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논란’ 김원웅, 사퇴 거부… “보훈처가 명예훼손” 주장도
김원웅 광복회장(사진)이 횡령 등의 혐의로 자신을 수사 의뢰한 국가보훈처의 감사 결과에 대해 11일 입장문에서 “횡령을 저지른 사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심각한 위법 행위이자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광복회 전 직원 윤모 씨가 1000만 원을 빌려오겠다고 보고해서 동의를 해준 것이지 국회 카페에서 만든 비자금이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윤 씨가 ‘내 월급으로 회장의 한복 구입비, 이발비 등 312만 원을 사용했고 적은 월급에 아내와 갈등까지 있었다’는 서신을 보내와 윤 씨 부인 계좌로 송금을 해줬는데 이후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자 비자금을 광복회장 이발비 등에 썼다고 말을 바꿨다”고 강변했다.
보훈처는 10일 발표한 감사자료에서 김 회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을 위해 국회에 설치한 카페 수익금 일부를 비자금으로 만들어 의복 구입, 이발·안마비 등에 쓴 걸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광복회원이 해임 안건으로 22일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한 것에 대해 그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반려했다”면서 사퇴 요구도 거부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김원웅 광복회 망신 그만 시키고 당장 사퇴하라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운암 김성숙 선생의 52주기 추모제에서 광복회 김원웅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1.04.12 홍진환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헤리티지 815’라는 이름을 가진 야외 카페가 있다. 광복회가 2019년 6월 김원웅 회장이 취임한 뒤 국회사무처와 협약을 맺고 운영하기 시작한 카페다. 수익금 전액을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쓴다는 조건으로 임차료도 내지 않는다. 김 회장이 이 카페에 허위로 주문을 내거나 원가를 과대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61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국가보훈처 감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김 회장은 비자금을 한복·양복 구입비와 이발·안마 비용 등으로 쓰고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의 공사비로도 사용했다. 1000만 원은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빼돌렸다. 이와는 별도로 김 회장 가족이 임원을 맡았던 골재 채취업체가 광복회관의 한 사무실을 5개월간 무상으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훈처는 김 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김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광복회장은 임명직이 아니어서 보훈처가 직접 해임하지는 못한다. 광복회가 임시총회를 소집해 총회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임이 가능하다. 광복회는 조속히 해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광복회는 김 회장 취임 이후 회장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내분에 시달려 왔다. 해임 절차가 늦어지면 광복회의 신뢰성마저 덩달아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 회장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말하는 등 편향적인 언사로 분란과 분열을 조장해 왔다. 김 회장 자신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여당인 공화당과 민정당의 당료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광복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즉각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2022. 2. 12 동아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