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변방의 대반격…필리핀·대만 이어 핀란드까지
LPGA투어에 골프 변방(邊方)의 반격이 거세다.
미국과 한국이 주류를 형성해온 LPGA투어는 어느새 태국을 필두로 한 동남아 선수들이 제3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 선수들의 약진은 전통적인 골프 강국인 일본마저 넘어선 느낌이다.
큰 흐름으로 보면 태국을 축으로 한 동남아 선수들이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부 유럽선수들이 주도하던 LPGA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올 시즌 국적별 우승을 보면 미국이 4승(제시카 코다, 넬리 코다, 오스틴 언스트, 앨리 유잉)으로 앞섰고 다음이 한국(박인비, 김효주)과 태국(패티 타바타나킷, 아리야 주타누간)이 각각 2승을 올렸다. 캐나다(브룩 헨더슨)와 뉴질랜드(리디아 고)가 각 1승을 기록했고 나머지 3승을 타이완(수웨이링)과 필리핀(유카 사소) 그리고 핀란드(마틸다 카스트렌)가 차지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동남아 선수들의 승수가 모두 5승으로 지금까지 치러진 13개 대회의 38%을 차지한다는 사실과 골프 불모지인 핀란드 선수가 1승을 챙겼다는 점이다.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영향으로 골프 강국으로 부상한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등 바이킹의 후예들이 꾸준하게 LPGA투어에서 활동해 왔지만 핀란드 선수의 우승은 처음이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댈리시티의 레이크 머시드GC에서 막을 내린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핀란드의 루키 마틸다 카스트렌(26)이 2타 차 선두로 나섰던 대만의 리민(26)을 맹추격, 2타 차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마틸다 카스트렌은 LPGA투어 2년 차 루키다. 5세 때부터 골프를 익힌 그는 핀란드 국가대표팀 선수이자 플로리다대학 대표로 활약해온 숨은 강자다.
2019년 LPGA투어 Q시리즈에서 공동 26위에 오르면서 LPGA투어 2부인 시메트라투어에서 활동, 1승을 올린 뒤 지난해부터 LPGA투어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공동 8위가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다.
스웨덴 노르웨이에 이어 핀란드 선수들도 상당수가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며 LPGA투어 진출을 노리고 있어 앞으로 북유럽의 공세 또한 거세어질 전망이다.
비록 역전 우승을 허용했지만 대만의 리민 역시 새로운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아직 LPGA투어에서 우승만 없을 뿐 중국과 대만에선 이름이 알려진 실력자다.
12세부터 골프를 시작한 그는 17세 때인 2012년 충칭 아마추어 토너먼트와 칭타오 아마추어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프로로 전향, 2014년 시메트라투어에서 신인상을 받은 뒤 2015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었다. 동시에 대만 LPGA와 중국 LPGA에서 활약하며 2016년 각각 1승씩을 올렸다.
지난달 퓨어실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수웨이링과 함께 청야니(32)와 테레사 루(33)를 이을 대만의 여자골프 쌍두마차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세리 이후 박세리키즈의 등장으로 한국 여자골프의 인적자원이 풍부해진 것처럼 이들 동남아국가들 역시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 한국 등 LPGA투어 주류에 대한 거센 도전은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