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죽음 2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느 날 상상도 못할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목숨을 잃고.
죽음이란 깊은 심연으로
내팽개쳐진 겁니다
처음엔 내가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빠졌는데,
일어나보니 사방이
온통 캄캄했습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킬 수도 있었고,
움직일 수도 있었습니다.
죽기 직전에 비해 오히려
몸 상태가 한결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왜 이렇게 어두운 걸까?
어딘데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거야?
나는 일어서서 어두운 방 안에 있는
사람처럼 주변을 더듬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온통 죽음 같은 정적과 암흑만이
주변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기어서 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조심조심 움직이며
계속 앞을 더듬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몇 시간은 됐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과 당혹감이 점점 커졌고,
그곳을 빠져 나갈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절망스럽게도 문도 통로도
끝내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암흑만이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지요.
겁에 질린 나는 결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토록 온 힘을 다해
악을 쓰고 고함을 쳤는데도
누구 하나 대답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나는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내 목소리의 메아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그녀가 생각났지만,
왠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친구들의 이름을
떠오르는 대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끝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감옥에 있는 건가? 아니야,
감옥이면 벽이라도 있을 텐데
여긴 그런 것도 없잖아?
내가 미친 걸까?
정신착란에라도 빠진 건가?
그럴 리는 없어. 몸상태,
정신상태 모두가 이렇게 멀쩡한데?
하지만 몸에서 약간
변한 게 있는 것 같긴 해.
잘은 몰라도 뭔가
오그라들고 일그러진 느낌이랄까?
손을 대보면 얼굴도
어쩐지 전보다 커진 것 같고
푸석푸석하고 찌그러든 느낌이야.
아 제발 빛을!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누가 와서
한마디라도 건네줬으면!
왜 아무도 없는 걸까?
완전히 혼자가 된 건가?
아 나의 천사,
그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잠들기 전에 분명
그녀와 함께 있었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와달라며
목이 터져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녀를 잃어버린 게 아닌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녀를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그러자 처음으로 내 목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눈앞의 먼 곳에서
별처럼 아주 작은 빛이 보이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큼지막한 공처럼 커졌습니다.
그 안에 사랑하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잠자듯 눈을 감고 있었지만,
팔을 내 쪽으로 뻗어 귀에 익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사랑하는 당신, 지금 어디에 있나요?
보이진 않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나는 그녀에게 냉큼
달려가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주변에
보호막이 쳐져 있어서
내가 뚫고 들어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통한 마음에 나는
그만 바닥에 쓰러진 채,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의식을 잃더니
고개를 폭 숙이고 마치 힘센 누군가에게
안겨가는 것처럼 내게서 멀어졌습니다.
나는 일어나서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거대한 쇠사슬로
단단히 묶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다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사랑하는 그녀가 내 곁에 돌아와
있는 것을 깨닫고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녀는 근처에 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지상에서 봤을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슬픔에 잠 긴 수척한 표정이었고
위아래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주변이 온통 어둡긴 했지만
완전히 캄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주변을
희미한 빛이 감싸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의 손에 꽃다발이
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새로 만든 듯한 무덤 위로
몸을 굽히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가 무덤 위에
꽃을 내려놓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나지막한 흐느낌이 들렸습니다.
---''내 사랑! 이젠
돌아오지 못하는 건가요?
내가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린 건가요?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난 건가요.?"
그녀는 무릎을 끓고 흐느꼈습니다.
나는 그녀를 만질 수는 없었지만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었습니다.
나는 옆에 무릎을 끓고
앉아 무덤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엄청난 공포가 덮쳐왔습니다.
그곳은 바로 나의 무덤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