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 파인즈의 US오픈’ 제대로 즐기기
제121회 US오픈이 17일(한국시간) 밤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GC의 남코스(파71·7652야드)에서 펼쳐진다. 영국의 디 오픈이 메이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US오픈은 상금 규모나 세계 골프 팬들의 집중도에서 ‘메이저 중의 메이저’라는 명성을 자랑한다. 나흘간 지구촌 골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US오픈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토리 파인즈 골프클럽
샌디에이고의 부촌인 라호야 지역의 해안주립공원 안에 자리잡은 토리파인즈 골프코스는 36홀로, 시에서 운영한다. 최초의 코스는 윌리엄 벨이 설계했으나 2001년 유명한 코스 설계가인 로버트 트랜트 존스 주니어의 아들인 리스 존스가 다시 디자인해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산악지형에 조성된 북코스는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페어웨이가 좁고 울퉁불퉁하며 그린은 좁고 빨라 난이도가 높다. 태평양을 끼고 조성된 남코스 역시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은 딱딱하고 빠르다. 코스 곳곳에 소나무(Torrey Pines)와 벙커가 많아 장타자보다는 정교한 샷을 날리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올해 1월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 때는 파 72에 전장이 7천765야드였으나 US오픈에서는 파 71에 7천652야드로 조정됐다.
13년 전인 2008년 이 코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 19홀 연장을 치른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우즈는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4.5m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는데 이때 포효하는 장면은 중계방송에 수시로 나올 정도로 명장면이 됐다.
대회 1주일 후 우즈는 수술대에 올랐다. 그가 무릎 인대 및 뼈가 손상된 상태로 91개 홀을 소화했다고 해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즈는 토리 파인스에서 8차례나 우승했는데 2008년 대회 당시 언더파 점수는 우즈와 미디에이트의 1언더파 2명이 전부다. 평균 타수는 74.712타였다. 올해도 언더파를 치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컬슨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vs 디섐보의 타이틀 방어
필 미컬슨에게 이번 US오픈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는 2004년 마스터스와 2005년 PGA챔피언십, 2013년 디오픈 등 9년에 걸쳐 3개의 메이저 우승컵을 품었으나 US오픈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1999년부터 2013년 사이 여섯 차례나 준우승에서 멈췄다. 2006년엔 마지막 라운드를 1타 차 선두로 출발해 거의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했으나 18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우승컵을 놓쳤다.
지난달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최고령 메이저 챔프’로 등극, 부활의 불씨를 살린 그 역시 이번 대회를 그랜드 슬램 달성의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막 전날인 16일이 51번째 생일이다.
샌디에이고에서 나서 자란 미컬슨은 휴대폰은 물론 모든 소음을 차단한 채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도전에 성공하면 역대 여섯 번째 그랜드 슬래머가 된다.
한편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는 2연패를 위해 날을 세웠다.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미뤄진 지난해 9월 악명 높은 미국 뉴욕주의 윙드풋GC에서 열린 120회 US오픈에서 혼자서 언더파를 작성하며 2위 매슈 울프(미국)를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온갖 연구와 노력으로 몸을 불리고 헤드 스피드를 높여 단숨에 PGA투어 장타 1위(322.7야드)에 오르며 2021시즌에 벌써 2승을 챙겨 2연패가 결코 희망 사항만은 아니다.
‘메이저의 사나이’ 브룩스 켑카도 필 미컬슨과 브라이슨 디섐보의 우승 경쟁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2017~2018년 US오픈을 2연패한 전력이 있어 3년 만의 정상 탈환 욕심이 없을 리 없다. 통산 8승 가운데 메이저에서 4승을 거둬 특급 매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파워랭킹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2위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3위 욘 람(스페인) 등 톱랭커들이 총출동, 그 어느 대회보다 우승자를 예상하기가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는 비거리보다 정확성을 앞세운 교타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GA투어의 전문가가 꼽는 우승 후보인 파워랭킹이 골프 팬들의 우승 전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전문가가 꼽은 우승 후보 1순위는 존 람(스페인). 이달 초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콜린 모리카와, 패트릭 캔틀레이)에 6타나 앞선 18언더파로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확정적이었으나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기권할 수밖에 없었던 그로선 US오픈 2연패는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그에겐 2017년 이 코스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우승, 2020년 준우승의 좋은 기억도 있다.
이어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콜린 모리카와, 단골 우승 후보인 로리 매킬로이, 거포 브룩스 켑카, 잰더 쇼플 리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는 파워랭킹 6위에 올랐다. 루이 우스투이젠, 더스틴 존슨, 패트릭 리드, 저스틴 토마스, 웹 심슨, 패트릭 캔틀레이, 토니 피나우, 빅토로 호블란, 마크 리시먼, 저스틴 로즈, 윌 자라토리스, 마스터스 챔피언인 마쓰야마 히데키, 제이슨 코크락, 조던 스피스가 뒤를 이었다. 필 미컬슨의 이름은 빠졌다.
◆코리아 브라더스의 도전
한국선수로는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강성훈 등 4명이 출전한다. 교포 선수로는 케빈 나, 존 허, 김찬, 저스틴 서 등이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강성훈은 지난 8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예선에서 36홀 합계 7언더파 137타를 쳐 공동 9위를 기록, 본선 티켓을 손에 쥐어 2011년, 2016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로 US오픈에 출전하게 됐다.
US오픈은 한국선수와 인연이 멀다. 최경주는 US오픈에 13번 출전해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했고 6번이나 컷 탈락했다.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경험한 양용은(49)이 2011년 대회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도쿄 올림픽 티켓 경쟁
2021 도쿄 올림픽 남자골프 출전권은 US오픈이 끝난 후 21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이번 대회가 올림픽 티켓 확보를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미국의 경우 현재 세계랭킹 기준으로 더스틴 존슨(1위), 저스틴 토마스(2위), 콜린 모리카와(4위), 브라이슨 디섐보(5위) 등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US오픈 결과에 따라 순위 역전도 가능하다.
잰더 슈펠레(6위), 패트릭 캔틀레이(7위), 패트릭 리드(8위), 브룩스 켑카(10위) 등이 성적에 따라 티켓을 쥘 수도 있다.
한국은 임성재가 세계랭킹 26위로 사실상 티켓을 확보했고 나머지 한 장을 놓고 김시우(49위) 이경훈(64위)이 경쟁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