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웃느라고(웃고 싶은 분은 200쪽부터 읽어보시라. 외계인이 외계인을 만나다)외계인의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대응하는 지구방위대 대장 권일한 선생님의 외계인과 함께 한 교실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다. 책 앞부분에는 그동안 교직생활 속에서 만난 아이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의 시에 담긴 선생님의 깊은 설명이 더 감동적이다. 역시 책벌레 선생님이구나를 저절로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학교에는 외계인이 산다?
우리 학교 1학년 선생님에게 꼭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20대 남자 선생님이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올해 2월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학년을 선정하는 회의를 했다. 모두가 1학년 맡기를 꺼려 했다. 외계인과 함께 1년을 보내느니 차라리 업무를 더 하겠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20대 남자 선생님께서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겠냐며 용기를 냈다. 한달 후, 그 20대 남자 선생님은 이렇게 얘기 한다. "난, 이제 죽어도 1학년 안 한다"
외계인과 함께 지내는 삶은 쉽지 않다. 같은 말을 계속 해도 소용 없다. 교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루가 천년 같으리라. 20대 남자 선생님을 볼 때마다 선생님들 모두 측은지심이다. 책벌레 권일한 선생님은 상상력이 뛰어나시다. 어쩜, 외계인을 감화감동시켜 지구인으로 만들어갈 생각을 하셨을까?
학교 뒷산을 자주 애용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무협지를 능가하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장소가 뒷산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20대 남자 선생님께 외계인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소로 우리 학교 뒷산을 소개해 주어야겠다. 아니, 이 책부터 내밀어 주어야겠다. 시간 없으면 200쪽부터 읽으라고.
우리 학교 직원들과 함께 읽기 위해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를 7권 주문했다. 8월 21일 대금굴에 가는 길에 권일한 선생님이 외계인과 생활하고 있는 미로초등학교 앞에 잠깐 머물러 기념촬영할 예정이다. 수업 중이라 불쑥 들어가 찾아뵙기가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책 들고 사진만 찍고 갈 생각이다. 저자 싸인을 받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외계인이 머물고 있는 학교를 이해하고 외계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책을 통해 바뀌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 진다. 집에 가서 당장 실천해야지. 막내랑 저녁 먹고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야겠다. 추억 쌓기 시간 놓치면 후회할 거라는 책벌레 권일한 선생님의 충고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