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만트럭버스코리아가 유로 6 트럭 제품의 무상 보증을 최대 7년/100만km로 연장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해서 화제가 됐다. 물론 이 소식은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차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어서 대중(대중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한 분야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의미가 있는 소식이기도 하다. 특정 자동차의 무상 보증이 100만km까지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최신형 자동차에 드라이브 트레인이 그만큼 뛰어난 내구성을 갖췄다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상용차처럼 100만 km까지 보증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실제로 대부분의 양산차가 다방면에서 뛰어낸 내구성을 목표로 만들어 진다.
양산 자동차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내구성과 안정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내구성과 안전성이란 광범위한 범위이지만, 결국엔 한 개의 부품에서부터 수백, 수천 개의 부품이 조립된 결과이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휠의 경우에는 대단히 높은 강성을 확보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누적된 주행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아주 심한 외부 충격에도 휠이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정 수준의 구조(강도)와 소재 선택에 따른 무게를 포기할 수 없다. 애프터 마켓에서 판매하는 튜닝 휠과 비교할 때 무게가 상대적으로 무겁고, 디자인이 단순한 이유이기도 하다.
첨단 소재와 최신 전자제어 기술도 차의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끌어올린다. 최근 유행하는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LED 헤드램프는 이전에 쓰던 할로겐이나 HID 타입과 비교해 성능과 효율성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거리가 최대 150m가 가능한 밝기를 갖추면서도 이전 타입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훨씬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할로겐 5배, HID 2배 이상 전력 효율이 높다). 제품에 따라 3만∼10만 시간의 반영구적인 수명을 갖춰서 실제 자동차의 수명 동안에 특별히 교체가 필요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우리에겐 LED 헤드라이트가 ‘10만 시간이라는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졌다’는 사실이 크게 놀랍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기술적 발전은 하루아침에 일어진 것이 아니며, 그 속에 내구성 향상을 위한 최첨단 기술이 녹아든다. 실제로 LED 자체는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광다이오드의 특성상 지속적인 과열에 노출(누적)되면서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단순하게 계산할 때 고출력의 LED(전해콘덴서 주변 온도 80~90도 이상)의 경우 수명이 1~3년 이하로 알려진다. 이런 점을 보안하기 위해 자동차 LED 헤드램프 모듈 안에는 LED와 제어 기판을 제어하는 유닛뿐 아니라 냉각을 위한 팬과 덕트 등 각종 장치가 복잡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이제는 자동차에서 냉각이 필요한 부분을 디자인할 때 엔진이나 브레이크, 디퍼렌셜 같은 기구뿐만이 아니라, 헤드라이트나 ECU 등도 고려한다.
아주 작은 부품까지 정밀 가공해서 자동차 전반에 내구성이 개선되는 시대. 그렇다면 엔진처럼 자동차의 핵심 기구들은 실제로 얼마큼 내구성을 가지고 있을까? 내구성은 곧 ‘품질 보증 및 수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제조사마다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직접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엔진이 오버홀 없이도 주행 가능한 거리’나 ‘최대 RPM을 유지한 채 버틸 수 있는 시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조사 내부 개발 단계에서 공유되는 이런 정보는 공식적으론 발표되지 않는다. 반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비공식적인 정보를 확인할 기회는 종종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최신형 메르세데스-AMG 자동차를 경험하고, 운전의 기초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온종일 서킷을 달리며 다양한 고성능 제품을 경험하고, 제품의 성능을 시험한다. 지난 7월 초에 열렸던 행사에서는 한여름, 아주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 수 대의 AMG 자동차가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자리였다. 서킷을 전력 질주로 달리고 서킷으로 돌아온 자동차가 당장이라도 녹아버릴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별도의 쿨링 랩(열을 식히며 서킷을 천천히 달리는 마지막 바퀴) 없이도 모든 AMG 자동차가 가혹한 테스트 환경에서 문제없이 버텨냈다.
이 자리에서 AMG 엔진의 내구성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들었다. 인스트럭터의 말에 따르면, “AMG 엔진은 완벽한 결과를 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 명의 기술자가 한 개의 엔진을 책임지고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엔진을 조립하는 데는 평균 2~3시간이며, 모든 조립 과정은 매뉴얼대로 순차적으로만 진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엔진에 볼트를 조일 때도 바코드를 스캔해 순서대로 조이지 않으면, 전동 드라이버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소재와 디자인, 조립까지 완벽을 추구한 결과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며 이건 실제 엔진 개발 단계의 테스트에서 입증된다. 모든 AMG 엔진은 개발 최종 단계에서 최대 회전수으로 유지한 체 약 3주 정도를 지켜본다고 한다. 3주 후 테스트를 종료했을 때 일부 소모품을 제외하면 기본 엔진 구조는 크게 문제가 없을 만큼 뛰어난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포르쉐도 한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포르쉐 월드로드쇼(PWRS)라 불리는 행사는 독일 포르쉐 본사에서 주관하는 대규모 드라이빙 이벤트다. 20여 대의 포르쉐가 전문 인스트럭터들과 전 세계를 돌며 사람들에게 ‘포르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한 번의 행사는 서킷에서 약 10일간,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서킷에서 온종일 각종 포르쉐를 타고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킷 주행과 브레이킹 테스트, 드래그 레이스, 슬라럼 랩타임 등으로 구성된다. 다시 말하면 PWRS를 위해 동원되는 자동차는 아주 가혹한 환경에서 프로그램이 마칠 때까지 내구성을 시험받게 된다. 수만 번의 급가속, 급제동, 한계 코너링에 노출되지만, 차들의 상태는 놀랍도록 멀쩡하다.
행사 중간에 런치컨트롤을 체험하는 순서에는 한 사람당 2~3회의 런치컨트롤을 시도할 수 있다. 런치컨트롤은 정지 상태에서 최대 가속을 끌어내는 기술로, 엔진뿐 아니라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각종 구동계통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아주 짧은 테스트 구간이지만, 참가자 300여 명이 같은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계산할 때 한 지역당 약 800여 번 이상. 여러 국가를 거쳐 PWRS가 공식 종료될 때 약 7000여 번 이상 런치컨트롤을 하게 된다(포르쉐는 런치컨트롤 기능을 2000회 공식 보증하고 있다). 행사의 공식 인스트럭터에 따르면, “7000번 런치컨트롤을 실행한 후에도 클러치나 관련 부품에 문제가 없다. 그보다 훨씬 적은 공식 보증 수치(2000회)만 보더라도 약 5년간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 런치컨트롤을 사용할 수있다”고.
이처럼 자동차의 실제 내구성은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를 훌쩍 웃도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꼭 모든 차가 위의 예시처럼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성능이나 전자제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내구성이 꾸준히 개선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터보나 듀얼클러치 변속기만 하더라도 10년 전과 비교할 때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타이어나 각종 케미컬 같은 소모품도 내구성과 성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실제 차를 테스트하는 현장에선 이런 변화를 분명히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