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학자들은 펭귄이 사람과 흡사한 습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새끼를 잃은 어미는 다른 어미의 새끼를 탐내는데, 이럴 때 펭귄 무리가 그 어미의 슬픔을 달래며 말리기도 한다. 평생 일부일처제로 날개를 맞댄 펭귄 부부의 어깨는 죽어서도 가장 오랫동안 썩지 않는다. 남반구에 살고 있던 펭귄이 한류를 타고 북반구의 갈라파고스제도로 이동 한 날, 처음으로 부딪힌 문제는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어떻게 물갈퀴를 보호하느냐였다. 공중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물갈퀴, 그들의 조상은 물속을 날으는 최초의 새였다. 머나먼 여행을 떠나 열대에 정착한 갈라파고스 펭귄, 그들은 진화인걸까, 기형인걸까
어머니의 생일 날짜를 물어온 언니의 전화
언젠가 기억은 시간과 반비례 관계라더니
날짜와 기억은 사실무근
시랑 소설 쓴다며 좁은 방에서 시드는 딸내미의 전화에
어머니는 대뜸 생일? 십팔일이지 하며 대꾸한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귀빠진 날
하긴 생각해보면 그 뒤로 귀가 서서히 사라지긴 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물어보자
너는 어디에서 나왔니? 지금 어디로 나니?
그러면 비좁은 방안, 그 심해에서
수압을 견디며 갈라파고스 펭귄들이
펜이며 종이에다가 검은 이끼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남극을 떠나온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화상을 입은 발등을 남에게 들키지 않는 일이다
햇볕 한 칸 들지 않은 이 심해야말로
자신의 그림자조차 드리우지 않는 곳
마치 피냄새를 지우기 위해 죽어가는 황혼을 꿈을 꾸는 것처럼
말미암아 물갈퀴는 기억의 수압을 날아
뜨거운 모래 위까지 왔던 것이다
사실 남극에서 북반구 갈라파고스제도로 옮겨간
펭귄의 그림자가 더욱 길어졌다는 후문 따위,
갈라파고스의 황혼녘엔 그 누구도
변형된 기억의 원류를 시간 위로 꺼내놓지 않았다
기억은 묻어두기 위해서 깊어져갔고
많은 시인과 소설의 발등 위로 황혼은 엎질러졌다
간혹 나도 깝잖게 검은 이끼집들 포대에 담아
남 귀에 쓸어 넣어주기도 했지만
검은 이끼들로부터 진 빨리며 사라지는 귀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되지 않은 옹골찬 어깨가
진화라고 부르기엔 슬픈 기형으로 버티어주었다
그러므로 가끔 황혼녘엔 남극의 펭귄을 떠올려보기도 했던 것인데,
그러면 그들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자세히 보면 펭귄들의 발등엔 알들이 하나씩 얹혀 있다-
혹한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오초라는 짧은 시간으로
발등에서 발등으로 알을 옮겨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어비아비 언 발등 사이 귀빠진 내가
지금껏 갈라파고스제도를 향해 심해를 날으고-
어머니는 일 년에 여섯 번 제사상 차려 놓으면
어쩐 일인지 발바닥 힘줄이 당긴다고 한다
그 업들 다 밟히는 거라고
조상들과 안면부지인 나도 발에 쥐가 난다
헌데 꼬박 꼬박 제삿밥 먹고 가는 저린 발하며
생일 물으니 대뜸 내 생일 말하는 어머니의 가는귀 생각하니
문득 내 사라지는 귀가 시려오는 것이다
어머니 생일은 천구백오십구 년 음력 일 월 이십삼 일이다
첫댓글 이상의 시를 읽은 느낌이에요.
전 무식해서 .. 무지해서..
이렇게 복잡한 시가 참으로 어렵네요.
느낌은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