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에 지인 두 사람을 영풍 문고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 시에 도착하였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늦나보다 생각하고 서점 안에 들어가 책을 한 권 사서 나왔다. 10분쯤 흘렀다. 폰을 보았다. 누군가에게서라도 양해의 문자가 와 있을지 몰라서, 요즘 같은 세상에, 아무 설명없이 누가 약속에 늦나, 하는 생각에. 그런데 두 사람에게서 모두 아무 메시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화가 날만큼 큰 문제도 아니다. 무슨 일이 있으려니, 아니면 오고 있겠지 생각하며, 한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이 전화를 받길래, 어디시냐? 물었다. 병원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중인데, 금방 간다고 기다려 달란다.
다른 이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러자 혹시 오다가 사고가 났나? 약속을 잊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 참 후 전화벨이 울렸다. 늦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고... 서점 앞으로 가는 중이라고...
그렇게 두 사람 다 30분이 훌쩍 넘어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둘다 병원 치료를 받고 오는 중이었고, 나는 이들이 기억을 잃은 것도, 다친게 아닌 것도, 모두 다행이다 생각하며 함께 식사를 했다.
아주 오래된 친구는 가끔 가족 같은 느낌이 난다. 허물을 보여도 크게 당황하지 않게 되고 화를 내지 않게 된다. 모두들 사느라 바쁘다. 이젠 나이 들다보니, 인생이 걸어오는 커다란 태클 한두개쯤에 걸려 멍이 들어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옷가게 들어가 쇼핑을 거들고 헤어져 왔다. 6월엔 원이 결혼식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