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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내일 아침의 나에게
안녕. 지금은 밤 12시 17분이야.
나는 조금 있으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울 거야. 눈을 감고, 아마 몇 분 뒤에는 잠들겠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눈을 감기가 망설여져. 문득 생각해 보니, 나는 내가 잠드는 순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어제도 잠들었고, 그제도 잠들었고, 태어나서 수없이 많은 밤을 보냈는데 정작 내가 정확히 언제 잠들었는지는 단 한 번도 기억하지 못해. 당연한 일이겠지. ‘아, 지금 내가 잠들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아직 잠들지 않은 것이니까.
그러니까 잠드는 순간은 내가 매일 지나가면서도 결코 목격할 수 없는 순간인 셈이야.
이상하지 않아?
조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나는 어느 순간 아무런 작별도 없이 사라져. 마지막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 채로.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면 네가 눈을 뜰 거야.
너는 내 침대에서 일어나고, 내 얼굴로 거울을 보고, 내 이름을 사용할 거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내가 어제 걱정했던 일을 이어서 걱정하고, 내가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마저 하겠지.
그래서 아무도 너를 낯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너 역시 자연스럽게 네가 나라고 생각할 테고.
그런데 나는 문득 궁금해졌어.
너는 정말 나일까?
나는 오늘 밤 눈을 감은 뒤의 시간을 기억할 수 없어. 너 역시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사이의 몇 시간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겠지. 우리의 몸은 계속 침대 위에 있었겠지만, 지금 이 문장을 생각하고 있는 나의 의식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걸까.
없었던 걸까.
아니면 존재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도 나는 여전히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어제 잠든 사람과 오늘 깨어난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아. 같은 몸을 가지고 있고,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고, 어제의 기억이 오늘까지 이어지기 때문일 거야.
하지만 기억이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걸까.
만약 내일 아침 네가 나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너는 내가 되는 걸까.
생각할수록 조금 이상해.
나는 지금까지 매일 밤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밤이 되면 당연하게 “잘 자”라고 말하고, 불을 끄고, 눈을 감았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하루를 시작했지.
어쩌면 ‘잘 자’라는 말은 생각보다 이상한 인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제 몇 시간 동안 서로에게서 사라질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모든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오늘 역시 나는 잠들 거라는 거야.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야.
아마 나는 너를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는 너를.
나는 네가 몇 시간 뒤 내 눈을 뜨고, 내 이름을 기억하고, 오늘의 나를 어제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일 밤 아주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눈을 감는지도 몰라.
내일도 내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믿고 살아가.
그래서 오늘도 나는 너에게 내일을 맡겨 보려고 해. 내가 끝내지 못한 생각도, 걱정도, 약속도 모두 너에게 넘겨둘게.
이제 곧 불을 끌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사라지겠지.
그러면 네가 올 거야.
아마도.
그러니 내일 아침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한 가지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어젯밤의 나는 어디까지 존재했고,
오늘 아침의 너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리고 문득 궁금해.
나는 매일 잠드는 걸까,
아니면 매일 잠시 존재하기를 멈추는 걸까?
From. 밤 12시 27분, 아직 깨어 있는 내가
나는 매일 밤 죽는다
오다현
밤이 오면
나는 나를 눕힌다.
불을 끄고,
세상과 나 사이에
눈꺼풀 하나를 내린다.
이불을 목 끝까지 덮으면
오늘의 나는
조용히 모습을 감춘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조차 모른다.
세상은 내가 없어도 계속된다.
시계는 움직이고
밤은 깊어지고
누군가는 아직 깨어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 시간은 없다.
시간은 흘렀는데
나는 그 시간을 살아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다시 눈을 뜬다.
이름도 그대로
얼굴도 그대로
어제의 기억도 그대로다.
그래서 아무도 묻지 않는다.
눈을 뜬 사람이
어젯밤 눈을 감은 사람과
정말 같은 사람인지.
우리는 평생
한 번만 죽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쩌면
매일 밤 조금씩 사라지고
매일 아침 다시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매일의 장례식을
잠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