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이면 손녀가 찾아옵니다.
26개월 된 손녀는 한창 어휘가 늘어나고 있는 시기라 종알종알 쉬지 않고 말을 합니다.
"이 건 뭐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까만 눈동자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할 때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함머니, 하버지..." 발음이 완벽하지 않으니 더 귀엽습니다.
까르르 웃는 모습도 얼마나 귀여운지 짧은 문장력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공을 가지고 놀다가 모두 양재천에 나가 걸었습니다.
양쪽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을 잡고 걷다가도 잡은 손을 뿌리치고 엄마 아빠 손을 잡자고도 하고, '안아줘'라며 걸음을 딱 멈추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너구리를 본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잉어를 구경하고 비둘기도 보면서 자연과 친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좀 이르지만 저녁식사를 위해 태국 음식 전문점인 '생어거스틴'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빈자리는 거의 없습니다.
"어른 넷하고 아기 자리가 필요합니다."
아들의 말에 6인용 식탁으로 안내해 줍니다.
아기용 식탁의자에 손녀를 앉히고 손녀부터 저녁을 먹입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손녀 밥을 보온밥통에 반찬과 함께 싸와서 먹입니다.
아직은 어른들이 먹는 음식과는 다르게 싱겁게 조리해서 먹입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한 가지씩 나옵니다.
왕새우 팟타이(쌀국수), 뿌 팟 봉커리(계란소스 얹은 튀긴 게)
뿌 팟 봉커리, 느어 팟 남만호
마지막으로 나온 비프 레드 커리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찰기 없는 태국 쌀밥과 커리(보통 카레라고 발음하는...) 입니다.
우리는 요리 명칭이 어려워 아들이 대신 주문을 해줍니다만, 마지막에 계산은 남편이 합니다.
음식값은 비교적 비싼 편이라 네 가지 음식에 93000원입니다.
그래도 손녀를 매주 보는 즐거움과 행복함에 기꺼이 저녁을 삽니다.
평생을 근검절약 정신으로 살아온 우리 부부지만, 손녀와 아들 내외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지갑을 엽니다.
하우스 귤 900g 한 봉지에 9000원 하는 것도 손녀를 생각하며 샀습니다.
우리가 먹으려고는 절대로 이런 비싼 과일 못 사는데, 손녀를 생각하면 쉽게 지갑이 열리니, 내리사랑을 절감합니다. 순 사과만을 갈아 만든 비싼 사과 주스도 손녀를 위해 한 박스를 주문한 남편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녀 사랑은 짝사랑인 줄 알면서도 한없이 베풀고 싶습니다.
손녀로 인해 웃음꽃이 피고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우리에게 보내진 천사인 손녀 짝 사랑에 눈이 멀 지경인 할머니입니다.
첫댓글 손녀에 대한 할머니 사랑이 너무나 지극 하시네요.
저도 그렇게 될까요? 할머니 할아버지 양손에 잡고
아장아장 걷는 그림과 같은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선배님! 저 지금 독일에 와 있어요.
시차 적응이 안되서 카페에 들어가보니
반가운 글이 올라와 있네요.
주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독일에는 46회 동문인 우리 여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여행 잘 하시고 사진 많이 찍어와서 이야기와 함께 소개해 주세요.
손녀바보가 되신 선배님~ 글을 읽는 사람까지 행복해지네요^^
'손녀바보'가 맞아요.
할아버지,할머니 사랑이 온통 이쁜 손녀에게 다 쏠렸네요.
손녀바보가 된 아우님! 그게 사람사는 이치지요......
'바보'라고 해도겁고 행복합니다.
손녀재미가 점점 더해갈걸요 유치원서 배운 노래할 때 유희할 때 학교 갈때 등등 앞으로 한이 없을껋ㅎㅎ
'과수원 길'은 벌써 노래 부를줄 알아요.
무용도 잘하고요.
옥덕아우야 돈 내 놓고 바보가 되는줄 알고 있제... 웃으며 네 얘기에 같이 바보가 되네....
우리는 돈도 안 받고
전에는 손주자랑하는 사람에게는 돈 만원씩 받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5만원 쥐어주고 아예 나가라고 한답니다.
첫정이라 더 그러실꺼예요...주말마다 보니...일주일이 길어 보이시겠어요...ㅎㅎ
아무래도 첫손녀라 더 정이 가는 건 맞아요.
우리 며느리는 둘째 아들이 장가가서 아기 낳으면 손녀에게 가는 할머니 사랑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멘트를 하는 걸 보고 웃은 적이 있어요.
아직 배우자도 결정되지 않은 우리 둘째인데...
아직 성장하지 않은 손녀의 귀여운 모습에 푹 빠진 할머니 할아버지...세상에 무엇이 아깝겠어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때지요.맘껏 사랑해 주세요.^^
지금이 가장 귀여울 때 겠지요.
마음이 가는대로 하고있습니다.
100% 동감합니다
손주사랑에뻑 빠지신 언니...짐작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