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 정선례
나는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온순하고 말 잘 듣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언제라도 돌변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생채기를 낼 것 같다. 웅크리고 앉아 양 옆으로 찢어진 예민한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는것도 싫다. 한 중학교 국어시간에 선생님은 우리가 졸려하면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주었다. 그중에 단편소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잊히지 않는다. 무서워서 확 잠이 깨어났는데 그때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계기로 고양이를 싫어한 것 같다. 줄거리는 ‘나와 아내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키웠다. 술을 마시면서 포악해졌고 플루토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돌아온 어느 날 플루토가 나를 슬금슬금 피하자 화가 나 고양이의 한쪽 눈을 칼로 도려냈고 며칠 후 결국 플루토의 목을 밧줄로 묶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였다. 결국에는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주인공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자꾸 음식을 건드리고 생선이라도 아궁이 불에 올려놓고 자리를 잠시 뜨면 귀신같이 먹어치워서 하루는 잡아다 마당에 내 던졌다고 한다. 며칠 후 부뚜막 위에 쥐를 잡아다 올려 놓는 심술을 부렸다고 친정어머니도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지난 겨울 퇴비사 한쪽을 차지하고 새끼를 낳았던 어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새끼들이 어미가 되어 돌평상밑이나 자동차 밑 서늘한 곳에서 스르륵 잠이 든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한 해에 새끼을 세 번 낳는 저것들의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쥐가 자취를 감춰버린 점은 고마운 마음이 크다. 시골은 고양이를 놔 기르는지라 야생의 습성이 살아있다. 뱀도 눈에 띄면 물고 곤충도 사냥해서 어서 제 새끼들을 먹인다. 거실 통유리에 아침이면 새가 세게 부딪쳐 데크로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충격에 정신을 잃었던 새를 곧바로 뒤집어주면 살아나 숲에 데려다 주면 정신차려 날아간다. 곧바로 안 나가고 잠시 후에 나가면 어느사이 그것들이 훔쳐 달아나고 없다. 고양이는 무리지어 생활하지 않고 배설물도 흙을 파낸 뒤 감추어서인지 똥도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구석에 들어가 스스로 몸을 핥아 털을 단장한다. 개는 낮선 사람이 오거나 밤에 산짐승이 보이면 컹컹 짖지만 고양이는 시도때도없이 창문 너무로 다가와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도 독서에 방해된다.
아침 일을 시작하려고 축사에 갔더니 바나나 크기의 노란털 새끼 고양이가 앞발을 나란히 모르고 엎드린채 송아지 사료를 탐내고 있다. 내 발걸음에 잔뜩 경계 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쏜살같이 풀숲으로 달아난다. 고양이는 다른 짐승들과 다르게 유달리 예민하다.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새끼를 키우는 동안 어미에게 멸치등 음식물도 갖다 주었지만 겁내는 건 여전하다. 그러다가도 사람이 안 보이면 방문 앞 데크 테이블위나 화분 나뭇가지위에 올라가 훼손시켜 나를 화나게 한다.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낮과 기온차가 크다. 추운 겨울이 오기전에 저들이 어디론가 환영받는 곳으로 떠났으면 좋겠다. 고양이와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