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마스크다. 그 뒤로 따라오는 게 손세정제,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동선, 생활치료센터 같은 단어들이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독감수준인 전염병 4급으로 지정되기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코로나19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들이 늘어나눈 건 그 시대를 겪으면서 생각하게 된 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최은미 작가의 《마주》도 코로나19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너나 할것없이 우왕좌왕했던 2020년을 배경으로 나리공방 사장 나리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나리공방 사장 나리는 교대를 졸업했지만 비누와 초를 만드는 공방을 운영 중이다. 강사자격증을 따고 집에사 홈 공방을 차려 운영하길 9년, 마침내 기정로 새경프라자 3층에 가게를 얻어 공방을 꾸리고,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면서 마치 기정로의 해결사인 마냥 지낸다. 아이를 키우고 홈 공방을 꾸릴 때 만난 사람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중에서 특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수미와 딸 서하이다.
수미와 딸 서하는 어딘지 모르게 삐걱대는 모녀지간이다. 서하는 엄마인 수미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고, 수미는 자신이 서하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연장선상에 놓고 판단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리는 접은 신문지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마냥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는 서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다른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생명을 구해준 적이 있는 수미가 정작 자신의 아이의 눈은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안타깝게, 때로는 경멸스럽게 바라본다.
수미가 코로나에 걸려 병실로 이송된 후 코로나 검사를 받은 나리는 잠복결핵임을 알게 된다. 결핵을 앓은 기억이 없는 나리는 어디서 결핵에 걸렸을 지 기억을 더듬어 가고 여안과 만조 아줌마를 비로소 떠올린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도 있지만 빙돌아가는 이야기들과 질문들.. 퇴원한 수미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만남을 이어가던 나리는 수미와 함께 여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깊숙이 묻어 뒀던 기억을 마침내 떠올린다.
여안과 딴산 이야기를 읽으면서 코로나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떠올리게 된다. 결핵, 정신질환, 간질 등 병을 앓으면서 오갈 데 없어진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한 딴산은 여안에서 없는 지역 취급을 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확진자들은 죄인 취급을 받았다. 동선을 공개해야 했고 왜 그때 그 장소에 있었는지 사람들의 지청구를 들어야 했다. 일상생활을 했을 뿐인데 확진자들은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격리에서 풀리고 나서도 한동안 없는 사람인마냥 행동해야 했다.
작가는 만조 아줌마와 사과밭 이야기를 쓸 때 즐거웠다고 한다. 읽는 입장에서도 만조 아줌마와 사과밭, 양조장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만조 아줌마는 말은 험하지만 주변의 어려움을 감싸 안아줄 줄 아는 사람이다. 여안살이를 힘들어하는 엄마, 먹는 거로 대변되는 엄마의 구속을 힘들어한 나리, 방학이면 일주일에 하루 여안의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니며 나리에게 자유의 시간을 주는 만조 아줌마. 나리가 여안을 떠나게 되었을 때 만조 아줌마가 나리에게 한 말은 사실 우리 모두가 듣고 싶었던 말일 수도 있다. 네 잘못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