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복 21호 문예지 시5편
1.
우중 낙화
송치복
겨우내
숨겨진 그리움이
연분홍 물결로 바람에 일렁일때
길손처럼
찾아드는 빗물에
화려했던 상처들이 거리에 눕는다
누구라서
이미 젖어있는 어깨 위로
가녀린 잎들이 앉는다고 슬퍼할까
말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은 모두를 품고 흘러가는 데.
2.
봄이 오는 길목
송치복
설렘으로 찾는 고향 명절에는 텔레비전 불빛 아래
외롭게 웅크린 그림자와 마주한
당신이
먼 길 달려온 자식들 반갑게 맞이했는데
올해는
소독약 냄새 가득한 병실에서
자식들 맞이하시니 가슴 먹먹합니다
늘 "괜찮다." " 밥 먹었다." "걱정 말아라." 하시던
짧은 한마디 속에
얼마나 많은 고독을 삼키셨을지,
당신이
홀로 서성이시다 넘어지신
집 문앞의 시간이
가슴위로 무겁게 쏟아지는 것은
이제야 철들어가는 자식
숨겨진 그림자를 읽기때문입니다
아버지,
당신의 고요한 시간들이
너무 시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식들의 안부가
당신 삶을 지탱하는 작은 난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이번 명절 병실에서 보내신다며 슬퍼하지 마세요
꽃피는 봄이 오기 전
하루빨리 쾌차하셔서
어머니 떠나신 언덕으로
꽃구경 가세요
벚꽃 피는 날 그곳은
그리우신 어머니 환한 미소
만발하는 곳이잖아요.
3.
겨울 나그네
송치복
지난밤 눈 내려
산책길 나선 걸음에
잔설이 제법 모였습니다
제설 잘된 곳 밟고
나서는 걸음 뒤로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아픔이
동행합니다
열어젖힌 가슴 밭에
새겨진 칼 자국
그 길 따라 십여 년, 무던히
걸어왔는데
다시 가슴 열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
잊힌 줄 알았던 붉은 선들이
눈가의 이슬 안고
몸부림치며 깨어나는 건
기억하기 싫은 흔적 때문인지
지천명 지났으니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터
또다시 열어야 하는 가슴 너머에
새로운 생의 박동 있다는 데.
4.
겨울 비
송치복
애달픈
어느 여인의 눈물인가
사연 안고
이슬이 내린다
잔잔한 호수 위에
앙상한 가지 위에
숨죽인 대지 위에
조용히 내린다
대롱대롱
가지 끝에 매달린 사연
아롱거리는 날
눈가에 맺힌 이슬처럼
비가 내린다.
5.
겨울나무
송치복
어머니 떠나신 지 6년
홀로 지내신 날이 6년
그렇게 살아오신 아버지
화려했던 살과 피는
자식들 행복 위해 다 나누어 주시고
앙상한 몸, 가지만 남은 고목이
되셨습니다
한때
잘나지 못한 삶 어디 있으랴
한때
화려하지 않은 삶 어디 있으랴
그러한 당신은
오직 가족 위해 희생하시며
작은 거인으로 사셨습니다
이제
찬바람 불고 눈보라 몰아치니
세상과 자식들 삶
묵묵히 바라만 보시며
홀로 지키시는 자리가
외로우신가요
아버지
여든일곱 번째 생신날
하지 못한 말 가슴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