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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카인이 아니군요. 누구죠?"
역시, 이 남자는 카인이 아냐. 나는 그 아무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은 그 보랏빛 눈동자를 똑바로 직시하며 물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그냥 쳐다보기만 했고, 곧 구두소리가 들리며 꽃 같은 연분홍색의 긴 생머리를 찰랑 거리며 아이린이 카인의 뒤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뭐라고 소리치기도 전 빙긋 웃으며 팔짱을 꼈다.
"제 선물이 마음에 드셨나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제가 시체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까맣게 망각하신 모양이로군요. 후훗.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카인님의 아~름다운 몸엔 손도 못 댔지만 지금 그 모습 자체로도 마신이니 다루는 맛은 좋네요."
"어떻게 대신관님의 결계를 뚫고 성으로 들어간 거지?!"
나의 말에 아이린은 빙긋 웃었다.
"저는 그곳을 도저히 넘을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인형을 들어가게 했어요. 언데드가 아닌 꼭두각시 인형이었기 때문에 넘어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었죠. 만약을 위해 엄청 힘들게 노력해서 만든 인형이었는데 정말 만들기 잘했더라고요."
"인형?"
"아, '세뉴렌님 인형'으로 해 둘게요. 하핫."
"그런!!"
그, 그럼 내가 봤던 그 세뉴렌이 아이린이었단 말이야? 아이린이 조종하던 인형? 그럼 세뉴렌을 봤을 때 묘하게 느껴지던 그 이상한 기분이 바로 이것 때문에?! 게다가 아까 작전도 전부 들었단 것도! 그럼 세뉴렌은! 설마 세뉴렌을 죽인 건 아니겠지? 설마!!
"당신, 세뉴렌님을 어떻게 한 거야!!"
"후훗~ 글쎄요. 우훗. 그럼- 카인님을 쓰러뜨려 보세요. 누가 이기실지, 정말 기대되네요."
"당신이란 사람은!!"
"아이린, 누나! 왜, 왜……!"
아이린이 뒤돌아서자 로인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하며 힘겹게 손을 뻗어 아이린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아이린은 정-말 순수하게 미소를 지으며 빙긋 웃었다.
"고마웠어~ 살아 있는 실험체가 되어 줘서. 한 번 쯤은 팔팔하게 살아 있는 놈으로 실험해보고 싶었거든. 아주 유쾌했어. 근데 넌 그 분수도 모르는 태도가 문제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인 카인님을 이기는 건 무리잖아."
"틀려! 난, 난, 이기기 위해서, 실험체가 된 거야!"
"응? 바보 아냐? 어떻게? 우훗. 그럼, 안녕~ 로인."
"아이린 누나!!"
아이린은 로인에게 아-주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며 손까지 부드럽게 흔들어주더니 유유히 계단을 통해 올라가 버렸고 그 사이 이안이 아이린을 베고자 달려갔으나 곧 카인에 의해 저지당했다.
[채엥-]
"쳇, 너 시체냐? 빈 껍질이냐고! 진짜 본래의 정신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
이안의 외침에 카인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무서웠다. 난, 대체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지? 진짜 카인과 싸워야 하는 거야? 아무리, 아무리 영혼이 없이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그의 몸이라도 카인이란 말이야. 어떻게 베. 그가 피를 뿜으며 쓰러지던 모습을 다시 보란 말이야……?
「미안… 하… 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던 카인의 모습. 눈을 감으면 선명히 보일 정도란 말이야. 싫어, 그 모습을 다시 볼 순 없어. 절대 싫어. 내가 그를 또 죽게 할 순 없어……!!
"로실리아."
"?"
마음속으로 한없이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치던 나는 묵직하게 나의 떨리는 어깨를 잡아주는 깊은 칠흑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형이 울고 있다."
"!"
"편안히… 해 줘야해."
칠흑의 눈동자가 물결치듯 고요히 흔들렸다. 형이 울고 있다곤 하지만, 진짜 울고 있는 건, 케인… 당신이지? 그 때 카인을 벤 것은 당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카인을 벨 수 있을까? 비록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더라도 내가, 카인을? 그러자 그 때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듯 조용히 있던 아리스가 우리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나르실리온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비를 한 번 해보죠."
"네?"
"네크로맨서는 자신의 마력을 시체에게 붙여 마치 실을 달아놓은 듯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하는 겁니다. 생명력을 주입하여. 그렇다면 그 마력의 증표를 떼어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죠."
"그게 어디 붙어있는데요?!"
"빨리빨리 말해! 이놈, 나 혼자 막긴 힘든 놈이라고!!"
[챙, 챙!]
아리스가 뭐라 입을 떼려던 찰나, 이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카인이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하도록 카인의 공격을 자신에게로 유도하며 계속해서 칼을 맞대고 있었다. 그의 말에 아리스는 다시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저는 네크로맨서와 비슷한 저주술사입니다. 추적은 간단하죠. 카인님의, 목 뒤에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린 정도의 수준급인 술사라면 아마 목에 스며들듯 넣어 그 마력을 장착해뒀을 겁니다. 카인님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할 수만 있다면 제가 그것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만."
아리스의 말에 케인과 나의 눈은 크게 뜨였다. 대체 카인의 움직임을 무슨 수로 봉해? 접근조차도 힘든 정돈데.
"절대적인 빛의 마력으로 그를 비추는 겁니다. 아무리 마신이고 네크로맨서에게 휘둘리는 빈껍데기더라도 어쨌든 어둠에 속한 자입니다. 이스피리아와 룬-크리스의 빛을 합하면 그의 움직임을 봉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곧 나르실리온에 대한 연습이기도 합니다."
"큭!"
그런데 그 때 이안을 두르고 있던 '화룡의 심장'의 불의 결계가 뚫려 결국 어깨를 베인 이안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설명을 다 들은 케인은 그대로 이안에게로 달리며 소리쳤다.
"로실리아, 대기해! 내가 형을 붙들게!"
"응."
케인, 괴로울 텐데. 형과 또 싸우는 거……. 하지만 그 괴로움을 참고 싸우는 거야. 아직도 내가 카인을 벨 수 있을지 어떨지는 답을 내릴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는 데 까진 해보자. 나는 룬-크리스의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으려 집중했다. 그리고 아리스 역시 준비하려는 듯 웬 이상한 붉은 색으로 문양이 그려져 있는 부적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는 듯 신중히 표정을 굳힌 채 카인을 바라봤다.
[채엥!]
아직은 이스피리아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힘든 걸까? 아니면 상대가 카인이기에 주저하고 있는 걸까? 카인의 검과 맞댄 이스피리아에선 계속 빛이 뿜어지려다가 말고, 뿜어지려다 말고 있었다.
'힘내, 케인……!'
나는 계속해서 룬-크리스의 마력을 끄집어내며 마음속으로 중얼 거렸다. 룬-크리스는 빛의 신의 마력 그 자체. 솔직히 인간의 몸으로 끌어내는 건 몸에 상당히 어렵―다기보단 무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라곤을 상대하려면 이 검의 마력을 모두 끌어내야 하니까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
그런데 순간 카인이 몸을 낮추며 검을 옆으로 뉘어 그대로 돌진하자 케인은 바로 몸을 돌려 빠르게 카인의 검을 피한 뒤 뒤를 돌아서 카인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그 순간 카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환영처럼 사라졌고 케인은 자세를 낮추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차가운 기운이다!! 나는 전에 카인과 케인이 싸웠을 때 느꼈던 한기와 거의 비슷한 이 느낌에 룬-크리스에 마력을 집중하던 것을 멈추고 케인에게 환술에 조심하라 소리치려 했다.
"크윽!"
그러나 어느새 이 주위의 온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듯 추워지더니 순식간에 케인의 하반신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나는 놀라 케인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내 몸 역시 하반신이 얼어붙어 있었다.
“흐윽!”
나는 하반신이 마비되는 고통에 신음을 내며 시리게 아파오는 복부를 감쌌다.
“제기랄, 환술에 당했어!!”
이안은 서둘러 불 마법으로 자신을 얼리고 있는 하체를 녹이려다가 전혀 효력이 없는 것을 보고는 분하다는 듯 소리쳤다. 환술이라고? 이게? 아니, 환술이었지!! 뭐야, 케인 뿐만 아니라 모두가 환술에 당했단 거야? 케인은 지난 카인과의 전투에서 이런 환술에 당했었단 건가? 크, 괴로워, 배의 상처가 시리도록 아려온다.
"로아야!"
“레아!”
나는 레아의 외침에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 역시 하반신이 얼어있었는데 그 얼음의 세력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 역시, 아니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당해, 모두가 얼어 버릴 거야!
“로실리아씨, 환술입니다!"
아리스 역시 하반신이 얼어붙고 있는 듯 보였으나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아니, 환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듯 표정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이게 환술이란 건 알고 있지만 내 몸은 실제 상황이라고 자각해버렸다고…!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나를 얼리고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져가고만 있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사라졌던 카인이 검은 날개 짓과 함께 나의 앞에 나타나더니 아무 망설임 없이 바로 나에게 검을 내리쳤다.
"!"
[채엥!]
나는 이를 악 물고 아직 얼어붙지 않은 팔을 올려 룬-크리스로 카인의 검을 막았다.
“제길! 로실리아, 너의 빛을 경계하는 거야!"
그리고 무표정한 카인이 다시 아무 감정의 변화 없이 나를 검으로 내리치려는 순간, 이안이 빠르게 카인에게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의 검기를 날렸으나 그 검기는 곧 아까 로인의 팔처럼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소멸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는 지금 카인의 환술에 걸려 있다. 즉 그가 창조한 세계에 갇혔다는 뜻. 그건 곧 이 안에선 그의 마음대로 된단 뜻이다. 그러자 카인이 표정을 살짝 굳힘과 동시에 이안은 순식간에 온 몸이 얼어붙어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고, 그 옆에 있던 레아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안!!”
"로실리아씨! 시간을 멈추겠습니다, 카인님을 빛으로 감싸요!"
“안 돼요!”
[파아앗!]
아리스의 손엔 언제 소환했는지 웬 시계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들려 있었는데 내가 말리기도 전, 빛이 뿜어지더니 순식간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시간이 멈춘 듯 나무처럼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 예상대로 나는 물론이고 카인도 멈추지 않았다. 카인은 마성의 씨앗을 주입했기에 현재 '마신'과도 같은 상태다. 시공정지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성수를 마신 자, 별의 레르칼 부족과 달의 루네문 부족 중 극히 일부의 사람, 그리고 신족. 제길, 일 났군. 아리스도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물론 시간이 정지된 상태라면 어떤 공격을 가해도 상처 없이 멀쩡하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나와 카인, 일대 일 상황이잖아!
"디스펠 매직!"
"……."
나는 당황한 마음을 누르고 디스펠 매직을 외우며, 나의 하반신을 얼린― 정확히 말하면 나를 감싸고 있는 카인의 마력을 떨쳐내려 이를 악 물었다. 그러나 그 마력이 너무나도 강력해 아무 효력도 없이 점점 그 얼음의 세력은 나의 상반신으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는 조급한 마음이 되었다.
"정말 날 알아보지 못하는 거 에요……?"
결국 얼음이 어깨까지 올라왔을 때 나는 눈물로 목이 메여 간신히 입을 열어 물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감정도 깃들지 않은 조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끝인 건가? 손 하나 까딱 할 수도 없는 상황. 너무 추워. 춥고, 힘들어. 온 몸이 마비된 듯 저리고 아파. 심장마저 얼어붙을 것만 같아……. 환술 같지 않게 숨 쉴 때마다 입김도 나오네. 브루누에서 카인이 안아줬을 때도 이랬는데. 헷, 죽을 때가 되니까 별 생각이 다 나는 건가. 카인, 미안해요. 나 거기로 다시 가야 하나 봐요. 당신을 살리고 싶었는데…….
여전히 무표정한 카인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래, 이왕 죽을 거면 카인에게 죽는 게 낫겠지. 어리석게도 나는 체념하듯 눈을 꼭 감았다. 얼음의 세력이 점점 올라와 지금은 고개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채엥-]
“포기하지 마라, 로실리아!!”
“헉?”
그런데 잠시 후, 나는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분명 얼어붙어 있어야 할, 게다가 시간까지 정지되어 있어야 할 케인이 언제 내 앞으로 이동해 이스피리아를 들어 카인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스피리아에선 강한 빛이 뿜어져 케인을 감싸고 있었다. 그렇지! 이스피리아엔 겨울의 여신, 나닷신리님의 힘이 들어 있어! 시간이 정지되는 것을 이스피리아의 힘으로 막아낸 건가? 그렇다면 환술은 어떻게 깬 거지?
“……."
"로실리아!"
아. 갑자기 케인과 검을 맞대고 있었던 카인이 나를 바라봄과 동시에 얼굴이 시리게 굳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눈앞이 흐려진다. 귓가에 케인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듯, 저 멀리에서 들려오듯 멍하게 들린다. 나는, 나는 왜 이리 약한 건지…. 기억을 찾았으면 뭘 해, 인간의 몸이라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하는데. 바보 같아…….
***
「저의 실루이스 파트너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수줍은 복숭아색의 장미꽃을 나에게 가만히 건네며 말하던 카인.
물론이야. 당신이라면 백 번, 천 번이라도 되어줄 수 있어.
「혼자 있는 것은 저로도 충분합니다.」
「당신과 함께 있는 자들은 모두 상처를 받는다 했었죠. 그 액운, 제가 가져갑니다.」
가져가지 못한 것 같네요, 카인. 아이린의 말대로 되어 버렸어요. 나의 주변에 있던 모두가 다치고 아파해요.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니까, 오히려 혼자 있어야 할 것은 나였어요. 나는 착하지 못하거든요. 나다네델도 나 때문에 만들어진 거 에요, 따지고 보면…….
「어머니. 나는, 나는 케인을…….」
지켜주고 싶어요, 혹은 강하게 만들고 싶어요, 라고 당신은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때의 당신은. 마차 안에서 정신없이 잠들었던 그 때의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 건가요? 라곤 몰래 묻어 주었던 당신의 부모님 무덤 앞에서 맹세라도 하고 있었던 건가요? …… 당신의 바람은 이루어졌어요. 케인은 훌륭하게 강해졌으니까.
「언제까지 죄책감에 빠져있다 해서 해결 되는 건 없습니다. 도망가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원수를 갚으십시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나약해요. 나는 루이어스가 죽을 때조차 인간, 악마족, 천족 모두 생명이라 강조하는 루이어스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건 이제 이해할 수 있어요. 지금의 나는 인간이니까. 하지만… 인간이기에, 한낱 힘없는 여자이기에 너무나도 약해요.
「절대로… 이곳에 와선… 안 됩니다, 로실리아…….」
미안해요.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당신이 모든 힘을 써서 나를 구해줬는데 난, 난 왜 이렇게 약하죠? 왜 항상 당신에게 도움만 받고 정작 보답할 수는 없는 걸까요?
[파앗]
죽어가니까 환상이 보이는 걸까. 온통 빛으로 가득 찬 밝은 공간― 그 곳에 나의 소중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아아. 아까까지의 무력함, 슬픔이 순식간에 잊힌 나는 나 역시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만 있는 곳입니까?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 본 듯한 남성의 정중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이 목소리를 내가 어디에서 들었더라.
"누구죠?"
결국 기억하지 못한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만 있는 곳이냐고? 그렇잖아. 실레아, 세뉴렌, 아리스, 슈렌, 케인, 세릴, 아벨시아, 이안과 레아, 돌아가신 엄마, 아빠, 그리고 나의 친 부모님과 루이엘, 에카.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아마테라스에서 만났던 악마들. 모두가 나의 눈앞에서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잖아. 얼마나 행복한데.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만 있는 곳입니까?
"…… 나에게서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겁니까?"
-당신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을 뿐입니다.
나를 추궁하듯, 부드럽고도 차갑게 묻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항상 바람의 정령과 대화를 나눴었지만 왠지 실레아 정도의 대지의 정령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물론입니다! 여긴 제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만 있잖아요."
-…….
그의 침묵과 동시에― 누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한 군데가 공허한 이 부족한 느낌. 그것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내 앞에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를 붉은 장미꽃잎들이 바람에 휘날리듯 불어와 무언가를 감싸듯 몰려들더니 곧 그것이 사라지고 한 젊은 남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당신은……!"
우와아-.
내일 놀러가기 때문에 지금 올리고 갑니다~!!
(분량이 예상외로 길어졌지만, 130화까지 끝낼겁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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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가 등장했다. 샤이로렌스인가. 그런데 알고 보니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보니 아벨시아가 안 보이네. 은근히 마음에 들던 인물이던데. 잘 봤음!
어쩔수가 없어요 아니우에.. 리메에선 이런 부족한 부분들, 더 보안할게요! (아벨시아나 카인 등장횟수도 올라갈지도 -3-. 저도 아벨시아가 맘에 들거든요.)
잘읽었어~~ 잘놀다오라규.
고맙다규~
저도 놀러가고 싶어요. 중간고사 끝나고도 축제 만들기 하래요....이런 법이 어딨어!!!!!!!
아하, 저희 친구들도 그러던데(.....) 체육대회는 안 하세요?
1학기 초에 했죠...체육대회...
에, 마지막 부분이 낯익네. 우어어, 카인아아아아 ㅠ-ㅠ!
엘이 덕분에 살았썽>ㅁ<♡
잘봤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점점 회수가 늘어갈수록 흥미진진해지네요.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줄 알고 무서웠어요 ㅠㅁ ㅠ
어머, 저 녀석 누굽니까요..
아마, 아무도 예측 못했으리라 생각할 정도로 쌩뚱맞은.(...)
마지막엔 누굴까요?.... 마지막에 빠졌다는 그 사람 아닐까요? 카인...이면 기억못할리는 없고;;
마지막에 빠져요'ㅅ'? 아, 아. 잠시 허전했던 건 카인이 맞습니다, 맞고요.(퍼억!)
아이린이런 마녀같은....... 세뉴렌나름좋아하는인물이였는데흑흑 어어엉 마지막누굴까여 ?? 이번화도즐감했어요~
크응. 일요일에! 감사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