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구축된 전북 고창군 아산면 대동리 동촌마을의 오만열 이장이 무밭에서 일을 하다가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ICT로 행복한 농촌 만든다(5)무선 마을방송시스템 구축한 전북 고창군 아산면
언제 어디서나 방송 가능 주민은 집 안 스피커로 청취
면사무소·파출소 등도 이용 주민간 소통·화합에 큰 도움
LG유플러스 LTE망 이용해 거리 상관없고 음질도 깨끗
문자→음성 변환서비스 제공 재난 긴급상황 땐 신속 방송
첨단 디지털시대지만 농촌의 마을방송은 아직도 아날로그 수준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장은 마을회관으로 달려가 방송을 해야 하고, 주민들은 스피커가 설치된 밖으로 나와 방송을 들어야 한다.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LG유플러스와 농협·고려대가 나섰다. 농촌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융복합사업을 통해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을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33개 마을 전체에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구축된 전북 고창군 아산면에서는 이장도 주민도 모두 ‘스마트하게’ 소통한다.
◆ 스마트폰과 무선스피커로 소통하는 마을
11월의 어느 아침, 오만열 아산면 대동리 동촌마을 이장(62)은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들었다. 012로 시작되는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자 낭랑한 목소리의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안내에 따라 비밀번호를 누른 뒤 목청을 가다듬었다.
“주민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오늘 오후 1시 반에 아산보건소에서 순회진료를 나옵니다. 진료를 받으실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나가고 반나절이 지난 오후 1시30분, 마을회관에는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이장의 방송 한번에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는 스피커가 야외에 설치돼 있어 집 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어요. 방송을 듣지 못해 행사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집집마다 무선스피커가 설치돼 집 안에서도 잘 들려요. 녹음된 방송을 다시 들을 수도 있고요.”
보건소 진료를 받으러 온 주민 오원표씨(78)의 이야기다. 이처럼 편리한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동촌마을에 도입된 것은 2014년. 마을방송시스템이 바뀌면서 누구보다도 편해진 사람은 오 이장이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하거나 이동 중에도 방송을 할 수 있으니 진짜 편해졌죠. 전엔 겨울에 눈이 무릎까지 쌓인 날에도 방송을 하려면 마이크와 앰프가 있는 마을회관까지 가야 했어요. 그래도 못 듣는 사람들이 많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다시 알려야 했지요.”
◆ 면사무소·파출소·농협까지 편리하게 방송
아산면 주민들의 가정에 설치된 무선스피커.설명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장의 휴대전화 통화음성이 이동통신 모뎀을 거쳐 마을회관에 설치된 송신장치(앰프)로 전달된 뒤, 간이무전국 주파수를 통해 가정의 무선스피커로 전송된다.
이같은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은 동촌마을뿐 아니라 아산면 33개 마을과 1500여가구 전체에 구축됐다. 또 아산면사무소와 파출소, 선운산농협 아산지점 등 기관에도 설치돼 있다.
문영수 아산면 총무팀 직원은 “농작물 관리, 재해 예방, 세금 납부 등 공지사항을 모든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산면 전체에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구축된 데는 아산면주민지원협의체의 역할이 컸다. 주민들로 구성된 아산면주민지원협의체는 아산면에 폐기물처리장이 설치되면서 받은 보상금을 기금으로 조성해 다양한 마을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마을방송시스템도 구축했다.
강국신 아산면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62)은 “마을마다 방송장비가 노후화돼 2014년부터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으로 전환했다”며 “주민들간 소통과 화합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초고속통신망으로 더 빠르고 선명하게
특히 아산면에서는 초고속통신(LTE)망을 이용하는 LG유플러스의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했다. 이 시스템은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깔린 LTE망을 활용함으로써 지역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데이터는 물론 음성까지 LTE망으로 제공하는 ‘VoLTE(음성통화서비스)’가 적용돼 2G나 3G망을 이용하는 시스템에 비해 음질이 깨끗하고 선명하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방송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Text To Speech) 서비스’가 제공돼 컴퓨터로 공지내용을 입력하면 음성으로 바뀌어 전송된다. 이같은 방식은 면사무소·파출소·농협에 도입돼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때 신속한 공지가 가능하다. 또 ‘그룹핑’ 기능으로 필요한 마을만 선택해 방송을 할 수도 있다.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은 설치비 외에 마을별로 매달 5000~1만5000원의 통신비만 부담하면 되며 설치도 간단하다.
지일주 LG유플러스 무선솔루션사업4팀 책임은 “현재 전국 788개 마을에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설치돼 있다”며 “무선 마을방송을 농촌에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