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준비해 온 선물을 정리한다.
작년 하은 씨의 책은 미리 사놓은 리본과 스티커로 포장한다.
포장을 마치고 집을 나선다. 양말과 편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먼저 옷 가게에 들른다.
“삼춘~.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하은 씨 아버지 생신 선물을 사러 왔습니다. 양말 선물하려고요.”
“양말은 여기 있어요. 지금 계절에는 이게 좋긴 하죠. 색이 몇 종류 있는데, 이 색깔이 좋습니까? 이게 낫습니까?”
단골 옷 가게라 점원분이 하은 씨를 아주 잘 안다.
때마다 이곳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 계절에 신기 좋은 양말을 차례로, 색깔별로 하은 씨 눈앞에 보여준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하은 씨가 양말을 유심히 바라본다.
여러 후보 중 검정과 회색 양말이 결승에 올랐다.
“그럼 이걸로 하시는 거죠?”
하은 씨 시선이 회색 양말 쪽에 머문다.
미소까지 지으니, 다들 당연하게 회색 양말을 고른 것이라 여긴다.
선물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까지 점원분의 응대로, 하은 씨가 오롯이 몫을 다한다.
이곳에 오면 직원이 도울 일이 적다.
그래서 하은 씨가 ‘내가 했다’, ‘직접 했다’ 말할 수 있다.
“이제 일기에 가볼까요?”
자주 가는 문구점으로 향한다.
입구로 들어서니 사장님이 보인다.
인사 나누는데, 가게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싶다.
하은 씨와 벽에 걸린 편지지를 구경한다.
높게 걸린 편지지는 직원이 들어 볼 수 있게 돕는다.
먼저 생일 관련된 편지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지 묻는다.
예상과는 달리 별 반응이 없다.
편지지를 얼굴 바로 앞에 가져다 놓아도 쳐다보지 않는다.
하은 씨의 흥미를 전혀 끌지 못하는 듯하다.
다음으로 진열된 편지지를 하나씩 들어 보인다.
그러다 하은 씨 좋아하는 선명한 주황색의 편지지가 눈에 띈다.
하은 씨 눈에도 띄었는지 시선이 계속 머문다.
이런저런 표정을 짓는 와중에도 눈을 떼지 않는 게 확실히 흥미를 끄는 편지지인 것 같다.
유심히 바라보는 하은 씨의 모습이 편지지 속 캐릭터와 닮았다.
이래저래 이 편지지가 좋겠다 싶다.
다음으로 포장지를 고른다.
지난번 어머니 생신 선물을 포장할 때 사용했던 것이다.
종이 가방 형태로 모양이 잡혀있어 하은 씨가 포장하기 참 좋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다.
더 살 게 있는지 한 바퀴 둘러보고 편지지와 포장지를 계산한다.
“걱정했어요.”
“네?”
“최근에 구조를 바꿨는데 혹시 못 들어오실까 봐 걱정했어요.”
계산하며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그러고 보니 구조가 달라진 것 같다.
중앙에 있던 책상이 한쪽으로 이동해 하은 씨가 다니기 편하다.
다른 진열대는 이전보다 좁고 복잡한 구조가 되었지만,
하은 씨가 다니기에는 충분한 폭이다.
“그렇군요. 오히려 다니기 편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가게 구조를 바꾸며 하은 씨를 떠올렸다니, 놀랍고 감사하다.
‘문구점입니다! 일기라고 읽습니다. 들어오셔서 읽고 쓰고 보다 쉬어가세요.’
가게 입구 소개 글을 보고 들어왔던 처음이 떠오른다.
조용히 편지 쓸 곳이 필요하던 때에 만난 문구점.
하은 씨 또래가 갈법한 분위기의 장소라 가늠 없이 들어섰던 곳이다.
돌이켜보니 꽉 들어맞는 통로와 짠 듯이 꼭 맞던 책상의 높이,
하은 씨를 바라보는 사장님의 시선 모두가 놀랍고 감사한 일이었다.
오늘 사장님 말씀 들으며 또 한 번 깨닫는다.
계산하고 자연스레 책상에 앉는다.
편지 내용은 작년에 썼던 편지를 참고하기로 한다.
마음에 드는 볼펜을 골라,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쓴다.
하은 씨가 입을 삐죽 내며 집중한다.
편지 쓰는 모습이 장소와 꼭 어울린다.
하은 씨 또래의 누군가가 편지를 쓴다면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쓸 것 같다. 오늘의 하은 씨처럼.
완성된 편지를 읽는다. 참 근사하다.
자리를 나서자, 사장님이 인사한다.
사장님과 인사 나누고 문구점을 나온다.
2026년 4월 28일 화요일, 박효진
아버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가게 구조를 변경하면 하은 씨 생각 더 하겠어요. 신아름
하은 씨가 아버지 생신에 편지 쓰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최근 구조를 바꿨는데 혹시 못 들어오실까 봐 걱정했어요.” 와! 이런 마음을 품으셨다니, 세상에! 우리 하는 일, 사회사업을 생각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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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최근에 구조를 바꿨는데 혹시 못 들어오실까 봐 걱정했어요.”
거창에는 흔하지 않은 문구점이죠. 사장님이 하은 씨를 생각하며 실내 구조를 고민했다니 고맙습니다. 하은 씨의 미소와 돕는 박효진 선생님의 노력이 사장님 마음에 닿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