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유지하려면 제3의 공간을 확보하라 <인문학 특강>
[EBS 인문학 특강 '나의 삶, 나의 행복' / 서울대 심리학교수 최인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담지 마라'는 말이 있다.
주로 주식투자에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격언이다.
한 종목에 올인하게 되면 잘못됐을 때 피해가 너무 크니까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면 한 종목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종목에서
만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산투자의 원칙이 행복에도 적용이 된다.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나는 교사인 동시에 부모이고, 조기축구회 총무, 합창단원이기도 하고,
주말에 골프를 치는 골퍼이고, 연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회원이기도 하다'라고..
자기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는 사람인데.. (소위 분산투자)
다른 한 사람은 '나는 직업은 교사이고, 그리고 부모이다'..
딱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면
그가 만약 무슨 일로 교사로서의 좌절감을 맛보게 될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 말을 안 듣거나, 수능문제를 막 틀린다거나)
그렇게 한 영역에서 실수하거나 실패할 때 후자는 그 여파가 전체로 퍼진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자기를 좀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는 사람은
한 영역에서 실수하거나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막아줄 수 있는 다른 영역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 영역에서 실패하더라도
가서 축구를 할 수 있다, 가서 노래를 부름으로써
자기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심리학에서 자기복잡성(Self Complexity)'이라고 하는데
뉘앙스로 보면 좀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들어가 있어서
복잡성보다는 자기 다양성이 더 나을 것 같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행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내가 주로 하고 있는 일 말고,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갖는 것..
그래서 나의 정체성을 다양화하는 것..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오직 이것 하나밖에 없다.. 하면
평생을 그 일 하나에 바친다고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 일이 잘못되면 그 사람의 삶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 말고
다른 영역에서.. 그것이 취미가 됐든 뭐가 됐든
나의 정체성을 다양화하는 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걱정의 원인이 되는 한 영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영역에서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커다란 은혜를 받은 사람이다."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
그런데 '나는 교사인 동시에 부모이고, 조기축구회 총무,
합창단원이기도 하고, 주말에 골프를 치는 골퍼이고
연사모, 연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회원이기도 하다'라는 것은
자기가 가는 공간이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 다양성'이라는 개념 속에는
자기가 점유하는 공간이 다양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늘 하나의 공간에서만.. 평생을 그렇게 산다면..
물론 그런 사람도 행복할 수는 있지만
행복을 유지하는 데에는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 다양성을 '공간의 다양성'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로 있는 공간.. 집과 일터..
이 공간 말고 제3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의 정체성을 다양화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공간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간을 바꿀 필요가 있다.
※ 뉴스에 의하면, 고령기에 노인정이나 동창회 등 모임을 가지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출처 : 불교는 행복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