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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1 (토) '尹, 욕했지 않느냐' 이재명에… "낯 뜨겁지 않나, 후안무치"
국민의힘은 9월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직격한 것과 관련해 과거 '형수 욕설' 등 관련 논란을 소환하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발언을 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낯이 뜨겁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후안무치'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무안군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도 귀가 있고, 판단할 지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금 들어도 바이든 맞지 않으냐. 욕 했지 않느냐. 적절하지 않은 말 했잖느냐"고 직격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지금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모든 의혹이 하나하나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국민께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구체화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직접 해명을 듣고 싶어 하신다"며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고스란히 돌려드린다. 부디 국민을 존중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친형과 형수에게 듣기 거북할 정도로 인정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어대던 이재명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기현 의원은 "'자기부정'의 중환자 같아 보일 정도"라며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비수를 꽂는다는 사실을 좀 생각하시면서 말씀 가려 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개발 및 쌍방울그룹 유착 등 의혹에 대한 공세도 계속됐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부지 용도변경을 반대하는 공무원에게 보복성 징계를 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고 하시더니 당시 이재명 시장은 불의의 공범이었나 불의의 방관자였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참 무서운 분이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검수완박'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언젠가는 진실이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의원은 SNS에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의 관계는 범죄영화 시나리오와 같다. 정치인과 수사기관, 조폭 출신 사업가가 얽혀서 비리와 부패, 증거인멸, 밀수, 마약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기본사회'를 외치지만, 실제로 만든 것은 '범죄사회'였을 뿐"이라고 몰아붙였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 '연봉 5억 이상' 누가 버나
국내 빅4 회계법인의 매출 총액(컨설팅 포함)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을 도입한 신(新)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감사 매출이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재무자문 및 컨설팅 부문 외형이 급성장한 결과다. 9월 30일 금융감독원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의 2021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별도 컨설팅법인을 포함해 3조189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2조6074억원)보다 22.7% 증가한 수치다.
6월 결산법인으로 이날 실적을 공시한 삼일회계법인의 2021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별도법인으로 있는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을 포함해 1조2323억원(삼일회계법인 8885억원, PWC컨설팅 34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매출 총액(1조128억원) 대비 21.6% 늘어난 것이다. 이날 2021회계연도 실적을 공시한 한영회계법인도 매출 총액이 전년 5286억원에서 6279억원으로 18.7% 증가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안진회계법인(5월 결산법인)의 2021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27.3% 증가한 5677억원, 삼정회계법인(3월 결산법인)의 매출 총액은 22.7% 증가한 7610억원이었다. 부문별로는 재무자문 및 컨설팅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 회계연도 이들 회계법인의 재무자문·컨설팅 매출은 1조9215억원으로 전년(1조4599억원) 대비 31.6% 증가했다.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증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디지털 전환 확산 등으로 컨설팅 일감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감사 부문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11.1% 늘어난 7998억원이었다. 국내 빅4 회계법인이 2021회계연도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업계에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 회계법인에서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은 회계사도 128명으로 급증했다. 전년도 58명보다 120% 증가한 수치다.
◆ 감사는 삼일, 자문은 안진 성장률 높아
‘회계법인 업무의 꽃’이라 불리는 감사 부문에서는 삼일회계법인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은 2021회계연도에 감사 부문에서만 286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2488억원) 대비 14.96%의 증가율을 보였다. 삼일의 감사부문 인원은 1776명으로 삼정회계법인(1833명)보다 적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삼정보다 714억원 많았다. 삼정의 감사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26% 상승한 2146억원이었다.
한영회계법인은 감사 부문에서 전년 대비 13.25% 늘어난 1756억원, 안진회계법인은 2.28% 상승한 123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재무자문 및 컨설팅 부문에서는 안진의 성장이 돋보였다. 재무자문과 컨설팅 합산 매출은 3590억원으로 전년(2558억원) 대비 40.37% 불었다. 안진은 전통적으로 사모펀드(PEF)의 인수합병(M&A) 자문 등 재무자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삼일은 재무자문·컨설팅 매출이 7293억원으로 절대금액으로는 가장 많았다. 증가율도 29.76%로 양호했다. 삼정은 전년 대비 31.91% 증가한 4339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한영은 3991억원으로 뒤를 따랐다. 세무 부문 실적은 다른 부문에 비해 성장률이 낮았다. 안진이 전년 대비 22.98%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매출은 852억원이었다. 삼일 세무 매출은 2168억원, 삼정은 1124억원이었다. 한영 세무 매출은 전년 대비 12.43% 감소한 530억원이었다.
◆ 고액 연봉 회계사 급증
4대 회계법인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고액 연봉자 수도 급증했다. 5억원 이상 받은 회계사는 2020회계연도 58명에서 2021회계연도 128명으로 120% 급증했다. 법인별로는 삼일이 5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정이 51명으로 뒤를 따랐다. 한영은 11명, 안진은 9명이었다.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최고액 연봉자는 김교태 삼정 회장으로 26억200만원에 달했다. 윤훈수 삼일 대표가 22억19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홍종성 안진 대표는 13억2600만원, 박용근 한영 대표는 10억1000만원이었다.
회계업계의 고액연봉자가 급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피감 대상 기업들은 회계감사 수수료 인상으로 비용이 올라 부담이 커졌는데 회계법인의 연봉은 늘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간 감사나 재무자문 등의 수수료가 업무 전문성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다”며 “회계감사 수수료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올해 실적 전망은 ‘글쎄’
회계법인들은 지난해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재무자문 및 컨설팅이 급증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회계법인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회계법인들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한영은 감사 부문과 재무·세무·컨설팅을 분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무·세무·컨설팅 법인을 신설해 재무자문과 컨설팅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안진도 최근 홍보대행사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컨설팅 분야 영업 역량을 강화했다.
포항 참사 진짜 원인… 처참한 현장에 남은 결정적 증거
거센 물결이 공장을 덮쳤다. 공장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제방이 불어난 빗물에 맥없이 무너졌다. 제방이 사라지자 빗물에 바닥 콘크리트도 유실돼 결국 공장이 붕괴했다. 숲이 우거지고 졸졸 냇물이 흐르는 경치 좋은 곳에 깔끔한 펜션과 카페가 들어섰다. 이 작은 냇물이 튼튼한 신축 건물을 무너뜨리는 거센 물길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튼튼한 제방도 쌓았으니 홍수와는 상관없는 안전한 곳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 태풍 힌남노가 쏟아 부은 빗물에 주저앉아버렸다.
지난 9월 6일 힌남노 폭우로 포항시 냉천이 범람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이 밀려들어 7명이 사망했고 포항제철이 침수돼 공장이 멈춰 섰다. 포항시는 80년 빈도인 시간당 강우량 77㎜로 하천을 설계했는데 이를 초과하는 시간당 110.5㎜ 폭우가 쏟아졌다며 홍수 예방을 위해 상류에 댐 건설을 추진 중이다. 힌남노가 많은 비를 쏟아 부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일까? 상류에 댐을 세우면 더 이상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 포항 냉천 참사가 인재인 이유
강과 하천은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진다. 그런데 포항시 냉천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하천 폭이 좁아진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한 구조다. 냉천 제일 아래쪽에 냉천교가 있다. 약 150~160m의 하천 폭이 바로 이 지점에서 90m로 좁아진다. 심지어 하천이 우측으로 급격하게 꺾인다. 1970년대 포항제철이 이곳에 자리하며 하천을 우측으로 밀어낸 결과다. 그러나 1970년 하천 변경 이래 지금까지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다. 포항제철의 하천 변경 이외에도 더 중요한 홍수 발생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냉천교와 상류에 있는 원용교의 다리 구조를 비교해 보자. 원용교는 아치형으로 다리의 중앙부가 위로 살짝 올라가 있고 교각이 두 개다. 홍수가 났을 때 빗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원용교 양변의 산책로가 유실될 만큼 폭우가 쏟아졌다. 냉천교는 다리 높이가 낮고 교각이 4개다. 여기에 우측에 콘크리트 기둥이 두 개나 더 있다. 특히 하천 양변에 산책로가 넓고 높게 만들어져 있다. 냉천교 아래로 빗물이 흐를 공간이 좁다. 중장비들이 한창 복구공사 중인 냉천교 아래 우측 산책로에 내려섰다. 냉천교 천장 철골 기둥에 냉장고가 걸려 있었다.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도 가득하다.
차가 오가는 다리 상판에서 다리를 받치고 있는 철골 기둥까지의 길이를 재보았다. 약 2.5m였다. 가뜩이나 높이가 낮은 냉천교인데 수면 쪽으로 무려 2.5m나 내려 온 다리 구조물이 불어난 빗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댐 역할을 한 것이다. 커다란 중장비들이 냉천교 교각에 걸린 나뭇가지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냉천교와 산책로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는 작은 중장비들이 나뭇가지와 토사들을 연신 퍼내고 있었다. 지난 6일 홍수 당시 냉천교에 막혀 빗물이 흐르지 못한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좌측 산책로에서 살펴 본 냉천교 역시 나뭇가지들로 가득했다. 냉천교 좌측 역시 빗물의 흐름을 막는 산책로가 높고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평소 빗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폭우로 빗물이 불어나면 산책로는 빗물 흐름을 막아 주변 마을로 넘쳐흐르게 하는 주범이 된다. 냉천교가 포항 홍수 참사의 모든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물길을 막은 냉천교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중·상류에도 빗물이 제방을 넘는 큰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장 하류의 냉천교부터 상류의 오어저수지까지 냉천을 오르내리며 양변의 홍수 피해 현장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산책로와 운동시설들은 이번 홍수에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냉천변에는 '고향의 강 정비사업' 홍보물이 세워져 있었다. '2012년부터 8.24km 구간에 297억 원을 투입해 자연형 여울 및 어도 5개와 잔디마당, 게이트볼장, 야구장, 축구장, 여울형 낙차공, 징검다리 등을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냉천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이번 홍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양변에 콘크리트 산책로를 만들었다. 하천변에 넓은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물길과 운동장 경계면도 콘크리트 제방을 쌓았다. 결과적으로 불어난 빗물이 하류로 미끄럼 타듯 빠르게 흘러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천변에 나무를 심고 운동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제방이 하천 안쪽으로 옮겨졌다. 그 결과 하천 폭이 8~24m 좁아졌다. 약 300억 원을 들여 냉천 변에 만든 운동시설과 콘크리트 산책로들은 이번 폭우로 모두 유실됐다. 하천 시설물들이 홍수 피해를 가속화 했고 그 힘에 의해 모든 시설물들이 파괴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고향의 강 정비사업 안내판에 적힌 자연형 여울과 어도도 홍수를 가중시켰다. 냉천은 바닷가에 위치한 하천이라 하천 길이가 짧고 급경사를 이루는 지형임에도 제방이 낮고 다리도 낮은데, 고향의 강 사업으로 짧은 하천 주변에 집중적으로 너무 많은 시설을 한 것이다.
◆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가 일어난 이유
우방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든 빗물에 입주민들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빗물이 왜 급격하게 밀려든 것일까? 아파트 위치를 살펴보았다. 냉천이 살짝 휘어 흐르는 물길 정면에 있다. 직선화되어 빠르게 흐르는 거센 물길이 아파트로 몰려드는 구조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우방아파트 쪽의 제방이 낮았다. 제방이 유실되어 임시방편으로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리는 공사 중이었다. 넘쳐흐른 빗물에 무너진 아파트 울타리는 아파트로 밀려든 그날의 물길이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케 했다.
문제는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다.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좌측 하천변에 각종 운동시설들이 조성되었다. 사망자가 발생한 우방아파트 건너편을 살펴보았다.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하천변을 반원형으로 성토하여 운동시설과 산책로를 만들었다. 성토한 산책로 위에 올라섰다. 차가 오가는 제방 밖의 도로와 높이 차이가 겨우 1m에 불과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아파트 방향의 수면 쪽으로 내려갔다. 사람 키 높이보다 더 높은 2m 이상의 제방을 쌓아 올렸다. 하천에서는 커다란 돌 하나도 물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방향을 향해 2m나 높게 반원형으로 성토하였으니 당연히 빗물이 아파트 방향으로 흐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방아파트와 하류에 있는 냉천교와의 거리는 겨우 1.2km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참사 당시 성난 빗물이 마치 역류해 올라오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빗물이 냉천교에 막히자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역류 현상이 발생했고 제방을 넘쳐 주변에 침수 피해가 크게 발생한 것이다. 우방아파트 피해가 큰 이유는 명백했다. 냉천교에 막힌 빗물이 역류하며 수위가 상승했고,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성토한 산책로와 운동시설이 아파트 방향으로 물길을 밀어내는 등의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 상류에 댐 만들어 홍수 예방?
포항시는 반복되는 홍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류에 댐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댐을 건설하면 태풍과 집중 호우시 홍수를 조절하고 가뭄 때 용수 확보가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시가 추진하는 항사댐은 높이 50m, 길이 140m, 저수용량 476만t의 소규모 댐으로 약 800여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과연 댐이 없어 이번 홍수 참사가 발생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댐이 홍수를 막아준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 위에 건설한 댐의 수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더 큰 홍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19일 '주호영 대표님, 악마 목사와 4대강 1대1 끝장 토론 합시다'(http://omn.kr/1rfdl) 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섬진강 홍수는 상류의 댐 수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홍수를 막아야 할 다목적 댐이 오히려 홍수를 유발한 것이다. 항사댐 예정지 바로 아래 항사댐의 저수용량과 비슷한 오어저수지가 있다. 일부 주민들은 '오어저수지 수문 개방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고, 농어촌공사는 오히려 오어저수지가 홍수 피해를 막았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 논란이다.
오어저수지는 홍수조절 능력이 없는 농업용 저수지다. 저수지 좌측에 2개, 우측에 1개, 총 3개의 방수문이 있고 집중 호우 시 빗물이 불어나면 저수지를 넘쳐흐르게 하여 제방 붕괴를 막는다. 3개의 작은 방수문은 저수율 65%에 해당하는 높이에 설치돼 있다. 즉 저수율 65%까지 수문을 개방해 초기 홍수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서 오어저수지의 시간대별 수위 그래프를 보자. 9월 6일 새벽 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급격하게 수위가 올라 거의 만수위에 도달했다. 그러나 새벽 4시부터 수위가 완만하게 유지됐다. 강수량 데이터에 따르면 6일 새벽 4시 이후인 6시~7시 사이에 큰 비가 쏟아졌다.
저수지 둑에 걸린 덤불들이 만수위까지 물이 차올랐음을 보여준다. 시간대별 수위 그래프에서 만수위에 차오를 때 물이 넘치는 저수지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것은 수문을 열었음을 의미한다. 도시 위에 만들어진 저수지가 붕괴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저수지 관리자가 저수지 붕괴를 막기 위해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저수지 수문을 연 직후의 시간대에 하류에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어저수지의 물이 흘러내리는 여수로 끝 지점에 있는 콘크리트 바닥 보호공이 모두 파괴되었다. 여수로에서 빗물이 흐르는 맞은편 둑이 유실되어 자루를 쌓아 올리는 긴급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닥 보호공과 둑이 처참히 파괴될 만큼 급격한 빗물이 여수로에서 흘러내렸음을 의미한다. 이게 단지 저수지를 월류한 물 때문인지 아니면 수문을 열어 홍수량이 늘어났기 때문인지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 진정한 홍수 피해 대책
지난 2020년 섬진강 홍수에서 보듯 도심 위의 댐은 오히려 대홍수를 조장할 수 있다. 포항시가 추진하는 냉천 상류 댐 건설은 올바른 홍수 예방책이 될 수 없다. 홍수 참사 원인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온다. 포항시는 80년 빈도인 시간당 77mm를 넘는 110.5㎜의 비가 쏟아져 천재지변이었다고 주장한다. 비가 많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천의 홍수 피해는 4대강사업의 하나인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하천 폭을 줄이고, 하천에 과도한 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속이 증가하고 빗물이 넘쳐흐르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물길을 막는 댐 역할을 하여 홍수 피해를 가중시킨 냉천교가 두 번째 주범이다.
홍수 예방을 원한다면 댐 건설 대신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냉천 변에 설치한 모든 시설물들을 걷어내야 한다. 빗물이 흐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하천은 빗물이 흐르는 공간이 우선해야 한다. 고향의 강 정비사업은 홍수를 예방하는 '치수'보다 사람들의 유희를 위한 '친수' 사업에 치우쳤다. 그 때문에 힌남노 폭우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홍수 예방을 위한 두 번째 대책은 다리가 낮고 교각이 많은 냉천교를 전면 철거하고 빗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다. 냉천교 철거가 상류의 댐 건설보다 더 긴급한 홍수 예방 대책이다. 물길의 흐름을 막는 냉천교를 그대로 둔다면 상류에 큰 댐을 세운다 할지라도 또 다시 포항제철과 주변 마을에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
도로에서 갑자기 한 차선만 줄어들어도 병목 현상으로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 폭 150m의 하천이 무려 90m로 줄어들었고, 그것도 좁아진 하천이 우측으로 꺾였다면 병목 현상으로 빗물이 제방을 넘쳐흐르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특히 상류에 비해 하천 폭이 급격히 좁아진 냉천교 하류 양안의 잔디밭과 산책로를 모두 걷어내 통수(通水)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물을 다스릴 수 있다며 하천을 직강화하고 제방을 쌓고 그 안에 물을 가두었다. 그러자 흐를 공간을 빼앗긴 빗물이 인간들의 터전으로 밀려들고 있다. 이는 분명 천재가 아니라 인간의 오만이 초래한 인재다. 이번 냉천 홍수 참사는 단지 포항시만의 일이 아니다. 하천을 직강화하고 물이 넘쳐흐르던 범람원에 건물들을 세운 도시들이 언젠가 겪을 일이다. 기후 재난의 시대를 맞아 이제 하천 관리 방식을 전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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