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2. [케이블 타이 연쇄 살인 사건 - ⑥]
S# 37. OO 경찰서 수사본부 상황실.
강력 1, 2, 3, 4 팀 형사들 20여 명이 앉아 있다.
수사본부장
주목!
(형사들을 보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90년대 중반에
'막가파' '지존파' ‘온보현’ 같은 살인범죄자가
등장하고, 점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이
족적이나 지문, DNA조차 남기지 않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우리 경찰은 지난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을 새로 만들었다.
수사본부장 두 여경을 보고 말을 이어 간다.
여기 계신 권일숙 경사님은 그때 특채되어, 그 동안
수많은 범죄현장과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등
여러 흉악범들과 면담하며
범죄수법과 동기, 행동의 원인 등을 캐내고 탐구하신 분이시고.
오른쪽에 강은미 경사님은
현장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한국형 지리프로파일링 시스템인
‘지오프로스(Geopros)’ 를
개발하신 분이시다.
본부장,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
본청에서 시민들의 치안 불안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역량 있는
두 분의 ‘프로파일러’들을
이번 ‘케이블
타이 연쇄 살인 사건’, 해결에 지원하도록 결정하여
파견오신 분들이니,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를 바란다.
(강력 1팀장을
보며)
그리고, 두
분의 서포트는 강력 1팀이 맡아서 하도록 하고,
소개는 이상으로 마치고,
(두 프로파일러들을 바라보며)
그럼, 지금부터
두 분께서 회의를 진행하시죠.
수사본부장은 구석에 있는 의자에 가 앉는다.
권 경사 (회의실에 앉은 형사들 전체를 천천히 응시한 후에)
방금 소개받은 ‘권일숙 경사’입니다.
여러분들을 처음 뵙지만, 우리의 의지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범죄희생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이 시간에도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속히 ‘살인마’를
검거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앞으로 저와 강 경사는 여러분들과 함께 지난 다섯 건의
‘케이블 타이 살인 사건’ 현장과 수사기록,
현장 증거, 감식 결과,
부검
결과, 수사팀 조사 자료 등 모든 정보를 한데 모아놓고
이 모든 근거가 들어맞는 하나의 ‘가설’을 뽑아낼 것입니다.
강 경사가 마이크 버튼 ‘on’을 누르고,
강 경사 여러분들에겐 아직, 생소하겠지만,
사건 발생 지점을 연결해 수사를 집중해야 할 지역을 찾는 것이
'지리적 프로파일링'이에요.
범행 지역과 시간, 주택 침입
방법 등 수법을 분석하고,
범행 후 범인이 보이는 특이한 ‘시그니처(행동 흔적)’을 파악하고,
‘케이블 타이 살인 사건’처럼 동일범에 의해 저질러지는 사건들은
우리도 범인처럼 현장에서 느꼈던 소리, 분위기, 불빛, 개 짖는 소리
이런 것을 같이 느껴본다면, 수사관 입장에서 안 보이던 것이
범인의 입장에서 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권 경사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방금, 강 경사님이
“범인이
보이는 특이한 ‘시그니처(행동 흔적)’을 파악하고” 라고 얘기했는데,
여러분에게 생소한 이 ‘시그니처’란 말을 부연 설명해드려야겠어요.
우리가 보는 범인의 패턴은 범죄수법의 연관성ㆍ동일성이
아니에요.
‘시그니처’라고 부르는 것은 범죄수법과는 달라요.
앞의 자판기 커피잔을 들어 보이며,
여러분 중에 커피를 마실 때 꼭 조금씩 남기는
사람,
긴장하면 주위의 부드러운 물건에 손톱으로 스크래치를
내며
무의식적으로 긴장감을 푸는 사람처럼
범인이 범죄현장에 흘리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연관성ㆍ동일성을 가진
습성이 있어요.
시그너처는 바로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무의식적
행동이고, 범행을 완성하기 위한 수법과는 다른 것이에요.
수법은 범행현장이 바뀌면 계속 바뀌는 반면,
현장에는 범행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행동도 있어요.
우리는 그런 것을 찾아야 해요.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케이블 타이 살인 사건’처럼 동일범에 의해 저질러지는 사건들은
범인의 ‘시그너처’를 찾는 것이 범인 검거의
주요 단서이기 때문이에요.
강 경사 그럼,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고,
저와 권 경사님은 강력 1팀원과 함께 사건현장 다섯 곳을 모두
돌아 보고 난 후에
다음 단계를 상의하고, 여러분과 함께 밟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수사본부 팀원들이 회의실을 빠져 나간다.
S# 38. 상황실 앞 공간.
김 팀장이 권 경사,
강 경사에게 다가와 인사한다.
강력 팀장 반갑습니다. 두 분이 사건 현장을 돌아 보실 수 있도록
저희 팀의 김 형사와 박
형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김 형사와 박 형사가 두 경사에게 인사하고 함께 나간다.
S# 39. OO 경찰서 주차장.
김 형사가 차문을 열며
김 형사 두 분 타시죠.
S# 40. OO 도로. 차 안
김 형사 저도
지난 정기연수교육 과정에서 ‘프로파일링’ 이론 수업을 들었습니다.
권 경사 그러세요. 내용이 딱딱하지 않던가요?
김 형사 아니요. ‘프로파일링’이 범인은 물론 피해자의 심리나 행동 이유까지
모두 분석해야 한다는 것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박 형사 저는
아까 본부장님이 ‘지오프로스(Geopros)’
를 개발하신 분이 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강 경사 아니 왜요?
박 형사 제가
지구대 있을 때, 관할 우범지역 분석하는데 그 ‘지오프로스(Geopros)’가
크게 도움이 됐거든요.
강 경사 도움이 되셨다니, 뿌듯하네요.
권 경사 (끼어들며) 얘, 그거 만드는 라고, 고등학생 ‘수학의 정석’을 세 번 완독하고
모교의 지리학, 확률ㆍ통계학 교수들도
끊임없이 찾아 다녔어요.
강 경사 (회상하며) 예. 한 1년 고생했죠.
김 형사 위에서
압박이 심했어요?
강 경사 아니요. 제가 원체 ‘지리프로파일링’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시 미국에서 쓰는 ‘크라임스탯’이라고 있었는데, 너무 고난이도였어요.
범죄 현장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좌표 값을 알아야 했고,
그걸 알아내도 다시 크라임스탯용 데이터로 변환해서 지도에 입력해야 하고.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에는 범죄 정보가 꼼꼼하게 전산화돼 기록돼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
있는데, 여기에다가 지리정보시스템(GIS)를
연계하면 미국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개발에 나선 거고요.
권 경사 (끼어들며) 얘, 그거 만들 때, 거의 혼자 만들다시피 했어요.
개발비로 내려온 예산이 3억 원 밖에 안 돼서.
단순하게 전자지도에 범죄 정보를 뿌리는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데만 해도
10억 원 가까이 필요한데.
김 형사 아이구, 저희랑 똑같네요. 저희도 한달 수사비가 꼴랑 30만 원이데.
형사생활 1년 하면 빚이 5,600만 원이라는 말까지
있잖아요.
박 형사 두
분이 상당히 친하신 것 같아요.
권 경사 동갑에, 같은 대학, 얘는 통계학,
저는 심리학 전공, 경찰청 프로파일러 동기
강 경사 사무실도
같은 층. ㅋㅋㅋ.
차는 어느새, ‘박효진양’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네 사람은 김 형사가 트렁크에서 꺼내 건넨 덧신과 마스크, 위생 장갑ㆍ모자 등을 착용한다.
S# 41. 집 안 거실.
박 형사 ‘박
양’ 부모님은 지금 친척집으로 옮기신 상태이고, 수사에 도움을
주시기 위해
저희에게 집 열쇠를 맡기셨어요. 현장이 거의 보존이 된 상태입니다.
권 경사 (집 안을 둘러 보고 파일을 보며)
범행 시간이 다섯 건 모두 오전 시간대네요.
김 형사 예. 다섯 번째 사건만, 정오 넘어서 구요.
권 경사 그 시간대에 집집마다 다닐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강 경사 택배, 음식 배달, 슈퍼, 검침원
권 경사 (박 형사를 보며) 또, 여자 혼자 있는 시간을 미리 알고요?
박 형사 예. 범인은 마치 이 시간에 혼자 있다 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요.
권 경사 그리고, 훔칠 의사도 없으면서
집 안은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김 형사 ‘케이블 타이’가 범인의 ‘시그니처’일까요?
권 경사 아직은, 하지만 저는 ‘케이블 타이’를
수사관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묶으려는 범인의 ‘심리 툴(도구)’로 봐요.
권 경사 박 형사님. 김 팀장님이 이 범인을
‘괴물’이라고 했다면서요?
(박 형사의 답을 기다리며)
박 형사 예. 괴물의 입장이 되어 이 괴물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수사해야 한다고요.
권 경사 맞아요. 괴물. (사진을 보며)
괴물이 사건 현장에
흩뿌려 놓는 무수한 ‘거짓의 시그니처’ 중에
뒤섞여 있는
‘참의 시그니처’를 하나 하나 골라내야 해요.
(권 경사는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며)
두 달 전에 담당했던 살인 사건의 프로파일링 과정에서,
면담이나 증거에서 드러난 피의자 성향이 본인 진술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피의자가 작은 일에도 쉽게 앙심을 품는 성향이라는 사실을 파악해 거짓말인 것을 알아냈죠.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무시당한다고 느껴왔다는 증거,
그리고 범행 당시를 의도적으로 숨긴 증거가 있었어요.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거죠.
권
경사는 김 형사를 보며,
권 경사 김 형사님. 프로파일링 과정은 ‘참’과
‘거짓’을 걸러내는 지난(至難)한 작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