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I 시대를 감당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가 시대적 과제, 각자도생의 국제정치에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이전에 없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정부의 광폭 행보에 AI는 고사하고 정책 속도조차 따라가기 버겁다.
이 글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연구자로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한국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우리는 AI가 가져올 이 시대적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다
바야흐로 AI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AI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AI 시대, AI 열풍, 아니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는 그 규모조차 가늠이 안 되는 투자 소식이 폭탄처럼 터지고 있다. 수백조, 수천조가 소위 3대 메가 프로젝트(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에 투자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생산기지이자 혁신의 토양이 되고, 세계 기술과 자본, 인재와 아이디어가 연결되는 대체 불가의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을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젠슨 황(엔비디아)과 샘 올트먼(오픈AI)에게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은 제안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실 나의 세대에서 그런 현실을 마주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AI를 이해하지 못한 자, AI를 찬송하지 않는 자는 패배자로 취급받는다. 그럴 순 없다. 혹시나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까 이리저리 정보를 수집하고 대화를 시도해 본다. 도대체.. “누구냐 넌?”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우리는 정말 AI와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똑똑한 AI가 내 비서가 되어주는 세상, 하지만 난 이 세상이 편리하지만은 않다. 이 불안함은 무엇일까? 아마도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일 것이다. 사회공동체의 가치를 잃어버린 혼돈의 사회에서 몰아치는 ‘AI’라는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실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나만의 공포인가?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나?
“Too fast Too furious.” ‘분노의 질주’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상징하는 문구이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AI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누군가는 그 바람을 타고, 또 누군가는 저항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 휩쓸려가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분명 AI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상황은 역전된다. AI는 더 이상 인간의 도구가 아닌 경쟁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망한 업종으로 회자되 던 이공계 직업군들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이미 제조업 현장에서 대세가 된 지 오래다. 3년 후 대학입시를 위해 학과선정을 해야 하는 조카는 AI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전공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인문·사회, 예술 분야는 안녕한가? 필자와 같은 연구자들에게도 AI는 도전과 기회를 모두 제공한다. 어느 정도 연구경력을 쌓은 상태에서 적당히 AI를 쓸 줄 아는 필자와 같은 중견 연구자 세대에 AI는 훌륭한 비서이다. 수 많은 자료와 통계를 찾는 수고를 덜어주고 PPT를 대신 만들어 준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과학기술의 축복인가?
하지만 어느 사이 AI는 인문·사회, 그리고 예술 분야에서 인간의 창작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AI는 연구자, 특히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위협하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이제 학위논문 작성에 AI를 활용하지 않는 대학원생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박사가 무슨 소용인가? 솔직히 두렵다. AI보다 더 열심히 하라고? AI와 경쟁해 이기라고? 솔직히, 자신 없다..
인간을 위한 AI 시대 준비해야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SF소설 ‘듄(Dune)’에서 인간은 AI와 전쟁을 벌인다. 편리한 도구였던 AI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소설에서 인간은 AI와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AI 기반 기계들을 폐기하고 제작과 소유를 금지하게 된다.
나의 세대에 AI와 전쟁이라니 가능키나 한 일인가? 필자는 최근 피지컬 AI가 이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작동’하고 AI가 움직이는 군사 무기가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며 어떤 대답도 가능함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AI 시대를 준비, 아니 살아가야 하나?
필자는 우리 사회공동체가 ‘인간을 위한 AI 시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인과 노동자, 연구자와 창작자들이 함께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AI 시대인지 토론하고 혹시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찾아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12.3 내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우리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했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장선상에서 정부는 출범 당시 국정 원칙으로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를 제안한 바 있다.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이 말한 ‘사회적 자본’의 가치를 담은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을 위한 AI 시대’,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는 AI 시대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될 것이다.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이 말한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 호혜성 규범, 그리고 시민 참여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