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증일아함의 교훈
제1절 한 가지 교훈
1 부처님은 사위성을 떠나 남쪽으로 아라비에 들어가 신사파 숲에 계시면서 자주 비구들을 가르치셨다.
"비구들이여, 벼나 보리의 가시를 가로 눕히고 그 위에 손을 얹어 다치고자 해도 다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가시가 누워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비구들이 마음을 바르게 하지 않고 아무리 무명을 없애고 밝음을 나타내려 해도 그것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음이 바르게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벼나 보리의 가시를 세워 놓고, 거기에 손을 대어 다치고자 하면 그것은 될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을 바르게 하면 무명을 부수어 밝음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2 비구들이여, 흐린 진흙 못은 그 언덕에서 보아도 못 밑의 진주조개도 황금조개도 자갈도 고기떼도,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그와 같이 비구의 마음이 흐려 있으면 자기의 이익을 알고 남의 이익을 알며, 자기와 남의 공동의 이익을 알아, 신성한 지혜와 소견을 실현할 수가 없다.
3 비구들이여, 많은 나무 가운데서도 후한다 나무처럼, 부드러워 무엇이나 만들 수 있는 재목은 없다. 그와 같이 수련된 부드러운 마음처럼 쓸모 있는 것은 없다.
비구들이여, 마음처럼 가벼이 변하는 것은 없다. 마음은 원래 깨끗한 것이다. 그런 것이 밖에서 오는 더러움으로 더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은 밖에서 오는 더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마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 밖에서 오는 더러움으로 더러워지는 줄을 미련한 사람은 모른다. 그러므로 지혜 없는 사람은 마음을 수련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 가르침의 제자들은 이것을 실답게 알기 때문에, 마음을 닦고 다루는 것이다.
4 비구들이여, 잠깐 동안이라도 자비로운 마음을 닦고, 더하고 골똘히 생각한다면, 그 비구는 헛되지 않은 선정에 머물고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며, 많은 사람의 보시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불릴 것이다. 하물며 꾸준히 행하는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어떠한 착하지 않은 법도, 착하지 않음에 딸린 법도, 또 어떠한 착한 법도 착함에 딸린 법도 다 마음을 앞세우는 것이다. 마음은 이런 법들의 길잡이요, 이런 법들은 마음을 따르는 것이다.
5 비구들이여, 게으름ㆍ흐리멍덩함ㆍ많은 욕심ㆍ불만ㆍ그릇된 생각ㆍ지각없음 ㆍ악한 벗, 이런 것들은 모두 생기지 않은 착하지 않은 법을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을 없애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부지런함ㆍ노력ㆍ적은 욕심ㆍ만족할 줄 앎ㆍ바른 생각ㆍ자각ㆍ착한 벗, 이런 것들은 모두,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을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악한 법을 없애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친족이나 재보나 명예, 이런 것들은 불어난데야 쓸데없는 것이다. 다만 지식이 줄어 가는 것이 한스러운 것이니, 그것을 불리기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비구들이여, 그릇된 소견은 사람이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지게 하고, 바른 소견은 사람을 천상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릇된 소견을 따라가는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 활동은, 희망이나 소원이나 그 밖에 어떠한 마음의 작용도 모두 슬픈 괴로움의 결과를 부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님바ㆍ코사타키ㆍ라부와 같은 풀의 종자를 땅에 뿌리면 그것은 땅 기운을 취하고 물맛을 빨더라도 모두 다 독한 맛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종자가 나쁘기 때문이다. 또 바른 소견을 따라가는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 활동은, 희망이나 소원이나 그 밖에 어떠한 마음의 작용도 모두 아름답고 빛나는 결과를 부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설탕 나무나 벼나 포도 종자를 땅에 뿌리면, 그것은 땅 기운을 취하고 물맛을 빨더라도 모두 다 달고 향기로운 좋은 맛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종자가 좋기 때문이다.
6 비구들이여, 이 세계에는 아름다운 꽃동산, 즐거운 숲, 맑고 고운 못은 적고, 언덕과 비탈과 험한 곳과 나무 그루터기와 가시 담과 높은 산이 많은 것과 같이, 육지에서 나는 중생은 적고 물에서 나는 중생이 많다. 그와 같이 인간 세계에 나는 중생은 적고, 네 가지 악한 세계에 나는 중생이 많다. 또 문명한 나라에 나는 중생은 적고, 변두리나 야만의 미개한 땅에 나는 중생은 많다.
비구들이여, 그와 같이, 어질고 지혜롭고 선악을 분별할 줄 아는 힘을 가진 중생은 적고, 어둡고 미련한 귀머거리 ㆍ벙어리로 때어나 선악을 분별할 줄 모르는 중생은 많다. 또 깨끗한 지혜의 눈을 가진 중생은 적고, 무명에 덮여 사리에 어두운 중생은 많다. 비구들이여, 그와 같이 여래를 보는 사람은 적고, 여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많다. 여래를 볼 수는 있어도 여래가 설하는 법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적고,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또 법을 들어 그것을 가지는 사람은 적고,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비구들이여, 또 법을 받아 가져도 그 뜻을 분별하는 사람은 적고, 그 뜻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많다. 법을 받아 가져 그 뜻을 분별하더라도, 그 법을 따라 행하는 사람은 적고, 그 법을 따라 행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와 같이 놀라야 할 곳에 놀라는 사람은 적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슬픔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바르게 노력하는 사람은 적고, 바르게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열반에 들기 위해 마음을 한곳에 모아 고요한 마음을 얻는 사람은 적고, 고요한 마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또 뜻의 맛ㆍ법의 맛ㆍ해탈의 맛을 얻은 사람은 적고, 그 맛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이런 맛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7 비구들이여, 부처님과 법과 중의 삼보에 귀의하는 덕이 있다. 부처는 모든 중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서, 거기에 미칠 것이 없다. 마치 타락웃물은 우유로 정제한 것으로서 모든 우유에서 제일 뛰어난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제일 뛰어난 부처에게 귀의하기 때문에 그는 제일의 덕을 얻어 인간이나 천상에 나서, 그 복을 받는 것이다. 법은 부처님이 열어 보인 것으로서 모든 법에서 제일 뛰어난 것이다. 저 타락웃물이 우유로 정제된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제일 뛰어난 법에 귀의하기 때문에 그는 제일의 덕을 얻어 인간이나 천상에 나서 그 복을 받는 것이다. 僧은 부처님 제자들이 화합한 단체로서, 모든 단체에서 뛰어난 것이다. 이것도, 저 타락웃물이 모든 우유에서 뛰어난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제일 뛰어난 스님에게 귀의하기 때문에, 그는 제일의 덕을 얻어 인간이나 천상에서, 그 복을 받는 것이다."
8 부처님은 잠깐 동안 비사리성 밖의 큰 숲 속에 있는 중각강당에 머물러 계셨다. 아난도 처음부터 그 속에 있었다.
그때에, 리차 사람인 아바야는 반디타구마라와 함께 아난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존자여, 나타의 아들 니건자는 온갖 지혜와 갖가지 소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걷고 있을 때나 서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언제든지 계속해서 지견이 밝게 열려 있다'고 말합니다. 그 니건자는 앞에 지은 업을 없애기 위해서 고행을 명령하고, 고뇌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을 짓지 않도록 명령합니다. 업이 다하면 괴로움이 다한다. 괴로움이 다하면 감각이 다한다. 감각이 다하면 모든 괴로움이 없어져 버린다. 이렇게 현세에 갚음이 있는, 이 번뇌의 불길이 가신 청정에 의해, 괴로움과 슬픔을 초월한다고 말합니다. 존자여, 부처님은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아바야여, 모든 것을 아시고 죄다 보신 부처님은, 모든 사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슬픔을 초월하게 하기 위해, 괴로움을 없애게 하기 위해, 바른 지혜에 이르게 하기 위해, 깨달음을 이루게 하기 위해, 세 가지 번뇌의 불길이 가신 깨끗하고 시원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 셋이란 무엇인가?
아바야여, 첫째는 비구들이 계戒를 가지는 일이다. 계에 의해 몸을 다루고 착하게 행동하며, 감각을 억눌러 조그마한 죄에도 두려움을 보고, 또 열심히 노력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는 계를 가진 비구는 초선ㆍ이선ㆍ삼선ㆍ사선에 들어가 머무는 것이다. 셋째는 이렇게 계를 가지고 정定에 들어가, 번뇌를 없애 지혜(깨달음)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비구는 새로운 업을 짓지 않고, 지은 업의 괴로움을 받으면서, 현세에서 직접 갚음이 있는, 이 번뇌의 불길이 없는 청정에 의해 괴로움과 슬픔을 벗어나는 것이다.
아바야여, 이것이 모든 것을 알고 죄다 보시는 부처님이, 중생을 위해 설하신 세 가지 번뇌의 불길이 없는 청정이다."
이때에 반디타구마라는 아바야에게 말했다.
"아바야여, 그대는 저 아난의 자세한 말씀을 듣고, 그 좋은 말씀을 기뻐하지 않는가?"
"벗이여, 어떻게 내가 저 존자가 자상하게도 말씀한 그 좋은 법문을 듣고 기뻐하지 않겠는가? 만일 그 좋은 말을 기뻐하지 않는다면, 그 자의 머리는 두 쪽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