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을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습니다. 대체로 호평속에 유일한 실수 아니 아주 큰 실수 이야기가 언론과 사람들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북한으로 소개되는 다시말해 나라 이름이 틀리게 호명되는 올림픽 역사상 유래가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개막식은 사상처음으로 야외 개회식이 펼쳐졌고 그것도 프랑스 파리의 자랑이라는 센강을 따라 이어졌습니다. 요즘 한창 더위때문에 시원한 강가를 그리워하던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는 세리머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하고 난 뒤에 북한을 한국으로 소개했다면 뭔가 착각을 일으켰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 북한으로 북한은 북한으로 소개한 것으로 봐서는 단순한 착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올림픽 개회식은 전통적으로 그 올림픽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올림픽 입장식이 전체 대회 승패를 결정짓는 일이자 거의 80%이상을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습니다. 전세계인들의 올림픽 개막식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막식은 철저한 보완속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최고위 간부와 올림픽 개막식을 맡은 일부 기획자 아니면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자칫 개막식의 내용이 새어나갈 경우 이른바 김이 팍 새거나 흥미를 대폭 축소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올림픽 개막식은 수십번에 걸쳐 리허설이 펼쳐집니다.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로 말입니다. 특히 각국 소개는 가장 조심하는 부분입니다. 올림픽 개막식 장내 아나운서에게는 에드립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조직위가 제공한 문서에 따라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개막식에서 나라의 이름이 틀렸다...그것도 현재 휴전상태인 한국과 북한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올림픽 역대급 실수입니다.
항간에는 이번 실수가 우발적 실수가 아닐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만든 개회식 문서를 보면 한국은 쿡제도에 이어 206개 선수단 가운데 48번째로 입장하고 한국은 프랑스어로 republique de coree라고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장내 아나운서가 파리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공식 문서와는 다른 자료를 가지고 각국 선수단을 소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장내 아나운서를 조사해 보면 나오겠지만 아나운서가 특별한 이유로 틀린 멘트를 했다고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대회조직위가 몇년전부터 낙점한 인물로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단한 방송인중 한명일 것입니다. 올림픽 개막식 장내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집니다. 그런 유능한 방송인이 개막식에서 특정 나라를 두번이나 언급할 리가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을 바꿔 말했다면 상황은 또 달랐을 것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착각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직위의 문서에는 한국과 북한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착각도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의 이상한 태도도 이번 대실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터진뒤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제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등 IOC 관계자들과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대한체육회장이 만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IOC위원장과 한국 대통령간에 대화가 마무리됐기에 다른 대화의 자리는 마련하지 않기로 했고 그것이 IOC의 프로토콜이라고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프로토콜이라면 애당초 무엇하러 차관과 대한체육회장과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는지 너무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2년 영국 올림픽 여자 축구경기에서 전광판에 북한기를 태극기로 잘 못 내보낸 사건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 IOC위원장이 유감의 뜻을 공식으로 표명했고 영국 총리까지 나서서 북한에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특정 경기장 실수와 올림픽 개막식 실수는 하늘과 땅차이처럼 달라도 매우 다른 사안입니다.
일개 마을 행사에서도 특정인의 이름을 잘못 불렀을 경우 그런 사실을 안 순간 행사중간이나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정식으로 사과 멘트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 또 그런 절차가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조그만 마을 행사도 아닌 전세계 대표적인 대규모 행사인 올림픽 그것도 개막식에서 엄청난 실수를 범한 뒤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파리 올림픽 위원회나 프랑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나 프랑스는 이 정도는 별것이 아닌 것으로 여기거나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7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