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파이 [2]
오빠는 민스파이라는 이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 않았거나, 과일만 넣은 파이가 흔해지기 전에 파이는 전통적이고 고기와 과일일 섞어서 만들었던 역사를 몰랐던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였지만 나는 그래도 민스파이를 맛있게 먹었다. 엄머가 만든 블랙베리파이에 견줄 순 없었지만, 향신료와 겨울 과일 맛이 어우러져 크리스마스 맛이 났다 고기 맛이 건포도의 단맛을 중화시켰다 평소 과일과 고기를 함께 먹는 것을 즐기던 아버지라면 좋아했을 텐데, 아버지는 엄마를 피하느라 식탁에 함께 앉지 않았다.
나는 올케에게 명절에 부모님을 같이 모시는 게 좋은 생각은아니라고 언질을 주었지만, 올케는 부모님 중 한 분만 초대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는 손님방에서, 엄마는 거실에서 잠을 청했고, 두 분 중 누구도 당신들 사이에 가로 놓인 얼음 장벽 녹이려 들지 않았다. 도착 이튿늘, 아버지는 변비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내게 악국에서 관장제를 사다달라고 했다. "플릿 제품인지 잘 확인해라"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아버지 말을 순순히 따랐고
사온 관장제를 건네자 아버지는바지를 벗고 세 살짜리 조카가 「매들린 Madeline」 만화를 보고 있는 거실 바닥에 엎드렸다.
"아빠? 지금 뭐하세요?" 나는 숨죽여 말했다. "화장실에 가서 하세요."
"화장실에는 누울데가 없어."
"그래도 화장실까지 제때 못 가면 어떡해요?"
"무슨 헛소리야! 할 수 있어 백 번도 넘게 해봤다."
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떳는데, 옆방에 들어가자 마자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레이스 못 갔다!" 아버지가 화장실로 달려간 동선대로 똥 냄새가 진동했고,악취가 역해서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 현관 발코 난간을 붙들었다.
엄마와 오빠는 밖에서 따뜻한 남부의 겨울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엄마와 오빠가 한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가.... 집 안에 온퉁.... 똥을...."나는 헐떡이며 오빠에게 말했다. 엄마는 손을 휘이 내저었다. "아, 그거, 네 아버지는 집에선 맨날 그러고 나더러 치우라고 둔단다."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으브 저녁 준비를 망쳐버렸다. 두 조각만 잘라낸 엄마의 민스파이는 그중 한 조각만 먹고 주방 홈바에 그대로 남겼다.
그 민스파이가 엄마가 마지막으로 구운 파이였다. 그 후 11 년동안, 엄마는 평생 다시는 오븐에 불을 붙이지 않았다. 그날 크리스마스가 잘못되어서인지, 사람들이 민스파이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아무리 많이 구워도, 아무리 맛있어도, 한때 파이를 구우며 느꼈던 성취감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베이킹은 쓸모없는 일이 되버렸다.
이 일로 나는 바스라져가는 엄마의 유산을 구해보려는 듯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시작했다.
여러 해에 걸쳐 나는 무엇이 엄마를 쓸모없다고 느끼게 했는지, 그원인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줄 작은 조각들을 모으고 또 모았다. 사람이 아닌 사물 취급을 받으며, 엄마는 당신의 삶이 쓸모없다는 메시지에 둘러싸여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건 주변 사람들이,한국 사회가, 심지어 당신의 가족이 보낸 메시지였다. 엄마는 한국을 탈출했지만 미국 사회에서도 당신이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회색빛 나라, 이 폭력적인 위탁 가정 ...... 우리 목을 흙으로 채우고, 우리가 그걸 삼키는 법을 배우면 욕심이 많다고 비난하는 이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