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파이 [1]
엄마는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한 다음 다시 아버지 집에 살게 되었다. 올케 말에 따르면, 오빠와 아버지의 뜻이었고, 엄마는 그 말에 따랐다고 한다. 파국에 이를 게 뻔한 계획이었다. 부모님 두분 다 서로 돌볼 능력이 없었고 나는 함께 있을 때 양친 관계가 어떤지 지켜봤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내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막내인 데다 딸에, 어머니를 모실 형편도 안 되는 내 얘기를 누가 듣겠는가?
엄마가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했던 이유는 다시 자살을 시도하면 아버지가 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지만,불과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엄만 다시 자살을 시도 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와인 한 병을 사다달라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엄마가 그런 부탁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버지는 와인을 사왔다. 그런 다음 엄마는 위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가장 깊은 곳에 숨었다. 천 두루마리, 김치 통, 채집 도구등 엄마의 이런 삶의 잔재들, 다시는 쓰지 않을 물건들만 모아두던 곳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을 곳에 숨어서 엄마는 와인 한 잔으로 약을 삼키고 죽기를 기다렸다. [약병 경고 라벨에 술과 같이 먹지 말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에 와이을 마셨다고, 엄마는 나중에 시인했다.] 이튿날 경찰이 엄마의 실종을 조사하러 왔을때, 다락방을 비롯해 곳곳을 뒤졌지만 엄마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이 다락방 계단을 막 내려오려던 찰나, 의식을 잃고 반쯤 살아 있던 엄마는 긴 신음 소리를 냈다.
경찰은 발걸음 돌려 늦지 않게 엄마를 찾아 냈다. 두 번째 자살 시도에 실패한 다음, 엄마는 "다시 그런 일 안해"라고 맹세했다. 그 말을 할 때 엄마 목소리는 역겨움과 확신에 차 있었다. "아니, 다시는 그런 일 안 할 거야."
그건 살아남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라기보다는, 또다시 실패해서 굴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말 같았다. 어찌 됐든 그 말에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건 1997년이다. 당시에 부모님은 여전히 함께 살고 있긴 했지만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오빠 집에 모였는데, 나는 뉴욕, 부모님은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비행기 안에서 여섯 시간 동안 두 분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끔 다른 배경 소음을 차단해버리기라도 하듯 아버지에게 신경을 꺼버리는 데 인이 박여, 남편이 옆에 앉아 있어도 없는 사람처럼 여길 수 있었다.
오빠 집에 도착해서 아버지는 당신 짐을 챙겨 손님 방으로 갔고 엄마는 가방에서 민스파이를 꺼내 오븐에 데웠다. 엄마가 여전히 특별한 날이면 베이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나는 오빠와 함께 주방 식탁에 앉아 향긋한 냄새갸 나는 파이에 포크를 가져갔다.. 그런데 한입 맛보자마자 오빠가 흠칫했다.
"여기 고기 넣었어요?" 오빠가 물었다.
"뭐가 문제야?" 엄마는 그 질문에 의하해했다. "맛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