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셜록 홈즈>에 관한 단상.(스포일러 좀 있습니다.)
- 지금 청소년들마저 그런 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꽤 많은 현재의 삼 사십 대가 밤을 새워 가며 읽은 책들 중 하나가 셜록 홈즈일 것이다.
기실, 여전히 작가관과 세계관을 갖추지 못한 채(?) 마구잡이 추리소설을 써대는 나에게 셜록 홈즈는 수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일단 셜록 홈즈 이야기를 꺼냈지만 영화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니 셜록홈즈에 관한 그 수많은 함축과 논란이 될 이야기는 일단 패스.-

<다음에서 퍼온 포스터>
사실 시리즈물로 제레미 브렛이 주연했던 홈즈물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다른 홈즈의 열혈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제가 판단하기에 평생을 홈즈 연기에 바쳤던 제레미 브렛은 가장 홈즈에 가까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외 셜록홈즈를 기억하자면 사실 밤 새워 읽었던 그 커다란 임팩트 이외에는 거의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셜록 홈즈 영화에 거는 기대는 자뭇 컸었는데요, 영화를 보고난 소감을 수우미양가로 표하라면 미로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쁘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딱 그 정도. 그렇지만 미의 美가 아름다울 미이니 뭐, 너그러운 편인가요?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은, 특히 홈즈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분이시라면 저 미는 정말 주는 사람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미라는 것을 이해하시리라 믿어효^^
영화는 속도전으로 전개됩니다.
홈즈가 누구인지 적어도 영화가 상영되는 전 세계에(?)모르는 사람이 없는 터라 영화는 많은 부분들을 생략하고 지나갑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홈즈, 왓슨, 그리고 여주인공이라면? 당연히 홈즈에게 어필할 여성 캐릭터 아이린(이레나) 아들러밖에 없죠.(보헤미안의 스캔들에 등장하는)
영화 상에서 왓슨이 메리에게 청혼을 하려 하고 그것을 홈즈는 굉장히 더티한 방법으로 몇 번 방해를 합니다. 홈즈 연대기로 따져 보자면 아마 1888년이나 그 이전 해인 1887년 정도가 될 듯합니다. 떡밥으로 등장하는 모리아티 교수로 미루어 1887년 정도가 맞을 듯한데 실제로 왓슨의 결혼과 합치면 조금 차이가 나게 되는군요. 왓슨이 청혼하고 메리와 결혼하려는 언급이 영화에서 나오지만 실제 소설에서는 1888년 9월에서야 언급됩니다. 더구나 모리아티 교수는 그것보다 9개월 빠른 <공포의 계곡>에서 이미 등장하죠. 영화적 정황이 들어맞지는 않지만 10개월에서 1년 정도? 뭐, 이 정도는 영화적 설정으로 넘어가야죠. 우리는 역사적으로 거의 들어맞지 않는, 할머니가 아닌, 아름다운 미실과 다 큰 선덕의 대결도 보았으니까요.
그렇지만 몇몇 장면들은 고개를 젓게하지요. 심지어 홈즈의 밀랍인형을 밤새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그것도 박박 기어서, 허드슨 부인에 대한 캐릭터의 몰이해(?)라고 할까요. 케이지 같은 곳에서 내기 복싱을 하거나, 적과의 사투 중에 암바나 암락 같은 주짓수 기술을 쓸 때는 헉! 하고 말았다는. 아, 생각이 많으니 글이 산으로 갑니다.
영화에는 블랙우드라는 적이 등장합니다. 그는 프리메이슨 같은 단체에 속해 있고 미국과 영국을 장악하려 하죠. 그 와중에 그를 믿게 하려 무덤에서 부활하는 쑈도 보여줍니다. 흔히 말하는 흑마술로 말이죠. 그렇지만 홈즈는 그것이 현대 과학으로 만들어낸 허상임을 증명하며 게임을 끝냅니다. 끝~

제레미 브렛의 이미지. 딱 소설 속 홈즈의 이미지입니다.
잠깐 영화 속을 들여다보자면,
홈즈라는 캐릭터를 위해 소설 속에서 늘 등장하는 의뢰인의 배경 맞추기가 영화에서는 조금 무자비하게 자행(?)됩니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고개를 끄덕 하실 듯. 그렇지만 소설만큼 설득력은 없습니다. 연역법을 토대로 범인을 맞추어가는 추리적인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대신 증거를 토대로 하는 이른 바 CSI적인 홈즈는 있습니다. 물론 홈즈가 당대의 탐정들과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 증거주의라고 하겠지만요.) 하나 영화속에서는 오히려 뤼팽이나 1920~30년 대를 휩쓴 미국의 하드보일드적인 액션탐정 홈즈는 있습니다. 자뭇 안습이죠.(뭐, 죽기 직전의 적에게 왓슨을 보며 의사가 사람을 죽이면 쓰나, 하는 농담 한두마디는 던집니다만, 일개 병졸들은 아낌없이 죽어줍니다.) 어쨌든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내내 베일에 가려진 한 사내가 마지막에서야 이름이 언급됩니다. 뭐 어렵지 않게 예상하시겠지만 모리아티 교수. 영화 대사를 자세히 들어보면 영화 중간중간 교수, 즉 프로페서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합니다. 우스워서!!! 이거 떡밥 아닙니까? 그가 누구인지 얼른 짐작하라는. 빨리 2편에 대해 지갑 열 생각해 보라는.
아,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우리가 그토록 날밤 새며 소설을 읽게 만들었던 "당신이 범인입니다" 하는-을 영화에서는 절대 추측할 수 없습니다. 범인을 보여준 탓에 '하우던잇'이라고 말해야 적절할 것 같기도 합니다. 블랙우드의 부활과 예언한 3명이 더 죽을 것이다 에서 보자면요. 스포 작렬입니다, 쏘리!
영화는 홈즈가 어떤 암약을 펼치면 곧바로 복기하며 관객에게 설명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영화속 배경과 홈즈의 배경에 대해 비교 말씀 드리자면, 셜록홈즈가 첫 등장한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은 홈즈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당시 화학은 통달! 지리학은 런던 각 지역의 먼지까지 구분하며, 생물학과 식물학은 박식하나 체계적이지 않고 관심분야는 매우 잘 아는 것으로 언급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등장한 사건도 이 틀 안에서 해결이 되죠. 홈즈가 매우 잘 아는 이 틀 안에서요.
뭐, 제가 말할 것은 아니지만 홈즈의 오마주를 썼다면 아마 홈즈의 적으로 문학, 천문학, 정치학을 이용한 범죄자를 만들어내고 싶네요. 홈즈가 이 방면에는 문외한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것은 바람일 뿐.(급 고개 숙이고 두리번거리고 있다능--;; 휴~)
다 보고 난 느낌은 뭔 줄 아십니까?
아, 1편은 2편을 위한 떡밥이구나. 2편의 등장인물을 위해 저렇게 1편을 희생하다니. 나름 돈 많이 들였을 텐데. 영화 아깝다. 이런 정도?
어쨌든 한국에서도 200만이 넘는 관람객이 아바타와 전우치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고 선택을 한 것 같네요. 조금 일찍 개봉했던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백야행>에 비한다면 대단한 선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백야행은 누적관객수가 100만을 미치지 못한 것 같죠? 백야행은 추리독자들 사이에서도 평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뎅. 한 귀 건너 들은 이야기지만 백야행 감독님이 많이 상심에 젖어 계시다는데 힘내세요. 천만 감독님들도 처음부터 천만은 아니었으니까, 에흠......
아, 또 삼천포로 얘기가 샜군요.
당연히 그렇게 영화 속에서까지 광고를 떠벌린 2편이 제작에 돌입했다는 발빠른 기사들이 검색 될 겁니다. 모리아티 교수 역으로 브래드 피트가 낙점 되었다고 하는군요. 역사 상 수많은 캐릭터 중 절대 사라지지 않을 캐릭터 홈즈, 이번 영화에서는 영국 옷을 입은 미국인 홈즈를 관람했습니다. 와ㅡ 영화가 이런데 2편이라......
그렇지만 ......
당근 2편 역시 기대됩니다. 이유요? 간단하죠, 홈즈 아닙니까. 영화를 까댔지만 어떤 허섭스레기 같은 캐릭터라도 홈즈라는 이름이 붙으면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차, 글을 다 쓰고 보니 내심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인 왓슨을 빼고 넘어갔습니다. 왓슨은 그가 전쟁에 참여했고, 의사였던 설정을 꽤 리얼리티를 살려 그려냈습니다. 마음에 들었다는. 주드 로, 오...... 그러나 벗겨지는 머리는 좀ㅠㅠ
첫댓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솔직히 전 캐스팅도, 아이린 애들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홈즈라는 이름만으로도 두근거립니다.
그죠?
단순하게 생각해서...<영국 옷을 입은 미국인 홈즈>는....별문제 없을 듯... 중국인이 게이샤 역할 하는 거, 별문제 없듯이, 미국인이나 영국인나 다를 게 뭐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인디언 분장을 한 백인도 여럿 봤는데, 그 정도쯤이야... 물론 님께서 말한 바는...소설 속의 홈즈의 맛을 기대했는데, 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스타 홈즈로 바뀌어 실망스러웠다는 의미겠지만요...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보고싶지 않다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하게 드는군요....
아... 네... 저두 사실 공짜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로는 셜록홈즈보다 루팡 캐릭터와 모험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한 사, 오 년 전인가 프랑스에서 만든 루팡 영화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건 또 루팡을 일종의 베트맨 비긴즈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조금 다른 의미겠지만 그런 식으로 풀어서 영 보기 불편했어요. 그런데 허리우드식 루팡이라면 참 재밌을 것 같아요.
헐리우드식 뤼팽도 좋겠군요, <813>을 영화로 만든다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애호가들 중에 작년 연말에서 올 연초까지 '특선 3종 세트'라 불리는 아바타, 전우치, 셜록홈즈를 안 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세 편 모두가 각각의 재미가 입증되었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아바타와 전우치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다는 손선영님의 말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셜록홈즈'는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영화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팬들의 입맛에 맞게 제작된, 천상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입니다. 홈즈를 좋아하더라도 영화를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네요.^^ 저는 굉장히 집중해서 본 영화였습니다.
아바타 전우치 이야기는 반대로 해석을 하셨군요. 하기야 해석과 감상은 자유니까요. 저 역시 집중해서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팬이라면 한주영님의 생각이 맞을 듯합니다..손선영님은 미스터리 마니아라는 입장에서 영화를 감상한 듯하고요...
유독 이 영화는 영화마니아적인 입장이 되지 않더군요. 아마 보시면 같은 느낌을 가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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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빨라 몰입은 잘 되더군요. 게다가 홈즈다 보니 뭔가 놓치지 않을까 하는 탓에 더 집중! ㅎ
홈즈시리즈의 팬이라면, 영화를 보고 만족하신 분보단 실망하신 분이 당연히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홈즈'라는 딱지를 뗀다면, 어드벤처로 그럭저럭 볼만했던 영화라고 생각되네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물론 '홈즈'라는걸 애초에 기대를 안하고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 소문에 의하면 2편의 모리아티교수는 브래드피트가 맡는다더군요. 점점 더 영화는 산으로 가겠지요? ㅎㅎ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