㉕ 금돼지로 변한 보계산 지장보살 강원도 철원군 보개산에 있는 석대암(石臺庵)은 생지장(生地藏)의 도량이라 하여 기도인 이 그칠 새가 없었다. 그런데 이 지장보살을 생지장 즉 산 지장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 연유가 있었다. 보개산은 금강산의 보배 뚜껑이라 하여 보개산이라고 불렀으며 석대암 뒷봉을 환희봉(歡喜峰) 또는 대소라치라고 부르는데 큰 봉우리, 큰 고개라는 뜻이다. 그 대소라치 너머 수백호나 되는 집에 화전민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화전만 가지고 살 수가 없었으므로 짐승을 잡아 팔기도 하고 먹기도 하였다. 그러나 금강산의 뚜껑이라는 이 성산에 불보살이 피 흘리는 것을 보고만 계실리가 만무하였다. 대소라치 넘어선 어느 동리에 사냥꾼의 괴수인 이순석(李順碩)이란 사람이 살았다. 하루는 친구 한 사람과 같이 활과 창을 메고 대소라치 고개를 넘어가서 짐승을 찾고 있었다. ⌜여보게 순석이, 오늘도 또 허탕인가 보이. 요사이는 웬일인지 통 잡히지를 않는단 말이야.⌟ ⌜재수가 있으면 잡는 것이고 없으면 못잡는 거지. 꼭 잡기만을 기대할 수야 있나?⌟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하루 한두 마리꼴은 잡아야 처자식을 굶기지 않고 살아갈 것이 아닌가?⌟ ⌜쉬! 저것 보게. 저게 호랑이인가? 돼지인가? 송아지만 한 것이 걸어가고 있네. 금빛이 찬란한 것을 보면 호랑이도 같고, 머리와 꼬리를 보면 돼지도 같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려.⌟ 순석의 말이었다. 바위 밑에서 풀로 가리고 엎드려 보고 있던 순석이 친구는, ⌜돼지야. 금돼지란 말 야. 놓치지 말고 쏘게.⌟ 하였다. 순석이는 몸을 감추고 활을 재서 한 대 힘차게 쏘았다. 화살을 맞은 돼지는 피를 흘리며 환희봉을 향하여 도망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헐레벌떡하며 쫓아가 보았으나 금돼지는 온데간데가 없고 한 지장보살석상(地藏菩薩石像)이 우물속에 들어 있는데 머리는 물 밖에 나와 있었고 몸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살 석상 왼편 어깨에는 그들이 쏜 화살이 박혀 있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그 화살을 빼고 모셔내려고 하였으나, 조그마한 석상이 무게가 천근처럼 무거워서 도무지 들어낼 수가 없었다. ⌜돌부처님이시여! 대 성인께서 이미 저희 들이 우매함을 불쌍히 여기사, 제도하여 주시려고 이러한 신통을 나타내신 것으로 알겠나이다. 명일 다시 와서 뵈옵겠사오니 이 샘가에 나와 계셔 주시옵소서. 그리하오면 저희 들도 당장에 출가하여 지성껏 모시고 수도 생활을 하겠나이다. ⌟ 두 사람은 이렇게 빈 후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튿날에 다시 와서 본즉 석상이 과연 그 옆 돌 반석에 그대로 앉아계신 것이 아닌가? 이것을 본 그들은 곧 스스로 삭발을 하고 그의 무리들 300여 명을 동원하여 절을 세워 그 상을 모셨으니 이것이 곧 석대암이다. 이 지장보살은 높이가 3자이며 왼쪽 손으로는 구슬을 높이 받들고 있으며, 빛깔은 청, 흑색의 어깨 밑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것이 곧 순석의 화살에 맞은 자리였다. 어느 때에 이 지장을 모신 법당에서 부전(불공하는 스님)스님이 잘못하여, 불을 켜는 옥 등잔을 땅에 떨어뜨려서 절반이 짝 갈라지고 말았다. 부전스님이 송구하여 부엌에서 근심을 하고 있자니까, ⌜여봐라, 부전 대사야, 내가 옥등잔을 붙여 놓았으니 걱정 말고 불이나 켜라.⌟ 하는 소리가 연연하게 들렸다. 깜짝 놀라 들어가 본즉 옥 등잔이 감쪽같이 붙어 있었다. 까맣게 붙인 자국은 있었으나 기름이 새는 법이 없었다. 또 어느 때에 밤중에 도둑놈이 들어와서 불기, 향로, 촛대 기타 전곡을 훔쳐 가지고 달아난다는 것이 밤새도록 걸어갔는데도 기껏 절 앞에 있는 미나리광에서 뺑뺑 돌고 있었던 일이 있었다. 그리하여 절에서는 앉아서 도둑놈을 잡아 장물을 몽땅 찾고 오히려 수고했다고 돈냥이나 주어서 보낸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지장보살은 도금 불사를 해도 오래 가지 못하고 항상 벗겨져 언제든지 청록색으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찰전서(韓國寺刹全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