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로 그림 읽기, 그림으로 성서 보기
-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1 -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입 맞출 때/ 김학철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는 이후 수많은 패러디가 등장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다. 이 그림은 단지 균형 잡힌 구도와 알맞은 색감, 묘사의 탁월함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창조에서 하나님의 형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신학적 토의의 결과가 반영되어 있다. 가령 그림의 아담에게 있는 배꼽, 이른바 ‘아담의 배꼽’ 하나도 심사숙고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신학적 상식으로는 아담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창조되었기 때문에 탯줄이 있을 리 없고, 따라서 배꼽을 그린다는 것은 성서의 기록에 어긋날 수 있다. 이 문제를 두고 교황청에서 토론이 벌어졌고, 논의 후에 배꼽을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배꼽을 지워버리면 성서 해석상의 시빗거리는 사라지겠지만, 배꼽이 있는 편이 오히려 감상자들의 호기심을 사로잡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 때문이었다.
이 그림에서 신과 아담은 모두 근육이 잘 잡힌 멋진 남자로 등장한다.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는 것을 반영하기도 하고 동시에 성서에서 남자만을 가리켜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부르는 본문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신과 아담은 각각 오른팔과 왼팔을 내밀고 다른 팔은 굽혀서 몸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데, 이것은 아담이 ‘하나님을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님이 내민 손가락을 향해 아담은 손가락을 맞추려고 하는데, 이것은 신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는 존재임을 암시히고, 이 손가락이 맞닿는 순간 생명이 전해져서 아담의 창조가 완료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 그림에 대한 다른 토의는 신이 왼팔로 감싸고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두고 일어났다. 여성의 모습을 띠고 있기에 하와라년 견해부터, 성모 마리아, 지혜, 인격화된 인간의 영혼, 여성 모습의 천사 등등에 이르기까지 정체에 대한 탐구가 계속되었다. 해석자들은 미켈란젤로가 이 그림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제안한 것은 ‘하나님을 따라 함’과 ‘신을 닮은 외양’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