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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작은 정원 만들기] 공기청정기ㆍ가습기도 못 말리는 우리 집 공기정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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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3일 / 삼성 | |
황사가 불어오거나 오존경보가 발령되면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처방전이 내려집니다. 그런 날엔 창문을 꼭꼭 닫아 놓고 본의 아니게 코쿤(Cocoon)족이 됩니다. 그런데 가끔은 ‘실내라고 해서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바깥공기보다 실내공기가 더 오염된 경우가 많다고 하니 말입니다. 실제로 SBS, 바로 새집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 존재하는 한, 실내공기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내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식물과 기르는 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자재에는 포름알데히드ㆍ벤젠ㆍ톨루엔ㆍ클로로포름 같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만, 비싼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지어진 건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카펫, 커튼, 가스레인지, 미용 티슈, 벽지, 타일, 복사기, 프린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포함돼 있습니다. 더 무서운 건 실내공기 오염이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기를 갖게 되면 유아용품 카탈로그를 뒤적이며 앙증맞은 이불과 침대, 장난감에 탄성을 지릅니다. 그런 물건들에 아기의 숨통을 조이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걸 안다면, “예쁘다, 예쁘다” 감탄사만 늘어놓을 수는 없겠죠. 쾌적하고 안전한 ‘홈 스위트 홈'을 진실로 바란다면 뭔가를 강구해야 합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연구도 하는데, 그 이유는 ‘티켓 투 더 문' 때문입니다. 오래전 나사에서는 달에 연구기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요, 달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는 지구의 공기와 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공기와 물을 퍼 나를 수는 없는 노릇.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나사는 ‘공기와 폐수를 처리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합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해답을 찾아냈는데 그게 바로 식물이었습니다. ‘지구가 어떻게 공기를 만들지? 어떻게 깨끗한 공기를 유지시키지?'하고 생각하다가 식물이 그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죠. 그래서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능력을 지닌 식물에 대한 연구가 가열차게 시작된 것입니다.
자, 그럼 우리 집에 필요한 공기정화 식물이 뭔지 알아볼까요? 그 전에 잠깐!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는 데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관이 화려하고 가벼워서 마블 화분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마블 화분에 담겨 있는 식물을 사서 그냥 그대로 키우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마블 화분은 사용하지 마세요.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식물을 마블 화분에 심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블 화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합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일 하지 마시고, 토기 화분이나 도자기 분에 옮겨 심어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공기정화 식물 한두 개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회의론자들이 있습니다. 보통 실내공간의 10%를 식물이 차지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그렇다면 30평 아파트의 경우엔 식물이 3평을 차지해야 합니다. 1평이 약 3㎡. 3㎡면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서 30㎝ 크기의 작은 화분 100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니 회의론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그렇게 많은 식물을 키우느니 차라리 식물원에 가서 사는 게 낫겠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개별호흡공간'에 식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면 됩니다. 개별호흡공간이란 한 개인이 여러 시간 동안 머무르는 공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침실이나 공부방ㆍ주방 같은 곳, 사무실이라면 자신의 책상이 되겠죠. 이곳에 식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세요.
'공기정화 식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야자나무류와 고무나무류입니다. 이런 식물은 공기정화 효과가 좋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거실이나 주방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아레카 야자는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 제거력이 탁월하고, 수분 증발률이 아주 뛰어납니다. 2m 정도의 키라면 1리터의 수분을 발생시킨다고 하니, 이 정도면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마셔야 하는'이 아니라) 물의 양보다 훨씬 많지요. 아레카 야자는 염분을 축적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물을 줄 때 흠뻑 주는 걸 잊지 마세요.
아레카 야자. 정기적으로 물을 분무해 주면 잎 끝이 노랗게 변하지 않는다. 고무나무는 잎이 크고 납작한 종류와 작고 하늘거리는 종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자는 인도고무나무ㆍ멜라닌 고무나무 등이 있고, 후자는 벤자민 고무나무가 있습니다. 고무나무는 포름알데히드 흡수율이 뛰어납니다. 단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서 환경이 바뀌면 잠시 몸살을 앓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잘 자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잎이 아름다운 마지나타 역시 크실렌과 트리클로로에틸렌 제거 능력이 뛰어납니다.
다양한 고무나무들.
마지나타는 잎이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데 이때 잎을 잘라 주는 게 좋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접착제ㆍ타일ㆍ프린터ㆍ페인트ㆍ바닥재 등에서 방출되는 벤젠은 두통과 현기증, 구토, 호흡곤란 등을 일으킵니다(물론 중독됐을 경우). 담배 연기에도 벤젠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벤젠을 흡수하는 식물로는 뭐가 있을까요. 스파티필럼과 팔손이나무가 있습니다. 스파티필럼은 가느다란 잎이 무척 우아한 식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타원형의 하얀 잎을 스파티필럼의 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이것은 꽃턱잎이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게 진짜 꽃입니다. 스파티필럼의 꽃은 무척 오래가는데, 꽃턱잎이 녹색으로 변하면 그때 꽃대를 아래쪽에서 잘라 주세요. 그럼 다시 꽃대가 자랍니다. 이름도 정겨운 팔손이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키 작은 나무입니다. 잎이 8개로 갈라진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팔손이는 사실 대단한 매력은 없지만, 잎에 반지르르 도는 윤기 하나는 최고입니다. 윤기 면에서 보면 샴푸 광고에 나오는 모델보다 한 수 위입니다. 머리카락에 윤기가 나게 하려면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팔손이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걀 마사지를 하거나 에센스를 발라 줄 필요는 없고, 그저 간접광에서 키우시면 됩니다. 팔손이는 음생(蔭生)이라 햇빛이 직접 닿으면 잎이 누렇게 변하고 푸석푸석해집니다. 스파티필럼만큼은 아니지만 팔손이도 물이 모자라면 잎을 약간 늘어뜨립니다. 그때 물을 주시면 되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화분의 겉흙(화분 길이의 10분의 1정도)이 말랐을 때 주시면 됩니다.
스파티필럼은 햇빛이 강하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
산세베리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식물이니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산세베리아를 가장 잘 키우는 방법은 소가 닭 보듯이 하는 겁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하게, 그게 비결입니다. 화분의 재질에 따라 길게는 한 달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멀쩡히 살아 있는 식물이죠. 산세베리아는 다른 식물과 달리 밤에 산소를 만들어 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침실에 두면 제격입니다. 화학물질 제거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음이온을 방출하니 그것으로 산세베리아의 역할은 충분하겠죠? 호접란 역시 음이온을 방출하는 식물입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는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영화를 시작하는데, 그 일러스트 중에 잠자리 얼굴로 변신한 호접란이 등장합니다. 호접란은 꽃이 진 후 꽃대를 잘라 주면 새 꽃대가 자라 다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시든 꽃대를 전부 잘라 내지 말고 반 정도 잘라야 다시 꽃이 핍니다.
산세베리아. 흙이 완전히 마르면 물을 주고, 반그늘에서 키운다.
다양한 빛깔의 호접란들. 직사광선을 피해 햇빛이 약한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면 무슨 냄새일까요? 물론 암모니아 가스 냄새겠죠.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세제에도 암모니아가 발생하니 이왕이면 ‘암모니아 먹는 하마'를 놓아두는 게 좋겠죠. 관음죽ㆍ안스리움ㆍ 싱고니움ㆍ칼라데아 등이 암모니아를 먹는 식물입니다. 이 중 관음죽이 가장 강력한 ‘항 암모니아 식물'입니다. 사무실이나 음식점 개업 때 선물로 애용되는 관음죽은 모양새는 별로입니다. 잎 끝이 톱니모양이라 누가 일부러 뜯어 놓은 것도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내 한구석에 버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감하게 화장실로 옮겨 보는 건 어떨까요. 대신 선물한 사람이 방문했을 땐 재빨리 다른 장소로 옮겨야겠죠?
중국이 원산지인 관음죽은 햇빛이 약간 드는 밝은 곳에서 키우는 게 좋으며 안스리움은 이름과 달리 전혀 안쓰럽지 않게 생겼습니다. 안쓰럽다니요? 오히려 빨강과 녹색의 보색 대비가 아주 강렬합니다. 안스리움도 스파티필럼처럼 붉은 부분이 꽃턱잎이고 옥수수처럼 생긴 것이 꽃입니다. 안스리움은 기르기가 다소 까다로워 내공이 필요한 식물입니다. 뿌리가 촉촉한 게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습하면 썩어 버리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안스리움은 열대지방이 원산지라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므로,
왼쪽은 싱고니움. 기르기가 쉬운 편이다.
알뿌리 화초인 시클라멘은 잎과 꽃이 모두 아름다워 인기가 있는 식물입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꽃을 피워 꽃이 귀한 겨울에 더 환영을 받지요. 시클라멘은 더위에 무척 약해 여름을 잘 보내도록 신경을 써 줘야 합니다. 10~15도 정도의 선선한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특히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옆 등 열이 발생하는 곳에는 절대로 두면 안 됩니다.
왼쪽은 시클라멘. 햇빛이 약하게 드는 곳에서 선선하게 키운다. 파인애플과에 속하는 아나나스는 일생에 단 한 번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다시 꽃을 보고 싶으면 포기나누기로 어린 포기를 떼어내 따로 키워야 합니다. 이 역시 꽃을 보려면 1년 이상은 걸립니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 때문일까요. 베고니아를 볼 때면 늘 양인자 작사ㆍ조용필 작곡의 ‘서울 서울 서울'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사실 베고니아에는 아주 많은 종이 있습니다. 보통 거리의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은 그중에서 꽃베고니아죠. 아마 조용필의 이 노래 속에 등장하는 것도 꽃베고니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꽃베고니아는 칼란코에처럼 다육식물은 아니지만 다육 기질이 있어 물을 자주 줄 필요는 없습니다. 꽃베고니아의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하면 공기가 건조하다는 뜻입니다. 예쁜 꽃을 보여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공기까지 정화해 준다니 정말 착한 식물들 아닌가요?
왼쪽은 아나나스. 직사광선을 피하고 반그늘에서 키운다.
실내공기를 정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쾌적함의 기본입니다. 모든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긴 하지만, 그 중 특히 셀륨ㆍ디펜바키아ㆍ아디안텀ㆍ크로톤 등은 증산율이 아주 뛰어나 건조한 실내에 두면 좋습니다. 크로톤은 잎이 꽃보다 더 화려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식물입니다. 크로톤은 영어로 ‘요셉의 외투(Joseph's Coat)‘라고 하는데 그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의미겠죠.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손잡고 만든 첫 작품도 바로 '요셉의 총천연색 외투(Joseph and Amazing Technicolour Dreamcoat)‘였습니다. 이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수 유열이 요셉 역을, 신효범이 나레이터를 맡았다고 합니다. 요셉의 외투를 빛바래게 하지 않는 방법, 바로 충분한 빛을 쪼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크로톤은 촉촉해야 잘 자라므로 분무를 자주 해 주고 물도 자주 주는 것이 좋습니다. 크로톤과는 달리 디펜바키아 카밀라는 단 두 가지 색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식물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키우면 무늬가 옅어지므로 밝은 곳에서 키우는 게 좋고, 물은 토양이 촉촉할 정도로 주세요. 집 안에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디펜바키아 잎을 절대로 먹지 않게 주의하세요. 디펜바키아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어 먹으면 목이 부어올라 며칠 동안 말을 못 한다고 합니다.
왼쪽 크로톤은 남아시아가 원산지로, 햇빛이 강할수록 잎이 화려하며
왼쪽은 아디안텀. 고사리과 식물이라 햇빛이 약간만 드는 그늘진 곳과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 글 지근화 / 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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