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택식물원에 갔을 때 안내지를 받았다. 그건, 이천, 광주, 여주에서의 도자기축제의 예고였는데 벼르고 가렸더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주춤했다.
그렇다고 안가자니 꺼림직하고....가자니 비 맞을 것 같아 망설이게 되고 궁리끝에 오늘 아침, 우산을 받쳐들고 집을 나섰다.
김밥집 주인이, 동서울버스터미널에 간다는 나를 세워 전화로 확인까지 하면서 성남버스터미널 시간표를 일러준다. 고마운 일이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어 다행.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나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비는 차창에 부딪치고, 물방울은 구르르 미끄러지고... 한 시간만에 도착한 이천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다. 별로 먼 거리가 아니란 걸 지도에서 알았기 때문이다.
이른 시각인데다가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없다. 쉴 겸, 안내인에게 능청을 부렸다. "커피 파는 데가 어디 있죠?" 50대초반인 안내자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커피 마시겠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커피가 있는데 이거 드시지요."
이래서 대화도 트고 커피도 마시니 신이 난다. 낯선 곳에서의 사람과의 만남은 기분 좋은 일
그녀의 안내로 일단 꽃마차를 타고 언덕을 올라갔다. 요금 1000원.. 말이 마차지 경운기를 개조해서 만든(?) 꽃마차
아! 사물함도 세라믹이네... 입구에서 보는 사물함조차 예술품이라 감탄!
사진을 못찍게 해서 도록을 찍었다. 그래서 사진이 엉망. 내가 도자가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라서 도록을 살 명분이 서지 않을 뿐더러 비싸기도 해서 단념했다.
세계도자전의 주제는 <불의 모험(Adventures of the fire)>.
불은 빛이며 열이다. 스스로를 태우면서 정화시킨다.
도자는 흙속에 생기의 약동이 깃드는 결빙된 불Frozen Fire이며 界를 뛰어 넘는 거대한 시적 변용Metamorphose이다.
불은 애끓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괴롭게 하고 치떨게 하는 견딜 수 없는 극한으로 치닫게 하는 폭력이다.
시련은 모욕을, 폭력을 이겨내고 흙을 보석으로 아니, 보석이라는 실체를 떠나 순수한 정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불은 형태를 바꾸고, 색상을 바꾸고, 질감을 바꾸고, 냄새를 바꾸고 오감으로 감지되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변화시킨다.
불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파괴한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비도 피할 겸 차양 밑에서 김밥을 다 먹어도 꽃마차는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걸어 내려가려는데 한가운데 있는 조형물 있어 들어가려 했더니 출구라고 되어 있어 포기했다. 얼마쯤 내려가니 <鬼의 聲>의 이인직 문학비도 보이고.
처음 자리로 다시 오니 그 여인을 또 만났다. 이얘기 저얘기 하던 끝에 가는 길이라며 나를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겠단다. 이게 웬 떡?
이래서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모두가 천사, 아니면 관세음보살이다.
보석같은 도자의 세상에서 하루를 보내며 보석같은 내 마음도 오늘부터 갈고 닦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보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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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대 그리고 나 원문보기 글쓴이: 보견심
첫댓글 비도 오시는데 잘 다녀오셨다니 감사합니다.
보견심님께서도 다녀오셨군요. 이천세계 도자비엔날레는 이제 명실공히 국제공모전으로서도 자리를 굳건히 잡았다고 하더군요. 공모전 수상작의 면면들 들여다보면 도자세계의 다양함과 깊이 그리고 작가의 작품세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변화의 폭이 큰가를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멀기도 하고 깊기도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그렇게나마 볼 수 있음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왜 파아란님은 참가안하셨나요?
사실은 응모를 했었습니다면 3쳔여점중에 100여점안에 들지 못해 전시 할 자격이 없었던거에요.. 고양 꽃박람회에는 화기를 10여점 전시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