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경우가 바로 전쟁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사실 특별한 영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전쟁이야말로 극한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좋은 예입니다. 커다란 재난 중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전쟁과 재난이 특별한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경우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전쟁은 재난과 달리 상대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가 상대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상황 속으로 들어갑니다. 규모도 다양해집니다. 소위 작은 국지전에서 대규모 세계대전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영웅이라 칭함을 받는 범위도 달라집니다. 한 나라에 국한될 수도 있고 세계 역사에서 이름난 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2차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고 그만큼 희생도 컸습니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전쟁에 휘말려들었습니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희생자만 수천 만이 될 것입니다. 전쟁의 막바지 어서 끝내야한다는 조바심은 누구나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한 연합군의 마음과 달리 특히 독일의 저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독일의 유명한 장군이 바로 ‘롬멜’입니다. 그에 대항할 만한 인물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북부에서 미군이 롬멜의 기갑부대에 고전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미군 기갑부대에 ‘패튼’장군이 부임해옵니다. 그이 바람대로 부대를 새롭게 훈련시켜 준비합니다. 그만한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이야기는 커다란 규모의 전쟁 장면도 나오지만 어쩌면 이 패튼이라는 한 사람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와 더불어 그 주변 인물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그의 상관도 있지만 대부분 패튼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 동료 및 수하 장군과 장병들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알게 되는 것은 전쟁 수행 과정 속에 나타나는 지휘관의 성품이나 작전 수행능력 그리고 개인적인 인성과 명예욕, 그에 따른 경쟁 등등이 묘사됩니다. 패튼과 함께 전쟁을 치르는 부관 브래들리 소장이 매우 대조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영국군 ‘몽고메리’ 장군과의 경쟁관계가 드러납니다. 돕는 역할을 거부하고 먼저 성과를 만들려는 욕망을 이루려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성취합니다.
브래들리 장군이 다소 불만스러운 태도로 말해줍니다. ‘나는 훈련받은 대로 전쟁을 치르지만 자네는 좋아서 전쟁을 하고 있는 거야.’ 어쩌면 패튼의 전쟁을 대하는 태도이고 그의 성품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작전을 강요해서 기어코 해내기는 합니다. 그만한 대가를 치릅니다. 수많은 희생자와 더불어 부상자들이 후송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야전병워을 방문합니다. 온몸이 부상하여 전혀 거동하지 못하고 거의 죽기 직전의 병상 옆으로 다가갑니다. 무릎을 꿇고 그의 머리맏으로 다가갑니다. 준비한 훈장을 머리맏에 놓아주고는 그 부상병의 귀에다 입을 대고 뭐라고 속삭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속삭이고는 일어섭니다.
몇 발자국 지나 한 병사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앉아 있습니다. 자네는 뭐하는가? 무서워요. 포탄이 여기저기 떨어지는데 도저히 더 견딜 수가 없어요. 패튼은 버럭 화를 냅니다. 그의 머리를 쥐박으며 나가서 즉든지 살든지 쫓아내라고 버럭 화를 냅니다. 그리고 덧붙여 이 겁쟁이 자식을 최전방으로 내쫓으라고 명합니다. 이 명예로운 자리에 너 같은 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소리지릅니다. 바로 앞에서의 장면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병사를 아끼는 듯하면서도 그러나 겁을 내고 전장을 피하려는 병사에게는 매우 단호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 그의 개인적인 행동에서도 전혀 겁을 내지 않습니다. 적 비행기가 기관포를 쏘아대는 마당에 피하지 않고 그냥 대들며 뛰쳐나갑니다.
부대장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이 작전이 어떠한가? 이러저러해서 이건 안 됩니다. 그래, 그러면 너는 관둬. 이봐, 부관! 이제부터 자네가 이 부대를 지휘하게. 그리고 이 작전을 수행해. 자네도 못하겠다면 그만둬. 그 즉시 지휘권을 박탈하고 부관에게 넘겨줍니다. 아무튼 작전은 성공합니다. 그만큼 많은 희생을 치릅니다. 그러나 자기는 승리한 장군이 됩니다. 그렇게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상부의 지시가 들어옵니다. 이태리 시칠리 섬에 상륙하여 영국군 몽고메리 장군을 도우라는 것입니다. 남을 도우라고? 패튼의 성품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스스로 자기 작전을 만들어 진행합니다. 영국군보다 먼저 목적지를 점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휘관의 자질을 생각해봅니다. 패튼도 롬멜도 상대방의 지휘관에 대하여 연구합니다. 인성이나 평소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까지도 참고합니다. 그런 것들이 그의 작전구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냥 군사훈련만 잘 받는다고 유능한 지휘관이 되는 것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과 경험, 교양을 쌓아야 하겠구나 싶습니다. 하기야 그만한 자리 아니겠습니까. 그냥 별을 달고 장군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많은 부하장병들의 원망을 짊어지고 장군의 자리를 지키고 명예를 얻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쟁을 조금이라도 빨리 종결지을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필요한 사람이었지요. 영화 ‘패튼대전차군단’(Patton)을 보았습니다. 1970년 작입니다. 거의 3시간의 대작입니다.
첫댓글 좋은날되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를 빕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