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힘겨운 시간들은 찾아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5개월 전에 많이 아파서 한달 반 가량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었죠. 좌절도 여러 번... 바보같이 울기도 했고...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까지 했더랬죠.
그런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제 옆에 감사한 분들이 많아서 였습니다.
그렇게도 힘든 시간동안 병원비로 학원비와 생활비까지 몽땅 다 써버리고 정말 힘겨울 때 였죠. 교회에서 만난 친구가 어려운 제 사정을 알고서는 Tim Hortons을 소개 시켜 주더군요.(Tim Hortons 은 여기서 유명한 체인 커피전문점입니다. 캐내다의 ‘스타벅스’ 라고 이해하시면 쉬울 겁니다. ^^)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visa 로는 어림도 없었지만, 다행히 그 곳 ‘대빵’ 이 한국 분인지라... 친구가 저의 힘겨운 상황을 잘 이야기해 준 덕분인지... 그 날부터 Tim Hortons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비밀인거 알죠.. __*)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아마 울 ‘대빵’ 이 알면 저 짤릴 겁니다. ^0^
이상하게도 학원에서는 상대방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는데... 현장(?)에 나와보니 이건 하늘과 땅 차이더군요.
Training이 끝나고 처음 일하던 날.. 손님이 뭘 달라고 주문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죠. 그냥 어색한 미소만 한 가득 머금고 두 눈 멀뚱멀뚱 뜨고서는 손님만 쳐다 봤더랬죠.
아니나 다를까... 손님도 그런 제 모습이 엉뚱했는지 양손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 하더니 “what?" 그러더군요. 제가 그랬죠..
“I'm sorry sir. I'm a training"
지금 트레이닝 받고 있다고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웃으면서 걱정말라고 하시더니 저에게 우유랑 커피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스스로 커피 양을 조절해 가며 마시더군요.
나중에 알았는데, 팀 홀튼에서 손님이 직접 커피 만들어 먹기로는 처음있는 일이라더군요. ^0^;
그날 이후로 “I'm sorry sir. I'm a training" 많이 써 먹었습니다. *^0^*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손님들은 'coffee regular', 'double-double', 'triple-triple' 달라는 손님들이죠. 그건 기계에 적힌 버튼만 누르면 되거든요.
한날은 손님이 그러데요.
‘coffee double-double with milk...'
순간 넘 헷갈리더군요.
‘이 눔이 설탕 둘에다가 크림 둘에다가 우유를 섞어달라는 건가? 그럼 잔이 넘쳐서 커피는 못 타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물었더니 똑같은 말만하더군요. 제가 빨리 만들지 않고 멀뚱이 ‘지만’ 쳐다보고 있으니 그때서야 다시 이야기하더군요.
‘아~~ 임마 답답하네.. 진짜 디게 못 알아 듣네 거... 설탕 둘에다가 우유달라 안카나.. 크림 빼고...’
그때 알았습니다. with milk 그러면 크림 대신이란 걸요.. ^^;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네요.
푸짐한(?) 캐내디언 아씨가 다가오더니 그러더군요.
‘medium decafe tea double-double with sweetener please...'
넘 놀라 두 눈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며 재차 물었죠
‘Tea??'(우리는 길게 질문하고 답하지 않습니다. __* ᄏᄏ)
그녀는 어김없이 ‘yes' 그러데요.
이상했죠. 왜냐하면 팀 홀튼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커피를 팔고 있는데, 하나는 일반커피고, 또 다른 하나는 그녀가 원하는 decafe(caffeine) coffee 거든요. 그녀 말대로라면, decafe coffee에 double cream에 double sugar... 그 속에 tea를 담가 달라니... 문제는 with sweetener 달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뭔지 알아야죠.. ^^;
그것도 그렇지만, 정말 커피 속에다 tea를 넣어 달라는 건지...
역시나 못알아 듣고 이해못한 저는.. 저의 특기인(?) 얼굴에 웃음 한 가득 머금고(설마 웃는 얼굴에 화는 못낼거 아닙니까.. ᄏᄏ) 고개를 갸웃둥 거리며 “sweete....", "sweete....." 그랬더니 제 옆에 있는 작은 사카린(한국의 백설탕 아시죠.. ^^;) 박스에서 팩 2개를 주더군요.
알고봤더니 sweetener가 ‘사카린’ 인거 있죠. *^0^*
항상 제 옆에 바구니에 한 가득 담겨있었는데 그건 줄 몰랐던거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커피 속에다 tea를 넣어달라는 건지 넘 헷갈렸거든요. 그녀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죠..
‘아~~~ 거참 이상하시네예.. 우찌 커피 속에다 자꾸 tea를 넣어달라는 깁니꺼..’
그녀가 오히려 화난 듯한 목소리로 그러데요.
‘아까부터 자꾸 무시긴 소리하노... 내가 은제 커피달랬나.. 티 달라켔제... 티...’
그때서야 저는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그랬죠..
" Tea "
그녀가 가고 10분쯤 지나서 키가 큰 아저씨가 오시더니 조금전 그녀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주문하데요.
‘medium decafe tea double-double with sweetener please...'(T0T)
그때서야 뭔가 이상하다란 생각이 들어서 Tea box를 모조리 훓어봤더랬죠. 9개의 tea box 중에 하나가 ‘Decaffeinated' 란 Tea 더라구요. ^^;
그녀가 원한게 이겨였는데 엉뚱하게 일반 tea를 넣어줬지 뭡니까.. ^^;
tea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오늘 아침엔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medium tea double-double을 시킨 손님이 있었더랬죠. 설탕 2개에 크림 2개 넣고 뜨거운 물 붙고서 두껑 닫아서 보냈는데... 한참 후에야 제 손에 뭔가 있다는 걸 알았지 뭡니까..
‘tea’ 더군요.. __*
다 만들어 놓고서는 컵 속에 tea를 넣는다는 걸 깜빡했지 뭡니까.. 속으로 ‘이를 우째..’ 하며 걱정을 하고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금전 그 아저씨가 울그락 불그락하며 들어오더군요. 젭싸게 제 손에 있는 tea를 보여주고 한 마디 했죠..
‘sorry.... sir....'
아찌가 화를 낼 시간도 주지않고 얼른 새거 만들어서 도넛츠랑 기냥 줬죠.. 연거푸 미안하다 그러구요.
아무말도 없이 ‘획~~!!’ 돌아서서 가 버리더군요.
자기도 황당했을 겁니다. tea 인줄 알고 마셨는데.. 설탕물에 크림만 동동 떠있는 맛이란... 쩝... ^^;
가끔 바쁜시간이 되면 종종 그런 실수를 하는데... 얼마 전에 샌드위치로 사고 함 쳤지뭡니까..
아직 서툴러서 샌드위치 만드는게 저에겐 정말 힘들거든요. 소스를 뭘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도 헷갈리고.....
한날은 손님이 sandwich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그 손님 뒤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터라 조금 당황했었더랬죠. 손님이 Ham & swiss를 시켰는데, 햄과 치즈와 야채와 토마토.. 소스를 넣어야 되는데..
다 넣어 놓고서는 Ham을 빼 먹었네요... __*
역시나 20분 뒤에 한 입 배어 먹은 샌드위치를 들고 제 방문(?)을 하시더군요. 어김없이 저의 한 손엔 Ham이 들려 있었죠... ^^;
가끔 농담으로 저에게 영어로 뭐라 막 이야기하시고 혼자서 ‘ᄏᄏᄏᄏ’ 웃으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때면, 저도 맛장구 치고 함께 웃어버리죠. 사실은 하나도 못 알아 들었지만요.. ᄏᄏ
방금전에 한 할아버지가 그러시길래 함께 웃어드렸죠.. 그러고는 뭔가 있냐고 물어 보시길래..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no' 그랬더니 ‘더치’ 란 이름의 도넛을 달라더군요. 한 입 배어 물던 할아버지가 대뜸 나를 툭 치더니 한 손으로 다른 도넛을 가르치며 그러더군요.
‘얌마야... 니 아까 쪼꼬 도넛 없다고 안켔나.. 그럼 이건 뭐꼬...’
알고봤더니 진열장에 진열된 초코도넛을 달라고 했던거다군요. ^^;
저도 능청스럽게 그랬죠.
‘아 할배 이거 말했능교.. 아따 난 또 뭐라꼬.. 우짜까요.. 한 입 배어 먹은거랑 바꾸까요..?’
제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서는 제가 한국사람 같이 생긴(^0^) 걸 확인하고서는 자신있게 한 영어 더 때리더군요.
‘what... kind of.... coffee... special'
손짓으로 가르치는 것과 몸짓을 보니 ‘너거들 스페셜한 cappuccino 뭐 뭐 있노?’ 라는 질문을 하고 싶은 거더군요.
저도 그동안 갈고 딱은(?) 실력으로 익숙한(?) 척 그랬죠.
‘울 스페탁클한 카푸치노 3가지 가지고 안 있나.. 하나는 French vanilla cappuccino, 하나는 Hot chocolate, 마지막 하나는 English toffee cappuccino 아이가..’ ^0^
그랬더니.. 뭐라 떠듬떠듬 거리며 영어를 쓰려고 엄청(?) 노력하더군요.
순간 저도 모르게 ‘한국분이시죠..’ 그러려다 꾹 참았더랬죠.
돈 계산 다 하고는 간 줄 았았더니 옆에 서서 이것저것 더 질문하더라구요. 역시나 떠뜸이 영어로... ^0^
옆에 손님이 줄서서 기다리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굳굳하게 질문하더군요. ^^;
컵에 적힌 game(지금 팀홀튼에서 roll up th rim to win event 중인데요. 컵 윗부분 까 보면... 운 좋으시면 prize 있습니다. ^^) 에 대해 묻더군요.
뒤에 서 있던 캐내디언 아찌가 친절하게도 저 대신 그 친구에게 설명을 해 주데요.
그러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던 그 친구가 자기 뒤로 손님이 하나 둘 불어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한 마디 더 던지고 떠나가더군요.
‘Receipt... please...'
그 친구가 가는 모습을 보며 혼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멋진 친구를 본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처음 제가 이곳에 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단어하나 문장하나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자존심버리고 두꺼운 낯짝에 자신감만 만땅 채우고 왔더랬죠.. 스스로에게 절대 자신감만 잊지말자 다짐을 했더랬죠.
그 친구의 뒤 모습을 보며 제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여 줬습니다. ^^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 한다고 합니다. 캐내디언 친구들은 그것보다 먼저 생각나는 말이 있으면 내밷어 버리라고 합니다. 한국인 친구들은 영어를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양 그냥 웃어버리거나 그 상황을 벗어나려 하는 모습이 많더군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
그런 모습들에 비해 오늘 만난 그 친구의 모습은 우리의 “스승”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얼굴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한 동안 연속 스트레이트로 저를 힘들게 하는 사건,사고 들이 많았거든요.
바보같은 짓도 했고.. 바보같은 행동도 했었고..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저도 모르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한 동안 잊고 잊었나 봅니다.
‘catch me lf you can...' 이란 영화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크림 속에 빠진 두 마리의 생쥐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삶을 포기하고 크림 속에 빠져 죽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의 생쥐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발을 저어 크림을 딱딱하게 굳은 치즈로 만들어 크림 속을 빠져 나왔습니다.’
영화속 주인공이 그랬듯이 저도 두 번째 생쥐가 되고 싶습니다.
가끔은 많은 부분에서 여유롭지 못한 생활에 힘겨워 하지만, 이런 모습이야 말로 제 스스로를 더 담금질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힘겨운 때를 즐기려 합니다.
가끔 멋진 친구들을 봅니다.
다른 여러 친구들과는 다르게 부모님의 부담을 어떻게든 덜어드리려 밤 낮으로 공부와 일을 병행하고 있더군요.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런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저로서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힘겨움이라면 스스로 포기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두 번째의 생쥐가 되려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는 마음 이지 않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동일님 글은 언제나 저를 미소짓게 합니다.. 캘거리에 오기 전에도 그랬고 한 달 반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완쾌되신거 좋은 일자리 구하신거 축하드리구요.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교회는 여전히 열심히 다니시는 거죠? 항상 그 분께서 함께하신다는 거 잊지마세요.. Always keep your chin up!!
첫댓글 굉장히 긍정적으로 열심히 일하시네요 =) 늘 그렇게 배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생활/공부하시기 바래요!
역시 동일님 잘 생활하시고 계시네요~ 화이팅입니다~!!
혹시 어제 미장원 안 가셨어요? 님 이랑 닮은분 있던데..^^
님은 인생을 아시는 분 같네여...
멋지십니다...^^ 커피 마시러 가게... 어디 팀홀튼인가요^^
envy you...
어?? 어제 미장원에 있었는데... 누구였지.. ^^;
am i the one who help u around u? kekeke.. good luck with ur studying of disable ppl and English. i hope u will do well.
한국인이 운영하는 팀홀튼이라..혹시..욕밀근처 아닌신지..? 음...;; 사장님이 멋찐 할아버지라고해야하나^^;;
글 정말 잼있게 잘 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정말 한번 뵙고싶네요...전 인터넷 카페에서 알바하는데 정말 밤낮으로 힘들더군요... 님두 성공적인 연수생활 하시길...
님글보니 저도모르게 입가에 미소와 자신감이 생기는군요...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땐 연수가기위해 돈모으는것이 너무 벅차 포기해 버리고 싶을때가 많거든요.그럴때마다 이카페에 들어와서 많은 연수생들 일기를 보며 나도 꼭 가리라는 다짐을 굳게 하곤합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잘지내시는구나, 나 돌아오믄 캐나다가 무너지려나 했더니만...ㅋㅋㅋ 여전히 화이팅임미다요~~~~
넘 멋있으신분 같아요..^^ 저도 님처럼 좋은 마음가짐으루 연수생활을 했으면 하네요 ^^
그거 알아요? 형 유니폼 입고 있는거 넘 귀여워 ㅎㅎㅎㅎ 근데 우리 약속은 언제 된거야? 불만 지펴놓구 ㅠ.ㅠ
동일님 글은 언제나 저를 미소짓게 합니다.. 캘거리에 오기 전에도 그랬고 한 달 반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완쾌되신거 좋은 일자리 구하신거 축하드리구요.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교회는 여전히 열심히 다니시는 거죠? 항상 그 분께서 함께하신다는 거 잊지마세요.. Always keep your chin up!!
아우야.. 담달쯤이면 토일욜날 쉴 것 같다. 열심히 사는 유학생 동생분에게 토일욜 자리 때어서 줬다. ㅋㅋ // 토일욜날 쉬는 날이면 함 사고치자(?) 몸 닦고(?) 물떠놓고 빌고 있어라... 곧 join 한다.. ㅋㅋ
참..희망을 주는 좋은 경험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