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살인, 좋은 살인이 어디 있냐? 그냥 살인이지.’ 그래서 비록 살인전과를 가진 못된 놈조차도 그 생명을 보호해주기 위해 경찰 병력까지 지원하여 보호해줍니다. 글쎄, 이게 될 말인지, 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국민 세금을 국민의 원망을 사고 있는 자를 위해 사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생명을 귀중히 여겨준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지요. 이런 작자의 생명까지도 보호해주는데 일반 국민이야 오죽하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런 의미입니다. 그야 옳은 말이지만 정말 공감해주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맞는 말입니다. 맞는 일이고요. 결국은 잔혹하게 최후를 마치는데 그 모습이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습니다.
성폭행은 주로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 발생합니다. 그 위압에 눌려 알면서도 당합니다.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 상황을 반항으로 벗어난다 한들 자신에게 돌아오는 대가가 훤하니까요. 어쩌면 강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하고 자리를 보존하느냐, 아니면 자리를 빼앗기는 것을 각오하고 벗어나느냐, 하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자존심과 자존감을 희생하고 그냥 동물처럼 내주어야 합니다. 물론 그 뒤에 그 상처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고 슬픔인지 아직은 당하고 있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자기를 버립니다. 그 후 망가진 자신을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긴 고통의 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제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수의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까지 이뤄집니다. 그러나 학생이니 약자이고 여자이니 약자입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그런 불평등이 남아있습니다. 한 사람은 인생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피의자는 날로 출세하며 이름을 날립니다.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어떻게 잃었는지 아는 부모도 제대로 삶을 누리지 못하고 끝납니다.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는 피켓 시위를 합니다. 하지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심신미약 상태라고 기껏 3년 징역 형을 받고 옥살이 하고 나옵니다. 살인으로 한 가정이 무너졌는데 겨우 3년 살고는 룰루랄라 나와서는 활보합니다. 이게 법이냐? 싶지요.
‘해치’가 등장합니다. 사실 상상의 동물입니다. 선악을 분별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끼리 만든 작품일 것입니다. 세상이 하도 제멋대로이니 상상의 산물이 등장하여 대리만족을 시켜주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판단해주는 것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고 억울하고 답답하니 이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그 역할을 하는 존재가 현실로 나타납니다. 마치 홍길동처럼 등장하여 악행을 저지른 자들 특히 법망을 교묘하게 벗어나 활개치는 악당을 찾아 대신 징벌합니다. 법이 해결해주지 못한 것을 처리해주니 억울한 입장의 피해자로서는 시원합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일반시민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놈이 사라졌으니 괜찮다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연쇄살인이 벌어집니다. 평판이 좋지 않았던 바로 그런 작자들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것입니다. 좀 안 됐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라 아예 없어져야 할 악인이 사라졌으니 잘 됐다 싶은 감정이 먼저입니다. 그러면서 한편 두려움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존재가 생명을 귀하게 여겨줄까 싶은 것이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그와 맞닥뜨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집니다.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시원하기는 한데 존재 자체에 대해서 두려움도 가지게 됩니다. 아무튼 좋은 살인, 나쁜 살인이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살인입니다. 그리고 살인범입니다. 잡아야지요.
‘서도철’이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가 소위 해치라는 존재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수사대에 신참으로 보이는 ‘박선우’가 합류합니다. 정의감에 넘치고 그냥 열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실력파입니다. 선배 형사들이 쩔쩔매는 가운데 날고 뛰며 현장을 휘어잡습니다. 웬만한 범죄사건은 현장에서 마무리됩니다. 야, 이거 보통이 아니네, 서도철 형사도 감탄하며 아껴줍니다. 함께 하여 범죄수사대를 힘차게 밀고 나갑니다. 사실 그렇게 몸을 다쳐가며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현장을 누비고 다니지만 결과가 자기네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마음 같아서는 현장에서 그 나쁜 놈을 반죽음으로 만들어 놓고 체포하기를 원합니다.
서도철의 가정사가 껴드는 것도 그냥 이야기의 흐름에 감초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초점은 이 연쇄살인범 해치를 수사하고 붙잡는 것입니다. 단서를 찾아가며 조금씩 밝혀지는 것을 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 범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그 점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알고보면 놀랍지요. 그런데 사실 그런 마음을 누구인들 가져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의구현이라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탐관오리를 혼내줄 수 있는 홍길동을, 아니면 임꺽정이라도 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말입니다. 영화 ‘베테랑2’(I, THE EXECUTIONER)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복된 한 주를 빕니다. ^)^
좋은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