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사(행시)
보 — 보름달처럼 고요한 산사의 밤
현 — 현세의 번뇌 잠시 내려놓고
사 — 사바의 마음 맑히는 보현사
《한시산책 》
초파리 같은 영웅호걸(普賢寺)/西山大師(서산대사/조선)
萬國都城如蟻垤(만국도성여의질)
千家豪傑若醯鷄(천가호걸약혜계)
一窓明月淸虛枕(일창명월청허침)
無限松風韻不齊(무한송풍운불제)
만국의 도성은 바글거리는 개미굴이요
수많은 호걸들은 우글대는 초파리 떼로다.
밝은 달 비쳐드는 창문아래 욕심없이 누웠으니
솔바람 맑은 소리 그화음 즐겁도다.
《漢詩散策》 普賢寺 — 西山대사
이 시는 세속의 권세와 영웅호걸의 영화가 얼마나 덧없는가를 바라보며, 산사의 고요한 삶 속에서 느끼는 초탈과 청정한 즐거움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 해설
萬國都城如蟻垤
만국도성여의질
온 세상의 크고 화려한 도성도 멀리서 바라보면 작은 개미둑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애써 쌓아 올린 권력과 부귀도 자연의 큰 시야에서는 아주 작고 덧없는 존재임을 말합니다.
千家豪傑若醯鷄
천가호걸약혜계
수많은 집안의 영웅호걸들도 초파리처럼 우글거릴 뿐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醯鷄(혜계)’는 식초 항아리 같은 좁은 곳에서 생겨나는 작은 날벌레를 가리키는 말로, 세상에서 큰소리치는 인간의 영달을 아주 작은 존재에 빗댄 표현입니다.
一窓明月淸虛枕
일창명월청허침
그러나 시인은 산사의 작은 창으로 밝은 달을 바라보며, 욕심을 내려놓고 맑고 고요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세상의 부귀보다 청허(淸虛), 곧 맑고 비어 있는 마음을 선택한 것입니다.
無限松風韻不齊
무한송풍운불제
밤새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는 일정한 가락도 없지만, 그 자연스러운 울림 자체가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음악보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가 더욱 깊은 위안을 준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 감상
이 시의 묘미는 앞의 두 구와 뒤의 두 구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데 있습니다.
앞에서는 도성의 권력과 영웅호걸을 개미와 초파리에 비유하여 세속의 명예와 권세를 한없이 작게 바라봅니다. 반면 뒤에서는 창가의 밝은 달과 솔바람을 벗 삼아 욕심 없는 삶의 평온함을 노래합니다.
특히 마지막의 ‘無限松風’, 끝없이 불어오는 솔바람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세상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와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다투지만, 시인은 작은 산사에서 달빛 하나, 솔바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입니다.
“무엇을 더 가져야 행복한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아야 마음이 편안해지는가?”
서산대사는 세상의 영웅호걸보다 맑은 달빛과 솔바람을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비우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작은 아름다움을 누리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이 시는 **“세상의 영화는 개미와 초파리처럼 덧없고, 비운 마음에는 달빛과 솔바람이 가득하다”**는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첫댓글
보현사 풍경소리
은은히 울리고
현을 타듯 바람
따라 멀리 퍼지니
사찰 안팎 고요함에
부처님 마음 머무네
프란치스코님
안녕하세요
여명에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물에 젖은 매미소리만
들리네요
비요일 토요일
하늘은 맑은데
비는 소리도 예쁘게
보슬보슬 얌전하게
내려 빗길 우산 받고
철 없이 걷고싶은
비요일 토요일
프란치스코님
여름이 이제는 힘 없이
떠나 가려나 봅니다.
가야지 갈 계절은
가야지 너무 오래
머물렀어요 ㅎ
주말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 되시고
주님 은총과 축복의 날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