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 고운 숲으로, 당신과 단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일산신도시에 남아있는 유일한 옛산인 정발산은 88m 낮은 뒷동산이지만 일산의 숨통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발산이 없는 일산은 상상만해도 답답하고 삭막하다.
매일매일 찾을 수 있는 가까운 치유 숲
마을숲 산책❶ 정발산
온통 산으로 연결된 산사람 남편
몸과 마음을 치유해준 고마운 산
한겨울도 묵묵히 걸으며 낸 봄길
숲 구석구석에 배인 따듯한 추억
[고양신문]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일입니다. 춥고 눈 많았던 겨울이 떠날 즈음이었습니다. 그제야 저녁식사 후에 같이 나가지 않겠냐는 남편을 따라 집을 나섰습니다. 겨울이 온다는 소문만 들려도 몸을 잔뜩 움츠리는 저는 바지를 세 겹씩 껴입고 집을 나서면서 같이 가자는 걸 미안해하면서도 겨우내 거절했었죠. 겨울이 짐을 싸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곧추섰던 냉기는 벌써 가방 속으로 들어간 듯했습니다. 움츠러든 제 어깨가 펴졌습니다. 연애할 때처럼 제 걸음에 맞추어 걷는 남편의 걸음은 그때처럼 힘찼습니다.
그 전해 5월에 온갖 공격과 비방에도 포기하지 않고 퇴임 후 작은 시골마을에서 소박한 꿈을 가꾸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세상과 삶에 대한 의지를 꺾어 버렸다는 소식을 우린 병원에서 들었습니다.
환자용 침대에 누워 있던 남편과 보호자용 간이침상에 앉아 있던 저는 그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믿을 수 없는 우리 현실을 잠시 잊고 그저 텔레비전만 보았죠. 그 날은 남편이 맹장염 수술을 받은 지 8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복막염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맹장 수술을 받았을 뿐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나 40일을 채우고 남편은 퇴원을 했습니다. 엉겨 붙은 핏덩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번 더 받은 다음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남편의 배는 속이 아니라 바깥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모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속을 채우는 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천천히 순서대로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눈빛에서조차 기운이 빠져나간 남편이 예전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내심 불안했습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대통령의 의지가 꺾이는 것을 보았으니 더욱 그랬죠.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창녕 화왕산으로 가는 버스 안이었습니다. 대학에 막 입학한 저는 첫 과MT에 따라 나섰고, 군 제대 후 복학한 남편이 제 옆자리에 앉았죠. 그 후 남편에 대한 제 기억은 온통 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애가 시작된 뒤에도 남편은 느리고 무거운 저를 데리고 산에 자주 갔습니다. 설악산 오세암에서는 남편이 지어 나른 기왓장을 올린 건물들을 보았고, 수렴동 계곡에서는 영점에서 24도나 내려간 기온도 아랑곳하지 않고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습니다. 청학동 계곡에서는 비에 흠뻑 젖기도 했죠.
여름이 지나면서 남편의 배는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에 더해 남편의 오랜 부재로 뒤엉킨 회사일도 차츰 정리되었습니다. 처음 출판사 문을 열 때처럼 저도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미 소리가 들릴 즈음 남편은 집에서 가까운 정발산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차지기 전에는 남편을 따라가기도 했습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지리산을 뛰어내려오고 기왓장을 지고 설악산을 오르던 사람이었지만, 남편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걸었습니다. 걷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걷는 것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칼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남편은 하루 두 번 정발산으로 향했습니다. 대부분 두어 시간은 지나야 돌아왔고, 가끔은 찾아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오래 돌아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날 남편은 두루미공원과 저동고등학교를 지나 마두도서관 뒤편에 아스팔트가 깔린 길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해발 88미터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산은 산입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짧은 길에도 저는 숨이 찼습니다. 반대편 산자락에 갔다 올 만큼 시간이 걸렸지만, 남편은 말없이 기다려 주었습니다.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지요. 긴 겨울 동안 기다려 주는 사람도, 기다릴 사람도 없이 혼자 이곳에 온 남편은 정상 근처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에서 근력을 키웠나 봅니다. 운동기구 쪽으로 가 제게 시범을 보이며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땅에 박아놓은 타이어에는 꼭 누워보라고 권합니다. 배를 하늘 쪽으로 한껏 내밀고 누워 허리와 등이 활처럼 휘게 하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면서요.
소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우뚝 서 있는 평심루에 올라서는 호수공원 쪽과 우리 신혼집이 있었던 원당 쪽, 경의선 너머 고봉산 쪽을 일일이 가리키며 알려줬습니다. 아마도 이 신도시가 만들어질 때부터 정발산은 중심이었던가 봅니다. 정발산 주변을 단독주택 단지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 외곽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덕분에 평심루에서 내려다보는 시야는 어느 쪽도 가로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트여 있습니다.
평심루 정면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거기에도 운동기구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헬스클럽을 방불케 하는 기구들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지만, 그땐 그보다는 소박한 기구들이 있었죠. 허리를 자극하는 방울들이 한 뼘 간격으로 달려있는 커다란 훌라후프를 누가 오래 돌리는지 내기도 했습니다. 시합이 끝나면 남편은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해보였습니다.
정발중학교로 내려가는 길옆 벤치에 나란히 앉아 운동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도심의 차 소리는 더욱 멀어지고 서로의 숨소리만 듣게 됩니다. 코끝에 와 닿는 흙냄새에도 나무 냄새에도 포근함이 실려 있었습니다. 추위가 무서워 함께 하지 못한 그 모진 시간에 남편은 묵묵한 걸음으로 봄을 향한 길을 내고야 말았고, 그 길로 저를 안내해 봄바람을 안겨주었습니다. 그해 봄은 그토록 반갑게 찾아왔습니다. 가까이 있어 마음에 담지 않았던 정발산이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전지영 건강넷·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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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8미터 뒷산, 그래서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고마운 산
정발산에 한번이라도 올라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야트막한 언덕이라는 걸요. 해발 88미터밖에 안 되는 높이도 그렇고 우뚝 솟은 봉우리 하나 없이 밋밋한 모양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도심 한가운데 이런 산이 있다는 건 시민들에겐 참 요긴합니다. 게다가 구석구석 잘 둘러보면 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정취를 만나게 됩니다.
생태습지연못
마두도서관 뒤편으로 아스팔트가 깔린 널찍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면 초입에 오른쪽으로 난 돌계단을 올라보세요. 지하수가 솟아나 사철 무르고 질퍽거리는 흙을 밟아보지 않아도 습지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2005년 생태연못을 조성하고 아기자기한 탐방로까지 만들었는데, 그때 심은 것 같은 메타세쿼이아 사이를 걸어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아직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습지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상 근처 체육시설
마두도서관을 왼쪽으로 두고 아스팔트길을 따라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서는 도심 공원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정상 근처에 왼쪽으로 파고들어 만든 공터가 있고 그 주위에 운동기구들이 놓여 있습니다. 거기서 오른쪽에 소나무 사이로 평심루가 보이고, 좀 더 내려가면 헬스클럽에서 볼법한 기구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근력을 키우기 딱 좋은 곳이 딱 좋은 기구들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정발산의 전망대, 평심루
평안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는 평심루는 정발산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누각입니다. 우리가 사는 고을에 대해 배우는 아이들에겐 아주 유익한 곳입니다. 누각에 올라 내려다보는 전망이 아니더라도, 팔작지붕에 단층을 칠한 건물과 성벽을 흉내 낸 울타리, 그 주변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 소나무, 돌을 깔아놓은 길이 누구라도 한번은 들러보게 되는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답답할 때는 평심루에 올라보세요.
연못에 탁족 중인 사재정
평심루를 돌아 아람누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흙 밟는 느낌이 살아 있는 길입니다. 정발산에는 이런 길이 곳곳에 있습니다. 아람누리 쪽으로 ‘전통정원’ 푯말을 따라 내려가면 창덕궁 후원에 있는 부용정처럼 두 발을 연못에 담그고 있는 정자가 있습니다. 조선 중기 학자이자 목민관인 김정국 선생의 호를 따서 ‘사재정’이라고 이름 붙인 정자입니다. 무성한 연잎들 사이로 연꽃이 피었을 때 정자에 오르면 시조 한 수쯤은 흘러나올 법한 곳입니다.
넓은 잔디밭에서 숲 체험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넓은 잔디밭도 좋겠지요. 정발중학교와 국립암센터 사이에도 잔디광장이 있지만, 정상을 기준으로 그 반대편 공원관리과 근처에도 아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시설까지 갖춘 너른 잔디밭이 있습니다. 이름도 유아숲체험원. 맘껏 뒹굴고 뛰어 놀다가 나무도 보고 꽃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상한 나라로 안내할 토끼를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우연히 나비 한 마리라도 날아들면 아이들은 거기를 동화 속 나라로 만들 것입니다.
첫댓글 지기님 안녕요 오늘은 수요일 입니다 출책합니다
풍선쟁이님 일찍도 다녀가셨네요
안그래도 몇 요일까 망설였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단둘이 가고 싶은데 ,,,,,,,,,,,,
단둘이가 없네요,,
남의편은 바뻐서 얼굴보기 힘들어요,,,,
단둘이 가고 싶다,,,,,,,,,,,,
남의편은 주말에 안쉬는겨?
아하 남의편이라서 남을 챙기느라 시간이 없는게 맞네 하하~
바닥을 적신 저 꽃비는 누가 맞았을지
부럽슴니돠
늦지않았어요 주변에 바람부는 날 주변 벚꽃길에서 꽃비 한번 맞아보세요
단둘이~~??
아뉘~~
혼자라도 떠나고 싶은 날들이네요~^^
여자들은 갈수록 홀로 훌훌 떨고 싶을때가 더러는 있지요
@도시농부(고양시) ㅎㅎ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변덕이 죽을
끓이고 내편인지 남의편인지 꼴보기도
싫고...
매일은 아니구요~가끔씩 그래요~^^
@태양(대전) ㅎㅎ 이해합니다
그마음 누구나다 똑같아요
@도시농부(고양시)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