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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이 국힘에 던지는 교훈
김정식
2024년 미국 대선이 예상보다 더 압도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로 마무리됐다. 2020년 미국 대선의 특징은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이었다. 개표 초반 현장 투표 결과에서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우세를 보였지만 우편 투표가 집계되면서 판세가 역전됐고, 결국 민주당의 바이든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에 붉은 신기루는 없었다. 트럼프는 사법 리스크와 고령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민주당의 해리스를 상대로 승리했다. 수많은 사법 리스크에도 민주당 대표와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지켜온 이재명, 그리고 한국의 스트롱맨으로 평가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트럼프의 승리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들과 국민의힘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통해 미국 보수주의의 핵심을 짚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중도 확장이라는 모호한 접근법 대신 자신의 가치를 확고하게 드러내고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PC주의와 타협하지도 않았다. 미국 보수층은 경제적 안정과 안보를 중시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했고, 그는 경제적 안정·강력한 대외 정책·이민·낙태 문제 등 지지층의 주요 관심사에 집중하며 유권자들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 현상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중도 확장론은 허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적통을 자임하는 국민의힘은 두 번의 총선에서 연달아 참패했다. 이대로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참패도 명약관화하다.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원인을 내세우지만, 있는 그대로 사실만 짚어보자면 지금의 국민의힘은 선거 때마다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희석하고 중도 확장을 지향했다.
반면 ‘자유’를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에 승리했다. 지지율만 높았던 망국 대통령 문재인, ‘내로남불’의 상징이 된 86 운동권 세력에 대한 반대급부도 컸겠지만, 선명하고 일관성있는 메시지가 국민을 설득한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때 ‘중도’를 운운하지 않는다. 결국 보수가 다시 선거에 이기고 사회적 주류로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수 진영의 대표 정당인 국민의힘이 고유의 이념적 정체성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을 통해 국민을 설득해야만 한다. 대권에 눈이 먼 X세대 초보 정치인, 그의 곁에서 호가호위하는 이념 불분명 86세대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다음 세대 정치인들이나 되어야 기회를 잡을지, 아니면 다음 대선에서 이러한 후보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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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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