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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이야기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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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어폰타인 시내, 한식당
같이 온 두 사람은 먼저 들어갔는지 보이지를 않고 하태영 혼자만 밖에 서서 이쪽저쪽을 살피고 있었다.
[하태영] : 얜 왜 안와??
한참을 더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폭주족 같은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토바이 아니고 사람인 게 확실한데,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허주옥이었다.
[허주옥] : 헉, 헉.. 야, 나.. 헉.. 후아.... 안 늦었지??
[하태영] : 그렇게 차려입고 뛰면 참 예쁘기도 하겠다. 이거 네 꺼.
하태영이 허주옥의 얼굴에 뭔가를 집어 던졌다.
[허주옥] : 악!! 이게 뭐야??
[하태영] : 아까 바꿨는데, 난 그거 가지고 있어봐야 쓸 데가 없어서..
유니폼을 펼친 허주옥이 지동원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허주옥] : 네놈!! 스릉흔드!!
두 팔을 벌리고 그를 덮치려는 허주옥을 하태영은 가볍게 피했다.
[하태영] : 너 땀 냄새 쩔거든. 화장도 다 번졌다. 동원이 유니폼은 걔 앞에서 꺼내지마. 오늘 바꿨는데 바로 딴 사람 줘버린 거 알면....
[허주옥] : 알았어, 알았어. 먼저 들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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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네 사람이 모두 착석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허주옥은 지동원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하태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태영] : 으.. 미치겠다, 정말. 땀 냄새 난다 했더니, 이놈의 향수.
[이창민] : 누군데?? 여자친구??
[하태영] : 쟤가요??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도 마세요.
[이창민] : 왜?? 귀엽잖아.
이창민이 능글맞은 웃음을 짓자 하태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태영] : 귀엽기는요. 왈가닥에 푼수에.. 그 방면으로는 정점을 찍었다니까요. 또 손은 왜 그리 매운지....
[이창민] : 손이 매워??
[하태영] : 만날 맞고 살거든요.
하태영이 구시렁거리고 이창민이 웃음을 터뜨리는데 허주옥이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주옥] : 야, 나 소개 안 해줘??
하태영은 그녀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이창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태영] : 얘가 이렇다니까요. 여기 온 뒤로 이쪽으로는 고개 한 번 안 돌린 애가, 이제 와서 소개 안 해줬다고 저러네요.
[허주옥] : 야!!!! 아.. 죄송합니다..
[하태영] : 만날 소리치면서 내숭은.. 이쪽은 우리 팀 부주장 창민이형. 여긴 제 친구, 좀 더 자세히 소개 하자면 아빠 친구 딸이네요, 허주옥.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먹으면서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허주옥] : 부주장이시면 많이 힘드시겠어요. 신경 써야 하실 게 한두 가지가 아니실 텐데..
[이창민] : 힘든 건 별로 없어요. 몇몇 친구들 통제가 안 돼서 그게 좀 스트레스일 뿐이지..
[허주옥] : 왜요??
[이창민] : 주장 성격이.. 아, Coloccini라고....
하태영이 그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하태영] : 부연 설명 안 해주셔도 되요. 쟤, 축구에 관해서는 빠삭하게 다 알거든요.
[허주옥] : 맞아요. 축구 본 지 꽤 됐거든요. 그 아줌마 파마가 어떤데요??
[이창민] : 아줌마.. 파마.. 하하.. 네, 그 아줌마 파마가요....
식사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네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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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 감독 사무실
Jose와 에버튼 코치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Jose Valentin] :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 Fellaini가 떠났는데도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하지원] : 평가전이기는 했지만 상대가 리버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시즌 기분 좋게 시작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Jose Valentin] : 그렇겠지. 시즌 개막까지 얼마나 남았지??
[하지원] : 딱 일주일요. 첫 상대는 사우스햄튼이네요.
[Jose Valentin] : 부담 없어 좋구만. Justin이 일을 최대한 빨리 마쳐줬으면 좋겠는데....
Jose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자 하지원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곧바로 앞에 놓은 서류들을 펼쳤다.
[Mey] : 오늘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상자가 한 명도 없이 깔끔했는데, 오늘 두 명 다쳤어요.
[Jose Valentin] : 다친 건 나도 아네요. 누가, 어디를, 어떻게 다쳤냐구요..
[Mey] : Anichebe랑 Hibbert가 오늘 경기 도중에 부상으로 교체 됐는데, 자세한 사항은 진단 결과가 나와 봐야 된다고....
[Jose Valentin] : Lenka가 말했지??
[Mey] : 네에....
[Jose Valentin] : 걘 지금 선수들 보고 있을 거고.
[Mey] : 네에....
[Jose Valentin] : 넌 Lenka 없으면 어쩔 뻔 했냐. 가끔씩 밥이라도 사 먹여.
[Mey] :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매일 밥해주고 설거지까지 다 해주니까요.
Jose가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하지원을 향해 말했다.
[Jose Valentin] : 남은 일주일간 훈련은 가볍게, 큰 변화 없이 진행해. 쉴 시간도 넉넉히 주고.
[하지원] : 감독님 스똴 잘 알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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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르팅 감독 사무실
[Ricardo Sa Pinto] : 누굴 원한다고??
[Justin Long] : Mika와 Yool입니다.
스포르팅의 감독인 Ricardo Sa Pinto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향했다.
[Ricardo Sa Pinto] :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Justin Long] : ....
[Ricardo Sa Pinto] : 감독님이랑 나랑 같이 여기서 코치했을 때 그 둘을 영입했단 말이지. 아, 물론 너도 있었고.
[Justin Long] : 그렇습니다.
[Ricardo Sa Pinto] : 감독님이랑 너랑 확신에 차서 영입한 선수들이었는데, 정작 여기서 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감독님은 그 둘을 원하고 있다. 내가 이 팀 지휘봉을 잡고서도 여전히 그 둘을 잘 기용하지 않는 건 알고 있을 테고.
Justin은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Ricardo Sa Pinto] : 내가 못 보는 무언가를 너는 보고 있다, 이 소리네??
[Justin Long] : 제가 아니라 Valentin 감독님께서 보고 계시는 거죠.
[Ricardo Sa Pinto] : 겸손 떨지 않아도 돼. 네가 찾아 낸 놈들이잖아.
[Justin Long] : 주시겠습니까??
Ricardo는 Justin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한참을 Justin의 얼굴을 쳐다보던 Ricardo가 물었다.
[Ricardo Sa Pinto] : 이거 거래잖아. 그 둘을 주면 나한테 돌아오는 게 뭐야??
[Justin Long] : 선수 이적에 이적료 말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아니면, 원하시는 선수라도??
[Ricardo Sa Pinto] :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차피 쓰지도 않는 선수들이고. 그리고 우리 부자야. 너희 팀보다 돈 더 많을 걸??
[Justin Long] : 원하시는 게..
[Ricardo Sa Pinto] : 난 스스로를 한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한번 해 보겠다고 감독 자리에 앉기는 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 감독님께 가서, 기회가 된다면 밑으로 가고 싶다고 얘기나 좀 해 줘.
[Justin Long] : 하지만, 지금 당장은....
[Ricardo Sa Pinto] : 그게 언제가 되건, 그건 중요치 않아. 그냥 말이나 전해 달라고. 선수들 몸값은.... 안 받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구단에서 뭐라 그러겠어. 대충 적당히 매겨서 데리고 가.
[Justin Long]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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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외곽 지역
늦은 밤, 문이 열리고 두 남자가 집으로 들어왔다. 한 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는 데에 반해 다른 남자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버렸다.
[Mika Visentin] : 아, 피곤하다.
[채율] : 빨리 씻고 자. 내일 안 나갈 거야??
[Mika Visentin] : 내일 일요일이거든.
[채율] : 내일 잉글랜드 가야 되잖아.
그의 말에 Mika가 일어나 물었다.
[Mika Visentin] : 결심 한 거야??
[채율] : 뭘??
[Mika Visentin] : 아까 Justin 만났을 때는 결정을 못 내린 눈치더만.
[채율] : 너는 어쩔 생각인데??
[Mika Visentin] : 당연히 가야지.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것 보다야 백배는 더 나을걸.
[채율] : 지금 여기서도 못 뛰고 있는데 에버튼에 가서 경기에 나가겠다고??
Mika의 입이 닫혔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Mika Visentin] : 어차피 같은 조건이잖아. 똑같이 경기 못 나간다면, 나는 에버튼으로 간다.
[채율] : 왜??
[Mika Visentin] : 거기 있는 게 나한테 더 도움 될 게 많을 거 같거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채율] : ....
[Mika Visentin] : 우릴 영입했었던 사람들이 거기 있다는 거지. 여기보다는 낫지 않겠어??
[채율] : 그 사람들이 우릴 여기로 데려오기는 했지만, 우린 계속 벤치만 달궜잖아. 벤치에도 못 앉을 때가 더 많았지.
[Mika Visentin] : 그때는 그냥 코치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지금은 전권을 가진 감독이잖아.
순간 채율의 동작이 그대로 멈춰다.
[Mika Visentin] : 어쩔거야??
채율이 Mika를 보며 말했다.
[채율] : 선영이한테 말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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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느린 감이 없잖아 있네요..
다음 화는 더 느릴 거 같습니다ㅡㅡ..
캐스터, 해설자 지원해주신 FM하자님, 눈물콧물님 감사드립니다^^
제발 남아줘, 콜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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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제봤네요 ㅋㅋㅋ잘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또 올라왔었네요ㅋㅋ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