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간 논제는 제대로 진행하지 못 했지만 별점과 소감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했다. 최저 점수가 4점인 고득점의 책이었다. 독서단샘들이 서경식작가에게 얼마나 빠져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중 올해 한국을 방문한 서경식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온 ㅎㅈ샘이 부럽다.
ㅁㅇ샘과 읽었을 때 별점이 4.1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별점이 4.3으로 올라갔다. 다시 읽으면서 한 번 더 '서경식작가스러운' 글들이 부러웠다. 이번 생엔 작가만큼의 깊이는 가지지 못하겠지만 끝없는 깨달음으로 나날이 깊어져 보리라.
이 책은 서경식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서 우리에게 영국을 보여준다. 작가가 보여주는 영국은 매혹적이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대로에서 바로보는 영국이 아니라 어느 골목길을 들어서서 그 나라의 일상을 보는 느낌이다. 가끔 문이 열린 어느 집 살림도 들여다보는 기분?
다시 읽으면서도 여전히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소하다. 하지만 그 이름을 불러보면 지난 번보다는 익숙한 느낌이 든다. 어디선가 '잉카 쇼니바레'의 작품을 만난다면 스쳐지나가지 않고 오래도록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인간으로 하여금 집요할 정도로 성별을 의식하게끔 만들었던 시대"에 여성은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울프는 강연장에서 "와인을 마시며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확실히 말했다."라고 일기에 남겼다. '자기만의 방'이라고 하는 상징적인 비유를 통해 남편이나 가정에서의 자립, 가부장제로부터 독립할 각오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p.49) 나는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물어보게 된다.
넬리 작스는 1891년 베를린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일찍부터 시를 발표했는데 나치 정권이 수립되어 압박을 받자 1940년에 늙은 어머니와 함께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그의 약혼자는 나치에게 생명을 잃고 말았다. 이후 작스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스웨덴 시를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자신의 시를 썼고 196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p.155) 유대인이지만 1945년이 지난 후 독일어로 글을 쓴 작가들을 만나게 되면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있다. 언어와 인간은 다른것인가?
원재료 역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나 동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코튼이다. 요컨대 우리가 '아프리카적'이라고 믿거나 머릿속에 떠올리는 색채와 문양은 실제로는 근대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종주국이 식민지에 강요함으로써 생겨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p.189) 다시 읽어도 이 문장에 눈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