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를 원망치 마라
이조 판서 홍 대감의 애첩 초란은 자신에게 대감 소생의 아들이 없어
초조했다. 대감이 춘섬의 소생 길동을 심히 사랑하니, 초란은 질투에
불탄 나머지 길동을 없애고자 자객 '특재'를 매수했다. 자객 특재로 말하자면
조선 제일의 칼잡이. 그날 밤 길도은 (주역)을 읽던 중 까마귀가 세 번 울고
가매, 괴이함을 느껴 자기 침소에 짚으로 만든 인형을 대신 누이고 이불을
덮어둔 채 대비했다.
자객 특재는 그런 줄도 모르고 길동의 불 꺼진 침소에 침입하여 "그대는
나를 원망치 마라. 천첩 소생의 팔자인 줄로 알라." 하고 장검을 높이 들어
이불 속에 있는 길동의 머리를 베었으나 비명 대신 짚 인형 부서지는 소리뿐이라.
물론 그는 길동의 요술에 의해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길동을 죽이려던 자객 특재의 행위는 형법상 무엇이라고 하는가?
① 살인죄의 예비 행위.
② 살인죄의 미수범.
③ 청부 살인의 하수인(방조범)
정답
② 살인죄의 미수범.
설명
범죄의 단계의 과정에서 볼 때 행위자가 고의 . 예비의 단계를 지나 실행에
착수했으니 행위가 종료되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를 미수(未遂)
라고 한다. 또한 행위를 종료하거나 결과가 발생하면 기수(旣遂)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미수범을 모두 처벌하는 입장이 아니라. 처벌 규정을 둔
경우에만 처벌하고 그 형도 기수범의 형보다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수범은 세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실행에 착수했으나 외부적인 장애로 인해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장애 미수'다. 대부분의 미수범은
이런 형태를 말한다. 또 하나는 실행에 착수한 자가 자의로 그 실행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형태의 '중지 미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실행에 착수했으나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했음에도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나 가능성이 있는 '불능 미수'다.
어느 형태의 미수범이든 일단 실행에 착수했을 것과 범죄의 미완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그 요건으로 한다.
결론
살인의 고의로 살인의 대상자로 지목한 피해자의 안방에 침입하여 자고 있는 피해자를
향해 칼을 내려치는 행위는 예비의 단계를 벗어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가 미리 알고 대비함으로써 범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이는 외부적 장애에 의한 살인죄의 장애 미수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