km 정도는 힘에 부치리라고 생각.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난 오늘도 다리와 허리 등짝까지 ㅎㅎ
사람이 마주치지 않는 산길을 만들어가면서 갈 수 있게 계획해준 규헌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한다. 조릿대 숲을 헤치고 가는 기분은 살아가는 저항하는 느낌에 젖을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나는 비가 쏟아지는 산길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비온후 물에 젖은 길을 헤치고 가는 맛은 그와 비길만하다. 덕분에 모자를 하나 산에 선사했다. 그래서 모자는 기회있을 때마다 많이 준비해둬야겠다 생각. 다들 신발이 젖은 것 같은데.. 스패츠를 한 덕에 발은 내내 뽀송뽀송... 그러나 냄새는 문제... 기차에 타고 신발을 벗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이만저만 민폐가 아니었을 듯하다. 신었다 벗었다 ㅋㅋ (이해해 주세요). 옷과 배낭은 상거지꼴이 되었
다. 다음에는 배낭에도 방수포를 씌워야겠다. 옷은 조릿대와 풀에 쓸려서 빨아도 스쳐생긴 얼룩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흠- 제대로 산행을 했군...) 이것도 즐겁다. 산을 가면서 이정도는 되어야 산에 갔다왔노라 할만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대형 알바, 새길 개척 산행은 내가 좀더 준비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내가 그 순간 길잡이였고... 목적지 산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길이 하나라고만 생각했던게 잘못이었다. 갈림길이 있으리라고 그순간 생각하지 못했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수풀 터널을 지날때에는 지도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알바 시초점에 다시 돌아가는 길에는 열심히 지도를 보고 갔다.) 그 이후 규헌이 길을 잡았지만 나는 산 허리를 치고 나가면서 능선길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규헌이 리드에 따랐다. 나는 산길에 대해서는 완전 초자였다.
산허리를 치고 나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치고간 산허리는 피아골로 쓸어내려가는 사면이었고... 기본 능선에 자잘한 지선이 뻗어 내린 터라 수없이 고개를 오르내리는 형국이었고 너덜을 지나고 대나무 수풀을 지나야 되었다. 체력이 급격히 방전되었다.
느진목재?가 지척에 보이는 듯했지만, 앞에는 여전히 여러개의 능선이 자잘하게 늘어져 있을 터였다. 우리가 내려온 길이 오른쪽에 100여 m 정도 있었고.... 큰 유혹이었다. 힘들어하는 주행이와 윤경이(는 아닐수도)와 이심전심으로 작당을 했다... ㅋㅋ 쿠데타다... 능선을 치고 올라가자했고 규헌이 아쉬운 표정으로 허락을 했다(내 기억). 주행이와 윤경에게 규헌이 우리를 배려한 포기-허리를 차고 가는 새길을-라고 얘기해 줬다.
붉은 선이 내가 생각한 코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둘을 다그쳐갔는데... 앞을 보니 용기가 안 생겨 ㅋㅋ
@성낙진 사실은 약간 더 앞쪽으로 평행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근데 온 길과 비교하니 ... ㅠㅠ
@성낙진 ㅎㅎㅎ
느진목재
노란선: 왕시루봉 방향
붉은선: 피아골 방향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성삼재에서 출발하든 토지에서 출발하든 길을 제대로 찾기 쉽지 않다.
사실 이건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데.. (윤경 미안)... 휴식 시간에 윤경이 약간 오버해서 빨갱이를 마신듯... 좀더 용감해지고... 무대뽀... (맘에 들어 ㅋㅋ) 덕분에 따라가다 모자 해먹었음. 그길은 당연히 선택했을 길이고 알바지점으로 돌아가지 않고 능선을 만나는 지름길이었다. 그런데 그때까지의 길보다 가장 흔적이 없는 길이었다. 멋있었어 윤경!
우리는 유럽의 성벽같은 바위벽 지대를 지났다. 이번 산행에서 몇 안 되는 절경 아니었나 싶다.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주행이의 뚝심이 돋보였다. 헉! 지구력이 만만치않다고 (?윤경에게 말했던 것 같다). 그길에서 주행이가 힘겹게 지고온 참외와 사과를 뺏어먹고 나는 약간 기운을 차렸다. 그 성벽은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지의류와 음지식물이 벽에 붙어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딴 동무들은 기억하시나?)
그 성벽에서 살고 있는 식물
왕시루봉은 뾰족한 산의 정상이 아니었다. 지도로 보아도 긴 대로 형성된 곳의 가장 높은 곳이다- 그 가장 높은 곳에 지도에서는 왕시'리'봉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1240m가 약간 넘는다. 왕시루봉 표지석은 1220여 m 지점, 헬기장 옆에 있다. 왕시루봉 언덕?은 동쪽이나 서쪽에서 보면 긴 대로 보일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떡시루 엎어놓을 것처럼 보일 것 같다.
이번 산행의 최악은 하산길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가도가도 마을이 보이지 않는 배신의 하산이었다.ㅋㅋ 또 가장 덥기도 했고...
이제 여기만 가면 됨.
http://cafe.daum.net/snu85/kB1m/208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섬진강을 "왕의 강"이라 부르고, 우리가 저 사진을 찍은 위치를 "왕의 강 전망대"라 부른다!
낙진이도 댓글에 쓴 글 모으고 조금 덧붙여서 왕시루봉 산행기를 하나 완성해라.
낙진이 말대로 왕시루봉 올라가는 성벽같은 바윗길은 아직 등산객들의 손을 안타서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멋진 길이었다.
다만 우리의 상태가 최악인 상황이어서 뭘 더 꺼내먹지 않고서는 한두발 더 내딛을 힘도 없어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해 아쉬웠지.
그 때쯤 정말로 고지를 코앞에 두고도 좀 쉬었다가자고 할 수밖에 없었어.
발에서 쥐가 나려고 하더라고.
거기서 낙진이가 깎지도 않은 사과를 우걱우걱 베이먹는 모습을 보니 메고온 보람도 있고 뿌듯하더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